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광부가 자신의 사연을 편지로 털어놓는 이야기
어느 광부의 편지
간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몇 번을 깨었다. 세 번 정도 깨었고 그것은 꿈 때문이었다. 악몽 같기도 감미롭기도 신비하기도 한 꿈을 장편이 아닌 단편으로 꾸었다. 그것을 글로써 옮겨 놓으면 일장춘몽이기도 한 편의 소설이기도 하나의 반성문이기도 죄상을 나열하는 검찰의 기소장 같기도 하였다. 어느 날은 진땀을 흘리면서 깨었고 또 황홀하게 꽃밭을 거닐기도 소외감을 자긍심을 느끼기도 하였다.
그는 술을 오랜 기간 마셨고 지금까지도 마시고 있다. 햇수로 따진다면 고등학교 때부터 마셨으니 근 반세기 이상을 마신셈이다. 그 술값으로 따진다면 몇 년 치 연봉을, 그 부대비용(?)을 포함한다면 또 몇 년 치 연봉을 지불한 셈일 것이다. 그는 ‘사회에서 번 것은 사회로’라는 평소의 지론을 실천하였고 그것이 약자에 대한 동정이라기보다는 상생의 미덕이라고 믿었다. 일차적인 것은 당연히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것이었지만 남들이 목숨처럼 아까워하는 돈을 밤거리에 뿌렸으니 그의 만용과 포용을 동시에 인정해 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지인들은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술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푸짐하고 실수하여 곤욕을 치른 경우도 부지기수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다고 잦은 실수에도 그 황홀한 술잔을 철거할 수는 없었다. 술은 그에게 애환을 만들기도 애환을 지워주기도 하는 비상한 묘약과도 같았다. 그런 좋고 나쁜 상황들이 있고 난 다음날 꿈에는 비슷한 장면이 그의 잠자리를 방문하곤 하였다.
어찌하여 꿈에 이런저런 게 나타나서 그를 혼란스럽게 하는지 정말로 고통스럽기만 하다. 갑자기 제대한 군대에 다시 들어가 고생을 하고 있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서 온 동네를 헤매고 친구들과 다투고 또 바지를 잃어버려 팬티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이상한 장면들이 나타나곤 하였다. 그 장면들은 예전부터 반복적으로 나타났으며 과거에도 똑같은 장면들도 몇 개나 되었다. 그것은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저녁에 주로 나타났고 낮잠을 잘 때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꿈을 잘 꾸지도 않고 꿈의 내용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데 그는 지능지수가 그렇게 높지 않은데도 기억을 할 수 있으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항상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꿈만 꾸는 것도 아니었다. 한 번씩 총각시절로 돌아가 예쁜 아가씨와 데이트도 하고 어떤 때는 사랑했던 사람을 만나서 손을 잡고 이야기하는 장면도 있었다. 또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저녁에는 매혹적인 여인이 나타나서 잠자리를 하고 그 짜릿한 감정으로 깨어나면 여지없이 거시기가 불끈 서있기도 하였다. 그럴 때는 꿈을 깬 것을 후회하고 아쉬워하였으며 다시 그 여인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그는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꿈을 자주 꾸지만 그 황홀한 꿈을 잊을 수가 없어 잠자리에 들면 새로운 여인을 만나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그가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하지만 한 번씩 나타나는 난해한 꿈에 대해서 그 원인을 알고 싶어 졌고 그것은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아무한테나 토설할 수가 없었다.
“형님, 내가 요새 잠을 제대로 못 잡니다. 무슨 악귀에 쫓기는 듯 혼이 빠져있습니다.”
“그래. 예전에도 그런 말을 하더니만 지금도 그런 모양이지. 왜 꿈을 꾸냐 말이야. 또 그것을 왜 기억하냐 말이야.”
“내가 머리가 무지 나쁜데 기억력 하나만은 특출하니까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꿈도 포함되어 있겠지. 그러면 상쇄되어 버리니 손해는 아니네.”
“허허, 꿈이 무슨 돈인가요. 서로 상쇄하게요. 차라리 꿈값이 있어 정산을 하면 좋을 텐데요.”하고 친한 선배하고 나눈 이야기였다.
