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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Aug 18. 2021

우리 반 모두 100점입니다!

[학교이야기 01]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시험

"지금부터 수학 1단원 평가를 시작합니다."


6학년이 되고 처음 보는 수학 단원평가.

민규를 포함한 반 아이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필기도구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전 1단원이 끝나면 단원평가를 본다고 예고했기 때문에 '올 것이 왔구나'라는 표정이었다. 이미 지난겨울 방학 때부터 6학년 선행학습을 하고 수업시간에 열심히 공부한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 없고 걱정스러운 눈빛이 역력했다. 특히 수학의 사칙연산도 힘들어하는 민규는 벌써부터 시험 거부를 위한 반항의 몸짓을 준비 중이었다.


  "자, 시험지를 나눠주겠어요."


시험지를 받자마자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그냥 흰 종이인데요?"


  "이름 쓰는데 말고 내용이 아무것도 없어요."


  "시험지 맨 위에 이름을 쓰고 수학책을 펴세요."


모든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면서 수학책을 책상 위에 꺼내놓았다.


  "오늘 수학시험은 여러분이 1단원에서 꼭 알아야 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차시별로 수학책에서 찾아서 쓰고, 직접 푸는 겁니다. 계산문제뿐만 아니라 문장제 문제도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객관식, 주관식도 골고루 섞어도 좋습니다. 문항수는 20개이고 시간은 2시간입니다."


  "선생님, 이 시험지 점수 인정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우리 반 모두 100점이면 시험 끝나고 1시간은 자율활동시간을 주겠습니다."


한껏 긴장해있던 얼굴들이 하나둘씩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뀌고 걱정스럽고 자신 없어하던 눈에서는 어느새 빛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한 명도 빠짐없이 이렇게 눈에 빛을 내며 상기된 표정으로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던가? 교실에서는 수학책을 넘기며 시험지를 써 내려가는 소리만 들렸다. 각자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찾아서 시험지에 쓰고 문제를 푸는 것을 반복한다. 선생님이 프린트해온 시험지만 풀어오던 아이들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중요한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완벽한 시험지를 만들기 위해 쉬지도 않고 집중해서 시험을 계속해 써 내려갔다.


시험시간이 끝나갈 무렵, 완성된 시험지를 제출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았다. 시험지를 살펴보니 내가 낸 것보다 더 알찬 다양한 형식의 문제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이들이 낸 시험문제 중 하나씩 골라 다 함께 풀어보며 문제 수준이 상중하 고루 분포되고 중요한 내용이 빠짐없이 들어 있는 것에 모두 놀라며 문제를 낸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여러분이 제출한 시험지를 확인해보니 우리 반 모두 100점이네요. 자, 약속한 대로 1시간 자율활동시간을 갖도록 하겠어요."

  

아이들의 시험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기초학력이 떨어져서 6학년 수학 수업을 힘들어하던 민규는 시험문제를 만들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칙연산 20문제를 스스로 만들어 풀었고, 6학년에서 배운 1단원 내용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혼자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며  40문제를 모두 풀어서 200점을 맞았다.


  "우와, 저 수학 100점 아니 200점 맞은 거 처음이에요. 이거 사진 찍어서 엄마한테 지금 보내줘도 돼요?"


수학 시간에 한 번도 표정이 밝지 않았던 민규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국어 시험도 마찬가지로 긴 본문이나 참고 글만 시험지에 써주고 그 글과 관련된 문제는 책을 참고하여 직접 만들고 다 푼 다음, 한 명씩 나와서 자신이 낸 문제 중 하나를 모두에게 출제하여 함께 풀어보며 마쳤다.


여태까지 우리가 본시험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점수에 따라 순위를 정하는 행위였고, 출제자가 낸 것이 무엇인지 그 의도를 파악하며 맞춰가야만 했다. 내가 그 시간에 무엇을 알게 되고 나와 어떤 관련이 있으며 앞으로 살아가는데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는 생각해볼 틈도 없이 무조건 외우기 바빴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같은 지식도 사람에 따라 그 쓰임이 다를 터인데 줄 세우기 식 경쟁구도는 개인이 아닌 집단의 목적에 부합하는 사람 찾기로써 이 사회를 움직이고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각자의 능력과 개성을 살려 모두가 각각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100점인 시험은 당연한 결과이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이다!

각각의 우주가 서로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


[단원평가 후 부모님께 보낸 문자]

이번 주도 즐겁고 알차게 보낸 한주였습니다. 특히 오늘은 그동안 배운 국어, 수학 1단원평가가 있었는데 우리 반 학생 모두 올백을 맞은 기분 좋은 완벽한 시험이었습니다! 배운 내용 중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골라 문제를 만들고 푸는 시험이었는데 이 방식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님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방식으로 공부에 자신감뿐만 아니라 기억하는데도 훨씬 효과적인 시험방식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풀기만 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문제를 다양한 형태로 만들고 풀면 뇌가 더 능동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여서 공부 효과도 매우 높아집니다. 그리고 시험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긴장감을 줄여주고 공부에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방법입니다. 다음 공부할 때 집중도도 높아지고요^^ 우리 반 한 명도 빠짐없이 최고 성적을 거두었으니 아낌없는 칭찬을 주시고 사기진작을 위해 맛난 것도 함께 드시면서 한 주간 학교생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감사편지도 있습니다~ 내 아이에게 고마운 점, 잘하는 점이 티끌만큼이라도 있다면 태산처럼 크게 표현하십시오! 아이의 뿌리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행복하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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