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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WATNEUNGA Aug 06. 2022

폭풍우 치는 밤에

#천둥번개멍 #제주도 성산일출봉 #플레이스 캠프 제주

  어릴 적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면 집 옥상에 올라가 구경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 집은 지붕이 평평한 양옥집으로 바로 앞에 탁 트인 논과 저 멀리 높은 산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우르릉 쾅"


  폭풍우가 몰아치기 바로 전, 멀리서부터 천둥소리가 들려오면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옥상 끄트머리에 얼굴만 내밀고 숨어 앉아 번개 치는 것을 한참 동안 구경했습니다. 저 높은 하늘로부터 산꼭대기로 내리치는, 큰 나뭇가지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보이는 번개 줄기를 볼 때면 왠지 모를 짜릿함이 느껴졌습니다. 천둥이 친 후 번개가 칠 때까지 기다리는 그 잠깐 동안 마음속으로 카운트다운을 하는 순간도 좋았습니다.


  '하나, 둘, 셋......'


  드디어 '번쩍'하고 번개가 치면 마치 번개가 제 몸을 뚫고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형언할 수 없는 통쾌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땐 번개 칠 때 높은 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걸 몰랐습니다!

시골 집앞 풍경

  세월이 지나 그 사실을 아는 지금도 여전히 번개가 치기를 기다리며 제주도 성산일출봉 앞 숙소 옥상으로 뛰어올라와 있네요:) 어린 시절 설레게 했던 무언가를 떠올리며 저와 함께 불멍 말고 천둥번개멍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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