그는 여전히 꿈을 꾸고 그 꿈이 감미로우면 좋은데 황당하면 당황하게 되어 잠을 깬다. 특이한 것은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에는 과거에 별로 안 좋았던 기억들이 담긴 장면이 나타나기에 그 시절로 끌어들여 마음이 언짢기도 한다. 그런데 술을 안 마시려면 아예 끊어야 하는데 그럴 의지가 부족하고 한편으로는 술이 선사하는 낭만과 내면의 감정을 표출하게 하는 그 마력을 지울 수가 없기에 힘든 것이다.
그가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얼굴에 상처가 나있고 안경이 부서지고 지갑에 돈이 한 푼도 안 남고 호주머니에 담배와 라이터가 들어있고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블랙아웃이 발생하였다. 아내와 아들은 무슨 큰일이 있었나 걱정을 하였으나 당사자인 나는 자초지종을 말해줄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은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더욱 황당한 사태를 만들기도 하였다.
이사하기 전에 오래 살았던 아파트가 있었는데 항상 아파트 이름과 동 호수는 만취한 상태에서도 자동 출력되었었다.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난 후에 음주로 블랙아웃이 되었는데 예전 집으로 돌아온 게 아니던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계속 에러가 나기에 철문을 두드렸는데 집에서 어떤 남자가 불쑥 나오는 게 아니던가.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였고 그 사람은 큰 소리로 나를 꾸짖었다. 그렇지만 그에게서 악의는 찾아볼 수가 없었고 침입한 도적을 쫓아내는 것은 맞지만 신고를 하거나 고발을 하려는 심사는 보이 지를 않았다. 그 집주인이 심하게 나무라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예전의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었다. 그때까지 그의 두뇌에서는 그 집을 인식하고 귀소본능이 작동한 것이었다.
그 집주인은 황당하게 생각하면서도 이해해 주었고 허허 웃으면서 나를 용서해 주었다. 그 사람도 나와 같은 경험이 있거나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거나 아니면 절이나 성당에 나가던가 또 아니면 그런 사람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이던가 정신신경과 의사이던가 그냥 사람이 좋은 것이던가에 해당될 것이다.
그는 그 집주인에게 감동하여 그의 집으로 편지를 보내기로 하였다. 그 집 주소는 수십 년 간을 살았기에 기억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 집주인은 내가 치유에 필요로 하는 사람의 부류에 전부 해당되기에 그분에게 보내면 그 모두에게 보내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사찰에서 스님에게 법문을 듣다가 즉문즉설을 하는 것처럼 성당에서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듯이 정신과의사에게 문진을 하듯이 아니면 그 정신의학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되기에 퍽이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수신인의 명칭을 선생님이라고 정하기로 했다. 앞서 말한 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분명히 시대를 앞서가고 교육적이고 치유적인 선생이 맞기 때문이었다.
그날은 무서운 날이었고 지워지지 않는 순간이었다. 몇 개의 창고가 늘어진 피복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일이 벌어졌다. 일렬로 늘어선 무리들과 또 일렬로 들어선 집단들이 함께 있었다. 그중에서 아주 험상궂은 얼굴과 고약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 우리들에게 린치를 가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에 저주를 섞어 마구마구 하였다.
우리 무리는 숫자는 많았으나 반항을 할 수가 없었고 반항하면 그것은 죄가 되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몽둥이에 맞고 손바닥에 얼굴을 맞고 마지막으로 심장에 상처를 남기고 그렇지만 눈물은 나오지를 않았다. 무리 중 몇 명은 엉덩이를 맞았고 한 명은 따귀를 맞았고 한 명은 가슴에 날이 없는 칼을 맞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고 육체적인 아픔보다는 마음의 고통이 심했다. 그 마음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고 머리로 올라와서 두뇌에 영구히 저장되었다.
