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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철도의 나라, 그 속에 숨은 비밀

by 다다미 위 해설자

“기차는 철로를 타지만,

나라의 질서는 국민의 마음을 탑니다.”


일본에 가보면 기차가 신이에요.

도쿄, 오사카, 홋카이도, 규슈…

어딜 가든 지하철, 신칸센, 노면전차, 관광열차가 정시에 착착 움직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기술이 좋아서겠지.”

물론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어요.

바로 그 나라 국민의 태도, 사회 구조, 문화적 DNA 때문입니다.



일본 국토의 70%가 산지입니다.

도로를 뚫기엔 좁고 구불구불하죠.


“차라리 선로를 깔자.”

이게 일본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철도가 도로보다 먼저 깔렸고,

출퇴근부터 여행까지, 삶의 모든 경로가 선로 위에 올랐습니다.



도쿄 수도권 인구만 3천7백만 명!

그 수많은 인구가 출퇴근을 해야 하니,

기차가 아니면 도시가 마비됩니다.


그런데 지하철이 거의 안 늦어요.

왜냐고요?


기차가 정확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기차 시간에 맞춰 사는 나라니까요.



1964년, 세계 최초의 고속철 ‘신칸센’이 도쿄~오사카를 잇습니다.

한국은 그때 아직 흑백 TV 보던 시절이었죠.


최고 시속 210km!

지진이 나면 열차가 자동 정지!

그 기술력은 지금도 전 세계 고속철의 기준이 됩니다.



줄을 서서 타고,

문 닫히면 기다리고,

열차 안에선 조용히…


이건 단순한 예절이 아닙니다.

“타인의 시간을 빼앗지 않는다”는 사회 규약이자 철학이죠.


이런 국민성 덕분에 일본 철도는 정시, 정확, 정직을 유지합니다.



1987년, 일본국유철도는 누적적자로 해체됩니다.

그리고 JR이라는 민간 철도회사 체제로 바뀌죠.


그 결과?


캐릭터 열차


술 마시는 관광열차


역 안에 백화점, 레스토랑, 온천까지!


철도는 단순한 교통이 아니라, ‘문화’가 되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전기철도 = 에너지 효율 + 저탄소 + 대량수송이라는 최적 해법을 택합니다.


도시는 좁고, 석유는 없고,

그러니 철도가 답이었죠.



일본이 철도를 잘 깐 게 아닙니다.

철도에 어울리는 국민성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질서, 인내, 협력.

이런 사회 분위기 위에 철도 시스템이 놓인 겁니다.



우리는 자꾸 겉만 봅니다.

“신칸센이 빠르다더라~”, “일본 기차는 시간 잘 지킨다~”


근데요,

철도는 철로 위를 달리지만,

사회는 사람 마음 위를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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