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왕’은 어떤 존재입니까?
딱 한가운데 앉아서,
“야, 저기 경상도! 세금 걷어!”
“평안도! 사람 보내!”
하면 쭉쭉 말이 통해야 하죠?
그런데요!
일본은요, 그게 안 돼요. 애초부터 지형이 왕한테 불리해요.
일본은 섬나라입니다.
섬이 6천 개가 넘어요!
큰 섬만 해도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
여러분,
서울 왕이 말 타고 목포까지 가는 것도 일이었는데,
일본은 섬 사이에 배 타야 돼요.
파도 넘고, 비 맞고, 태풍 오면 통제 안 돼요.
왕이 말해도 저 규슈까지 안 들려요.
그래서 왕은 명령을 내려도,
그 섬 안의 다이묘가 “응~ 안 들려요” 이럽니다.
일본은요,
국토의 70% 이상이 산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산 넘어 세금 걷으러 갑니까?
그럼 무슨 일이 생기느냐?
사람들이 산골짜기마다 모여 살아요.
자기들끼리 농사짓고,
자기들끼리 법 만들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자기들끼리 해결해요.
그러니까 왕은요,
“거기까진 제가 못 갑니다… 알아서 사세요…”
이렇게 되는 거예요.
일본은 북쪽은 눈보라 치고,
남쪽은 야자수 열대지방이에요.
기후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농사도 달라요.
왕이 하나의 법으로 전국을 다스릴 수가 없어요.
한쪽은 눈 때문에 출근 못 했는데,
한쪽은 벼 베고 있거든요.
왕은 그냥 "천황 폐하~" 하고
절만 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고,
진짜 칼 차고 말 타고 정치는 누가 해요?
쇼. 군.
쇼군이 실세예요.
그리고 그 아래 지방의 다이묘들!
각자 군대 있고, 성 짓고, 땅 나눠 갖고 있었어요.
이게 바로 막부 정치입니다.
말이 왕정이지,
실상은 전국시대 무사들의 생존 게임이었죠.
한반도는요,
넓진 않아도 평야가 쭉 이어져 있고,
남북으로 길지 않아서 중앙집권이 잘 돼요.
그래서 고려, 조선은 왕의 말이 사방팔방 통했어요.
유교질서, 법전, 과거시험~
딱딱딱 통일이 된 겁니다.
하지만 일본은요,
“야, 세금 내~!” 하면,
“응, 바다 건너라~” 하고 안 내요.
그래서 왕이 정치를 하려다 말고,
의례만 담당하고,
진짜 정치는 칼 든 무사들이 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