“선생님, 허락도 없이 두서없이 적은 내용을 편지로 보내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날 밤 무례하게 아파트 문을 두드리고 무단 침입을 시도하는 저를 용서해 주시고 기억을 되돌아오게 하셔서 감사합니다. 저가 술을 끊을 수 없기에 앞으로도 몇 번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저가 이런 내용을 보내는 것을 장난이나 보복이나 기행으로 여길수 있겠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귀소본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본능이 없으면 어찌 살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한 마리의 연약한 새이기에 잠을 자기 위해 손에 선물은 들고 있지 않지만 가정으로 의무감이 아닌 본능으로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벌어질 몇 번의 불시 방문이 있을 것이며 그것은 심야가 될 것입니다. 그때는 먼저 벨을 누르고 반응이 없으면 문을 두드리고 그래도 없으면 문을 차며 욕지거리를 퍼부을 수도 있습니다. 이점을 미리 예고하여 드리니 불안해 마시고 마음을 정리해 두시면 되겠습니다.”
그는 첫 번째 편지를 쓸 때 많이 망설였고 무사히 편지가 그곳을 찾아갈 수 있을는지 염려가 되었다. 혹시 편지가 그처럼 집을 잘못 찾아 다른 집으로 가면 무슨 가정파괴니 스토킹이니 하면서 비난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세상은 항상 그 집주인처럼 관대하고 이해성이 풍부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는 첫 번째 편지가 무난하면 연속적으로 보내어 그 집주인을 멘토로서 활용하고 싶었다. 그날 밤 그 집주인은 주변에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하면서도 포용적이고 자애스럽고 탐구적이었고 호기심이 많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선생님, 두 번째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전번 편지를 보시고 노하시거나 놀래시지 않으셨는지 걱정이 됩니다. 저는 장난을 치기를 좋아하지만 지금 편지를 보내는 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며 경건하게 자세를 잡고 굳건한 마음으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술에 만취하면 현재를 분간하지 못하고 과거의 기억에 따라 움직이는 좀비와 같습니다. 그렇다고 술을 끊을 수도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내가 앓고 있는 이름 모를 병을 다스릴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두 개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이중국적자가 맞을 겁니다. 해가 뜨는 동방예의지국에서 그리고 달이 뜨는 환상의 달나라에서 말입니다. 낮에는 누구보다도 착실한 동방예의지국의 백성이 됩니다만 밤이 되어 햇빛이 사라지면 그 은은하고 요염한 달빛이 나를 유혹하여 술집으로 이끌어서 종국에는 그 과거의 기억을 들춰내어서 광분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선생님께서는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시돼 증오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그 집주인 즉 선생님에게 두 번째 편지를 보냈고 점차로 분위기를 고조시켜 본격적인 문진과 처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처방에 대한 답신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그 스스로 질문을 하였고 그 답은 보이게 또는 보이지 않게 그에게 당도할 것이다. 어찌 보면 그는 그의 정신적인 문제를 털어놓으므로 해서 그 자체가 훌륭한 답변이 된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기도 하였다.
그날은 그에게는 변신의 날이었고 인성이 개조되는 시점이기도 하였다. 그는 부하들에게 도둑질을 시켰고 그 위험하기도 황당하기도 한 도둑질을 무사히 마쳤다. 그 도둑질의 명분은 도둑질을 당한 데 대한 보복이었기에 정당방위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도둑질 자체는 훌륭한 일이 될 수 없었지만 최고 두목은 그것을 크게 칭찬하였다. 그 도둑질로 크리스마스를 아주 휘황찬란하게 보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이전에 도둑질을 당한 날 그는 최고 두목으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다. 그것은 부하들이 군기가 빠져 도둑질을 당했는지라 그것을 막지 못한 것은 중간 두목인 그가 교육을 잘못 시킨 죄목 때문이었다. 도둑질을 해오라고 한 그 두목은 도둑질을 합법적이라고 가르쳤다. 그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의 법칙이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선생님, 다시 펜을 듭니다. 저가 아직도 쫓기고 있고 밤마다 그 사람들이 저를 찾아다니고 마주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한 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내가 범인이라고 알고 집요하게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과 마주쳤는데도 그 자리에서 잡지를 않고 계속 겁을 주고 있으니 그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자수할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그럴 용기도 없었고 자수하게 되면 그것은 아주 큰 죄가 되어 사회에서 영구 추방될 수가 있기에 말입니다. 도둑질을 하더라도 해서는 안될 물건을 하였고 그 물건은 크리스마스를 빛나게 하였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반기지를 않았다고 봅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그 무서운 추적자들은 도망간 노비를 잡으로 다니는 추노꾼처럼 무시무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당장 잡아가지를 않고 뜸을 들이면서 서서히 옥죄어 오니 그 자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입니다.”
