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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묻지 않습니다(5)

by 다다미 위 해설자

“부모님은 뭐 하세요?”

한국에서는 꽤 흔한 질문입니다.

누군가의 직업을 묻듯,

그 사람의 가족도 자연스럽게 대화의 일부가 되죠.


“부모님은 뭐 하세요?”

이 질문이 주는 의미는 뭘까요?


부모님의 직업을 통해 그 사람의 배경을 추측하려는 호기심


부모님의 직업을 알면,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를 파악하려는 의도


그 사람의 가정환경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두려는 관심


대부분은 그저 ‘궁금함’에서 시작되는 질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질문이 ‘사생활 침해’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부모님은 뭐 하세요?”라고 묻는 순간,

상대방은 어색해지거나 불편해할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일본에서는 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가족의 직업이나 가정환경을 묻는 것이

그 사람의 존엄성을 평가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본은 ‘가족’을 개인의 영역으로 존중합니다



한국에서는

가족 이야기가 가벼운 대화의 소재가 될 때가 많습니다.

어디서 자주 만나는 사람, 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가족 이야기가 쉽게 오가죠.


그러나 일본에서는

가족을 대할 때 그 사람의 개인적인 영역으로 생각합니다.

가족의 직업을 물어보는 것은,

그 사람의 ‘배경’을 묻는 것과 같아,

상대방이 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묻지 않고 기다리는 배려


일본에서는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꺼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배려입니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치가 뿌리내려 있기 때문에,

가족 이야기도 자기 스스로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피하는 게 예의입니다.


이것이 바로

상대방의 공간을 존중하는 일본식 대화법입니다.


“부모님은 뭐 하세요?” 대신 이렇게 묻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계세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세요?”

“가족들은 잘 지내고 계세요?”


이 질문은 상대의 가족과의 관계를 물어보는 것일 뿐,

그들의 직업을 가늠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그만큼 상대방을 더 깊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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