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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않는다, 다만 예를 갖출 뿐"

일본 신사의 진짜 의미

by 다다미 위 해설자

일본 사람들은요—

"신이 많아야 좋은 거다"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체로

“신은 오직 하나!”

“절대자 하나님!”

이런 개념을 가지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아니에요.

“신이 하나면 너무 바쁠 거 아냐~”

그래서 뭐든지 쪼개서 신을 둡니다.


쌀 신 따로


바다 신 따로


비 오는 신 따로


벼락 치는 신 따로


장사 잘 되게 해주는 여우 신 따로


심지어요,

"변기에도 신이 있다"는 노래도 있어요!

어릴 적부터 “화장실 청소 잘하면 복이 온다”는 걸 그렇게 가르칩니다.


왜?

깨끗함도 곧 신성이니까.

“신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일상 속에도 있다”는 마음이 있는 거죠.



우리나라 절이나 교회는

"믿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를!"

이런 믿음의 언어를 말해요.


그런데 일본 신사는요,

아무 말도 안 해요.


조용히 앞에 가서,

두 번 절하고, 손뼉 두 번, 다시 한번 절.


그리고 돌아섭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요.


왜 그럴까요?


그게 예의이기 때문이에요.

자기 바람을 ‘말’로 쏟아붓는 게 아니라,

신 앞에 몸을 낮추고 조용히 나를 다스리는 것.


신을 믿는다기보다는

신 앞에 내가 겸손해진다, 그게 핵심이에요.



옛날 일본은요,

부족마다 자기 조상신을 모시던 시절이 있었어요.


산을 모시는 부족


바다를 모시는 부족


벼락을 무서워하는 부족


그런데 나라가 하나로 통일되면서

이 모든 신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넣어야 했죠.


그게 바로 ‘신사 제도’입니다.

조상신, 자연신, 영웅신… 다 한 자리에 모시고

“이제부턴 국가가 관리합니다~” 한 거예요.


그래서 일본 천황 가문도

태양신(아마테라스)을 자기 조상이라 선언하면서

신사 = 국가와 권력의 상징이 된 거죠.


신은 믿는 게 아니라, 깃들어 있는 존재


일본 신도를 설명할 땐요,

“신은 마치 공기 같다고” 합니다.


보이진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예의를 갖추면 더 맑고 맑게 느껴지는 그런 존재.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나무도 자를 때 “한 자루 한 자루”


음식도 만들 때 “정갈하게”


쓰레기도 “조용히, 예의 있게”


왜?

신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 정신이 일본 문화 전체에 박혀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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