그는 이제는 과거에 저지른 범죄에 대한 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수십 년이 흘러서 소멸시효가 끝났는데 법이라는 심판 보다도 두려움이라는 정신적인 응징을 받고 있었다. 무슨 큰 도둑질을 하였기에 아직도 그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자신도 그것이 큰 죄라고 느끼고 있단 말인가. 그 도둑질은 어찌 보면 상대편에서 먼저 도둑질을 해갔기에 하였던 응징이었는데도 또 최고 두목이 칭찬을 하여 주었는데도 말이다. 그에게 괴로운 일이 줄어들기는커녕 하나하나 더 쌓여만 갔다. 괴이한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을 찾아내기도 전에 또 하나 분노의 구타에 이어 도둑질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까지 차곡차곡 쌓여 그를 혼란의 동아줄로 결박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은 그가 발작적인 도발을 한 날이었다. 술에 만취하여 그가 미워하던 그 고참을 사정없이 패 버려 조직의 규칙을 어기는 큰 죄를 짓게 되었다. 그 죄는 사정하여 빈다고 끝나는 것도 집단적으로 체벌을 당한다고 해서도 안 되는 사면이 안 되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일시적으로 격리되었으며 그 기간에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그의 신분에는 지울 수 없는 문신이 새겨졌다. 그야말로 주홍글씨로 새겨진 문신이었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괴상한 것이었다.
“선생님, 다시 편지를 올립니다. 저는 술을 취하게 되면 말이 많아지고 더 취하면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욕하고 심하면 두들겨 패기도 합니다. 귀가 먹었다 보니 말을 못 알아들어 내 욕을 하는 것으로 여겨서 말입니다. 이제는 귀까지 멀어버렸으니 칭찬이 욕으로 들리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악마처럼 보여서 그를 혼내지 않으면 못 살 것 같아서 그렇게 합니다. 술을 깨고 나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천사와 같은데 왜 악마로 보였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분명히 술이 취했을 때 나타난 그 사람은 내가 그토록 저주하며 패고 싶었던 놈인데 말입니다. 어찌 도깨비처럼 순간적으로 변신해 버린단 말입니까. 그렇다고 후회하거나 술을 끊으려고는 하지 못합니다. 술은 옛날의 나를 비추어 보게 하는 요지경 같은 것이니까요. 그 술자리에서 앞에 앉아 욕을 퍼부었던 사람은 술 취하기 전의 사람과 다른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는 요즈음도 술자리에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또 만취하면 앞에 있는 사람이 악마로 보인다고 하니 정신질환이 맞는 듯하다. 그 무엇이 그를 악마로 변하게 하여 천사를 두들겨 팬단 말인가. 분명히 그가 말하지 않고 있는 비밀스러운 사연이 있는 모양인데 그는 함구하고 있었다. 그는 맨 정신에는 누구보다도 순하고 자비롭고 정직한 사람이었다. 그의 외면은 온화하게 보였고 내면은 보여주지 않으나 호수에 담긴 달같이 아름다운 느낌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두 극단을 오가는 그 한 사람의 이중성은 어디서 온 것이던가.
그는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다. 창원훈련소에 입소하여 처음으로 군대가 어떤가 하는 본때를 여지없이 보고 느꼈다. 국방의 의무를 위하여 입영하였지만 훈련과정에서 인권은 없었다. 오직 참고 인내하며 국가를 위하여 충성을 다하는 훌륭한 군인 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었다. 구타가 합법적이었으며 필요시에 절도도 인정되었고 음주는 금지되었지만 은연중에 눈을 감아 주었다. 그는 군대에 오기 전에는 술이 세기는 하였지만 만취하여 정신을 잃은 적은 없었고 폭언이나 폭력도 행사한 적이 없는 착한 애주가였다. 훈련소에 벌어진 살벌한 장면은 자기 목숨을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금언을 핑계로 용인되었고 미덕으로 치부되었다.
