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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묻지 않습니다(4)

by 다다미 위 해설자

“연봉이 얼마예요?”


한국에서는 이 질문이

때론 호기심,

때론 비교,

때론 성공의 기준이 되곤 합니다.


더 벌면 멋진 사람 같고,

덜 벌면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하죠.


직업에 이어, 연봉은 한국 사회에서

한 사람의 ‘무게’를 가늠하는 숫자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질문은 금기어에 가깝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연봉”이라는 단어를

가까운 사이에서도 꺼내지 않습니다.


물론 친구들끼리 가볍게 농담처럼 말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적인 자리 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 질문입니다.


왜냐고요?


연봉을 묻는 건,

그 사람의 가치나 능력을 판단하려는 태도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돈”은 조용히 다루는 것이 예의입니다


일본에서는 돈 이야기는 식탁에서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밥 먹는 자리에서 월급 이야기, 재산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

그건 품격 없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부터 대화는 ‘평등한 나눔’이 아니라

숫자와 계급의 비교로 변해버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본에서는

돈이 많아도 티 내지 않고,

돈이 적어도 절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입니다


연봉은 그저 숫자일 뿐입니다.

그 숫자로 사람을 판단하는 문화는,

결국 모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일본은 그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묻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삶의 방식,

일에 대한 태도,

말투와 몸짓에서 느껴지는 온기.

그걸 먼저 봅니다.


“연봉이 얼마예요?” 대신


일본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일하시면서 보람 느낄 때가 언제세요?”

“그 일, 오래 하신 것 같아요. 재미있으세요?”

“주말엔 잘 쉬고 계세요?”


이건 단지 대화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얼마 버는지가 아닌,

그 일을 하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마음.



돈은 삶의 수단이지,

삶의 목적이 아닙니다.


“연봉이 얼마예요?”

이 질문 한 마디가

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일본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저,

상대가 꺼내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배려.


그 침묵 속에서,

진짜 신뢰는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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