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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Aug 18. 2021

검은색만 쓰면 어때!

[학교이야기 02] 검은색연필만 쓰는 아이

사람들은 모두 속도가 다릅니다.

각자의 속도대로 가면 됩니다.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1학년은 필력을 키우기 위해 3월 한 달은 선긋기와 색칠하기를 매일 한 장씩 합니다.

선긋기 순서는

가로선 긋기,

세로선 긋기,

대각선 긋기,

지그재그선 긋기,

물결선 긋기,


그리고 난 후

한글 자음 쓰기,

한글 모음 쓰기,

글자 쓰기로 넘어갑니다.


1학년 아이들은 바른 글씨를 위해 1학기 동안은 색연필로 선을 긋고 글씨를 씁니다. 매일 선긋기를 한 장씩 하다 보니 색연필을 많이 쓰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색을 먼저 사용하고 여러 가지 색을 날마다 바꿔가며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의 색연필은 돌리면 나오는 형식의 색연필이 많은데 책상에서 자꾸 떨어뜨려서 색연필심이 잘 부러집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색연필이 부러지면 다른 색연필로 바꿔서 사용합니다. 어느 날 아침, 한 아이가 선긋기를 하지 않고 있어서 다가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색연필이 없어요."


"색연필이 여기 많이 있는데?"


"검은색연필이 없어요."


"다른 색으로 쓰면 되지 않니?"


"전 검은색만 써요."


"그럼 선생님 꺼 빌려줄게. 이걸로 선긋기 할래?"


"네."


그렇게 말하고는 제가 빌려준 검은색연필로 선긋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는 글씨를 쓸 때도 색칠할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검은색연필만 썼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의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님, **이가 검은색연필만 쓰네요."


"선생님, 정말 제가 아무리 말해도 다른 색은 쓰지를 않아서 속상해 죽겠어요.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검은색연필을 문구점에서 많이 사다 놓으세요."


그리고 1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얼마 전까지 그 아이는 검은색연필만 계속 썼습니다. 그리고 1학기가 다 끝나갈 무렵,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림 그리고 색칠하며 놀면서 가끔씩 다른 색연필을 쓰다가 색연필 통에 있는 색을 이것저것 번갈아가며 잘 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속도가 다릅니다.

좋아하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다 다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한다고 해서 똑같이 꼭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남과 다르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믿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난 나의 속도대로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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