그는 덩치가 크고 리더십이 있다고 하여 소대 교육계를 맡았으며 훈련에 필요한 교보재를 관리하고 훈련을 지원하는 직책이었다. 훈련 중에 벌어지는 잘못을 조교가 책임지기도 더 큰 문제가 생기면 그가 맡고 있는 교육계에게도 내려왔다.
“이 새끼가 군대가 너그 집인 줄 아나. 왜 어영부영하고 너가 맡은 일을 제대로 안 하나. 지금 한번 매를 맞아야겠다.”
“이게 내가 휴가 가서 만들어 온 탱자나무로 만든 회초리인데 이것으로 한번 맞아 봐라.”
“맛이 어떻노. 너는 억울하지만 시범 케이스야. 교육계인 너가 먼저 맞아보아야 다른 애들이 겁을 먹고 잘 따라오겠지.”하고 그의 담당 조교가 한 말이었다.
그는 그때 손바닥은 물론이고 손등을 탱자나무 회초리로 맞았고 그 후유증으로 총을 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야외 훈련을 나갈 때 교보재를 등에 지고 총은 잡을 수가 없어서 팔로서 부둥켜안고 갔을 정도였다. 그것은 한 인간을 부조리한 군대에 적응시키기 위한 고도의 방책이었고 그 장면을 보고 나머지 훈련병들은 자신의 인권을 포기하고 노예처럼 승복하는 게 체질화되어 버렸다. 그로부터 6주 훈련의 반환점을 돌던 날 야간 훈련이 있었고 그 훈련장에는 이동주부들이 왔다 갔다 했다.
“야, 조군아. 우리 저 이동주부한테 소주나 한 병 사 마실래. 보아하니 팔려고 나왔으니 조교들이 눈을 감아주는 모양 같은데.”
“하하, 백군이 무슨 강심장이고. 걸리면 집단 기합을 받는 줄 왜 모르는가. 내가 전번에 탱자나무 회초리로 손등을 맞은 걸 안 보았나.”
“야 야, 조교들이 슬며시 자리를 뜨는 것은 알아서 팔아주라는 뜻이겠지. 그런데 소주 한 병이 양주 한 병 값이라고 하니 얼마간을 조교들에게 상납 안 하겠나.”하고 단짝인 거제도 출신인 백군과 나눈 대화였다.
그날 저녁은 지옥에서 천당으로 오갔다. 조교들이 훈련병들에게 이동주부를 이용하였다는 정황이 있다고 온갖 기합을 다 주었다. 대부분은 풍광빵이라는 도너츠를 사 먹었고 그와 백군은 그 비싼 소주를 한 병씩 사서 수통에 넣었었다. 조교들은 술을 산 놈들이 누구냐고 추달하였지만 그것은 쇼에 불과하였다. 그와 백군은 부대로 돌아오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갔다. 손에는 뽀빠이 한 봉지가 수통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 있었다. 그 둘은 변소 간에서 수통을 입에 대고 뽀빠이를 안주 삼아 단숨에 다 들이켰다. 그날은 정말로 황홀한 밤이었고 술맛이 그렇게 맛있는 날은 평생에는 없었다. 점호를 취하고 취침나팔이 불고 나서 잠자리에 드니 비로소 알코올의 기운이 번져오기 시작하였다.
“선생님, 다시 편지를 올립니다. 저는 한 번씩 꿈속에서 벌거벗고 팬티만 입고 밤거리를 헤매는 꿈을 자주 꿉니다. 분명히 옷을 입고 나왔는데 어디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나고 신발도 못 찾고 가방도 못 찾고 모자는 당연히 잃어버리고 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나를 그토록 괴롭히는 꿈은 어떤 연유에서 꾸게 되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 시골에서 남의 집 고구마 밭을 파헤치고 참외를 서리한 적은 있었는데 그게 죄가 되어 그런 건가요.”
그는 꿈속에서 무엇을 잃어버려 낭패를 당한 적이 많이 있었다. 팬티만 입고 돌아다닌다던가 구두를 잃어버린다던가 지갑과 안경을 분실한다는 가하는 것은 예사였다. 문제는 민망하게 팬티만 입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참으로 남사스러운 장면이었으니 꿈을 깨고 나서 그 후유증에 시달린 것이었다.
