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을 입에 넣자마자
콧속이 아리고,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아, 이건 와사비 탓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굳이 와사비를 넣을까요?
없어도 먹을 순 있잖아요?
그런데도 왜,
굳이, 꼭, 조용히,
밥과 생선 사이에 와사비를 슬쩍 넣어두는 걸까요?
그 이유엔
일본 사람들의 정서, 철학, 배려가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예전에는 냉장고가 없었습니다.
에도 시대, 생선회는 상하기 딱 좋은 음식이었죠.
특히 더운 여름엔 더 위험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날생선을 조금 더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이 와사비였습니다.
와사비는 강력한 살균 작용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비브리오균까지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이 초밥은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라는 조용한 보증서 같은 존재가 와사비였던 겁니다.
아무리 좋은 생선도 비린내가 살짝이라도 나면
입맛이 확 떨어지죠.
그런데 와사비는
비린내는 없애고, 풍미는 살립니다.
생선의 향을 눌러 없애는 게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만 정리해 주는 거죠.
이게요,
“과하지 않게, 딱 좋게”라는
일본 요리 철학의 정수입니다.
초밥은 단순한 조합입니다.
밥, 생선, 그리고 와사비.
이 셋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날의 한 점은 실패입니다.
근데 그걸 묶어주는 게 누구다?
와사비입니다.
생선의 기름기와
밥의 산미 사이에서
매운맛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작은 리더 같은 존재.
직장에서 팀워크 안 맞을 때
말없이 조율 잘하는 과장이 있죠?
그런 느낌입니다.
일본의 전통 초밥집에선
보통 “와사비 넣을까요?” 묻지 않습니다.
장인이 그날 생선의 상태, 손님의 표정, 분위기를 보고
적절한 양을 조용히 넣어줍니다.
이게 바로 일본식 ‘오모테나시’,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배려입니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어쩌면
“지나치지 않음”이 최고의 환대라는 걸
와사비 한 점이 알려주는 겁니다.
와사비는 늘 숨어 있습니다.
밥과 생선 사이에 살짝,
눈에 잘 띄지도 않게.
하지만요,
그 와사비가 없으면
그 초밥은 밍밍하고 허전합니다.
말없이 중심을 잡고,
입안을 정리해주고,
생선 맛을 살려주는 존재.
그게 진짜 정성이고, 진짜 배려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