그날 그는 훈련소에서 그 중요한 물품인 사단 마크가 새겨진 훈련병 모자를 도둑맞았다. 훈련소 변소는 천정이 없이 노출되었기에 항상 변을 볼 적에는 모자를 손에 움켜쥐고 보라는 불문율이 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한참 용을 쓰고 용변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느 손이 머리 위로 들어와서 쓰고 있던 모자를 집어가는 게 아니던가. 변소 문을 열어 큰 소리를 쳤지만 범인은 이미 도망가고 잔변을 닦지 않고 잡으로 가자니 너무 늦어 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그는 또 조교로부터 자주 기합을 받았다. 중요한 관물인 모자를 분실하였으니 당연하였고 그 체벌은 합당하였다.
드디어 그는 훈련소에서 배출되어 자대로 배치받았고 3년간을 살게 될 주소지는 물론 집에 입주하게 되었다. 그 부대는 육체노동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공병대이었고 그의 적성에는 모르지만 체격에는 어느 정도 맞는 합리적인 배치였다. 그 부대의 단점은 노동이 무제한적으로 이루어져서 야간작업도 다반사이었던 점이다. 타 부대에서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은 정량을 초과한 급식과 술 마시는 것을 용인하는 범위를 넘어서 아예 권장한다는 것이다.
PX의 매상을 올려 가난한 중대장의 부수입을 올려 준다는 미덕도 있었지만 육체노동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묘약이 다름 아닌 술이기 때문이었다. 공병대에서 넘치는 시멘트나 합판을 철조망 너머로 보내서 조달하기에는 가난한 민간과 풍부한 군이 공생하는 미덕을 실천하는 방식이었고 부대의 음성적인 구호도 ‘잘 먹이고 잘 마시게 하라.’이었으니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문제는 과도한 음주 뒤에 벌어지는 하극상이라는 돌발 사태가 큰 문제이었다.
“이 졸따구들이 군기가 다 빠졌네. 언제부터 어영부영하고 준고참 행세를 하려고 지랄이고. 10분 후에 2.4종 창고에 집합하라.”
“김상병님, 우리가 열외를 하고 싶어 그런 게 아니고 상병님들이 열외 하여 식기도 안 닦고 불침번도 안 서니까 가만히 있으면 되겠습니까.”
“뭐라고 이 시팔넘이. 군대는 짬밥순이고 우리도 너그들이 당한 것만큼 당했다. 어디 곡괭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나.”
“그런데 늦게 군대를 온 권일병을 너무 괴롭히지 마시지요. 애들도 낳았고 가정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 새끼가 영 말을 제멋대로 하네. 더럽고 치사하면 군대를 왜 왔노. 군대가 어떤 덴데 본때를 보여주마.”하고 김상병과 조일병이 다툰 이야기였다.
그때 그의 동료들과 졸병들은 야전곡괭이로 곤장을 맞듯이 하여 엉덩이에 피가 흘러 팬티에 달아 붙어 떨어지지 않아 며칠간을 샤워도 못했다. 그때 조일병은 장가 간 권일병을 무자비하게 난타하는 김상병에 달려들다가 왼쪽 귀를 손바닥에 맞아서 고막이 나갔었다. 그는 부상으로 통합병원에 진료를 나갔는데 담당 군의관이 가해를 한 선임이 누구냐고 말하라고 하였는데 그냥 전봇대에 부딪혀서 그랬다고 하니 빙긋이 웃으면서, “그래도 공병대가 군기가 살아있네.”하고 말했었다.
그날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날이었다. 부대 내에서는 내무반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여 우수한 곳에는 막걸리를 한 말씩 하사하는 비공식적인 행사가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잘 생긴 히말라야시다가 제일이었기에 그런 나무를 조달하여야 했다. 야산에서 캐어 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주 멋진 것이 있으면 훔쳐오기도 하였다. 군대 내에서 필요한 물건은 훔치고 하여 순환되니 그 물건들의 총량은 국방부의 입장에서는 변동이 없는 것이었다.
그 몇 달 전에 그의 내무반에서 사용하는 식기가 전부 도난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고참들이 식기가 없어서 야전 항고에다가 배식을 하여 비상이 걸렸다. 그날 저녁 야음을 틈타 인근에 있는 군수지원단의 식기보관함을 털어서 분실분을 보충하고 여분은 내무반 천정 위에 보관하였다. 도난사고인데도 헌병대에 신고를 하지 못하는 군대만의 불문율이 침묵을 지켜주게 하였다. 국방부의 물건은 총량은 언제나 일정하니까.
그는 동기 전우들 몇 명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 조달을 나갔다. 그 부대는 전통적으로 그의 부대와 사이가 안 좋은 군수지원단이었다. 예전의 식기함 도난사건이라던가 세탁물 걷어가기 등 크고 작은 혐의점이 많은 부대이었으니까 당연했다. 그 부대 입구에는 멋지게 생긴 히말라야시다가 잘 자라고 있었다. 그 물건은 국방부 물품에 등록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부대의 상징처럼 대접받고 있는 나무였다.
그날밤 군수지원단 입구의 보초가 자리를 비우는 순간을 틈타 그 일행은 아주 잘 드는 공병톱으로 단 몇 초 만에 나무를 잘라서 도망쳐 왔다. 그사이에 보초는 몇 초 사이에 그 임무를 성실히 하지 못해서 부대의 명예를 잃게 하였다. 그 나무를 비처에 숨겨두었다가 서서히 트리를 장식해 나갔고, 크리스마스 때 부대 내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막걸리 한말과 부식을 부상으로 받았었다. 크리스마스트리 도난사건은 사회에서는 도둑질이었지만 군대에서는 죄가 되지 못했던지 헌병대는 조용했다.
그날은 그에게 아주 불행한 날이었고 상대는 불명예스럽게 당한 날이었다. 그전에 그의 귀에 장애를 일으킨 무리들에게 응징의 시간이 왔고 그 선봉에는 목포출신이며 장가를 간 권일병이 앞장을 섰다. 그의 동료들은 취침점호가 끝나자 철조망 너머 아리랑집에서 조달해 온 술로 만취가 되었다. 내무반에 들어와서 가슴에 한이 맺힌 권일병이 이성을 잃고 고참인 김상병을 깨워서 난로에 벌겋게 달은 탄꼬챙이를 들고 그를 위협하였다. 김상병은 사색이 되어 잘못을 빌었고 그는 모포에 탄꼬챙이를 들여대니 불꽃이 일어났다. 그는 말리지를 않았고 권일병이 분풀이를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다음 날에 그의 동료들은 저녁 일과 후에 창고에 집합하였고 김상병의 동료들은 권일병을 포함한 그의 동료들을 구타하기 시작하였다. 또 다른 고참인 박상병이 그에게 주먹을 날리고 손바닥으로 오른쪽 귀를 때리는 게 아니던가. 이미 왼쪽 귀를 상했는데 오른쪽 귀를 때리니 그는 순간적으로 야수의 마음으로 변했다. 그는 날아오는 박상병의 손을 잡아 재치고 동시에 복부에 펀치를 한방 날렸다. 그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반사적이었고 보호본능의 작동이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그의 주먹에 맞은 박상병은 일어나지를 못했고 급기야 중대장을 비롯한 인사계까지 그 사건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하극상이라는 죄를 지었고 그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였다. 그다음 날 그는 사령부 헌병대에 끌려갔고 4박 5일간 콩밥을 먹고 잠을 자고 나왔다. 나오는 날 인사계가 마중을 나왔고 내무반에는 두부 한모에다가 김치를 넣은 라면이 준비되어 있었다.
“선생님, 이제 마지막으로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그간 선생님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많은 걸 생각하고 느꼈습니다. 나의 정신적 장애의 원인을 술 때문이라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술로 인해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그것으로 피해의식을 느꼈으며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요새는 선생님 집을 밤늦게 찾아가는 일이 없어 무척 다행스럽습니다. 다음번 길가에서 만나면 술 대신 커피나 주스를 한잔 대접할까 합니다. 저가 귀가 먹어서 말을 잘못 알아 들으니 그냥 웃기만 하면서 말없이 보냅시다.”
그가 지금껏 보낸 편지는 실제로 발송되지 않았고 컴퓨터에 폴더를 만들어 그 안에 고스란히 문서번호를 붙여 저장되어 있었다. 왜 작성만 하고 발송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가 없었고 짐작하건대 적어 놓고 보니 민망하기도 어리석기도 하여 발송을 유보하여 차곡차곡 컴퓨터에 쌓아놓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집주인이라는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를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였다. 그 편지를 모두 출력하여 친한 선배에게 보여주었더니 놀라면서 한말이었다.
“아우야, 너가 그렇게 술로 인하여 오랜 기간 동안 헤매었단 말이냐. 또 군대에서 술로 인해 사고를 치고 두들겨 맞아서 귀를 다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단 말이냐.”
“예, 형님. 저가 군대 가기 전에는 폭음을 안 했는데 그곳에서 여러 가지 사건 때문에 폭음이 습관화되고 폭력적으로 변한 모양입니다.”
“허허, 그 점을 인정하니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니 우리 아버지가 남긴 전번에 준 책 속의 글을 명심하면 안 되겠나. 아버지도 술을 끊으므로 해서 해결되었었지.”
“이 모든 게 너가 지은 죄에 대한 과보이니까 수용해야 한다. 귀가 먹은 것은 억울하지만 살아서 돌아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말이지.”
“전번에 주신 책 속의 글을 읽어 보고 많은 것을 느꼈는데 실천해야겠습니다. 그 글을 허락받아 옮겨 써도 되겠습니까.”
그는 그의 선배의 선친이 남겼던 글을 저작권에 대해 허락을 얻어 인용하여 올리면서 낮과 밤, 맨 정신과 혼미를 오가면서 나누었던 이야기에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그 글의 제목은 ‘광부와 이별하며’이다.
" 평생을 지기로 사귀어 온 그는 성을 주씨라 하고 이름을 청탁이라고 하며 호를 광부(狂夫)라고 한다. 그는 40년 동안을 그림자처럼 따랐으니 나를 지극히 사랑하였다.
오늘 그와 아쉬운 이별에 즈음하여 광부의 공과 허물을 따져 보기로 한다. 지루한 저 여행에서 마른 목을 축여 피로를 잊게 하던가 하면 언제나 곁에서 우울을 달래주고 즐거움을 함께 하지 아니하였던가. 유리같이 맑은 밤하늘에 밝은 달을 읊고 때로는 산과 물을 찾아 신골에 스미는 청량을 느끼게 하였지.
그런가 하면 저 바닷가에서 더위를 씻고 백로와 함께 즐겼고 늦은 봄날에 다정한 꽃잎과 이별을 아끼고 단풍이 손짓을 할 때면 언제나 마중을 나왔으니 이는 광부가 나에게 베풀어준 인정이기에 차마 헤어질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대가 숨기고 있는 얄미운 마성이 나로 하여금 광태를 유발하게 하여 기쁨과 슬픔이 한계를 넘고 언어와 행동이 거칠어져 남에게 빈축을 산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육십의 고개에서 그대를 가까이하므로 자주 몸에 아픔을 느끼게 하니 어찌 헤어지지 아니하겠는가.
자리를 바로 잡고 조용히 타이른다. “동지를 배반하여 노엽다 할지 모르나 인생의 사양에서 흐트러진 조행을 바로 잡고 혼미한 정신을 가다듬어서 할 것인즉 그 호탕한 풍도로 소량한 나를 양해하고 멀리 떠나 주면 어떻겠는가?”
광부는 흐느끼는 듯, “내가 그대와 40년의 풍상을 함께 하였으나 당초에 그대의 몸과 정신을 흐리게 할 뜻이 아니었거늘 나의 본성을 알고도 함부로 마시던 그 여독의 책임을 어찌 나에게만 돌리려 하는가?”하고 헤어지기를 꺼려하는 눈치다."
광부는 이제 더 이상 광부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를 광부로 만든 것은 자신이 아니었고 술이었으며, 술도 그 책임을 다 질 수 없는 억울함이 있었다. 술을 마시도록 하고 또 광분하게 만든 것은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고 그것은 신성한 의무이었기에 모든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였다. 지금 광부와 이별한다고 선포하였으니 그토록 다정했던 그를 다시 만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