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4 씨쯤 되면 사무실에 이런 빌런들 꼭 있다

by 김복둥

빌런 : 복둥씨 뭐 없나?

복둥 : 네?

빌런 : 뭐 먹을 거 없나 해서 말이야. 당이 떨어져서 그런가 힘이 없고 살짝 출출하네.

복둥 : 캐비닛 열어 보시면 과자 있을 거예요.

(내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이미 캐비닛을 뒤지다가)

빌런 : 어! 이거 빈츠네! 내가 젤 좋아하는 건데 ㅎㅎ 복둥씨 고마워! 움냡움냠움췩쩝쩝 몇 개 더 가져가도 괜찮지? ㅎㅎ


전국의 어느 회사에 가더라도 오후 3-4시쯤이 되면 이런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뭐 먹을 것 좀 없나’ 하면서 사무실을 배회하는 빌런들 말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당 떨어짐‘을 호소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다 남은 과자나 빵, 샌드위치 같은 것들이 없는지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점심을 패스했냐고 물어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11시 반쯤 나가서 샤브샤브 칼국수에 볶음밥까지 뽀지게 먹고 왔단다. 점심도 잘 먹었는데 왜 그럴까. 답은 거기에 있다. 오히려 점심을 너무 잘 먹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무슨 말이냐고? 사람은 혈당이 어느 정도 이하로 떨어지면 급격히 허기를 느끼고 음식을 찾게 된다. 그런데 인간의 몸은 혈당을 항상 일정한 수치로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럼 왜 혈당이 정상수치보다 낮게 떨어졌을까? 이런 걸 가리켜 전문용어로 ‘반응성 저혈당‘이라고 한다


반응성 저혈당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한 뒤 인슐린 과다 분비로 인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상태입니다.


그렇다. 반응성 저혈당은 혈당이 너무 높아서 생기는 저혈당 증상이다. 식사 후 혈당이 너무 급격하게 상승한 나머지 몸의 시스템이 급히 혈당을 낮추기 위해 슐린을 과잉 분비한 결과 혈당을 정상수치보다 더 낮춰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저혈당으로 배고픔을 느낀 빌런들은 뭐 먹을 거 없나 하고 사무실을 배회하게 되는 것이다.


혈당이 천천히 적정한 수준만큼만 올랐다면 인슐린도 적당히 분비됐을 터. 그랬다면 혈당이 떨어지는 속도도 완만하고 정상수치 아래로 혈당이 과도하게 떨어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반응성 저혈당이 무서운 이유는 사람을 일종의 반복적인 음식중독 무간지옥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단순당과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고혈당 유발 음식 -> 혈당 스파이크 -> 인슐린 과다분비 -> 반응성 저혈당 -> 나 당 떨어지는 거 같애 -> 액상과당이 들어간 음료나 과자 같이 혈당을 급속도로 빨리 올릴 수 있는 음식을 찾게 됨.-> 다시 혈당 급속도로 상승 -> 인슐린 과다분비’의 악순환을 일어나서부터 자기 전까지 겪게 되는 것이다.



3-4시에 ‘당 떨어지는’ 증상을 겪지 않으려면, 답은 점심에 무엇을 먹을 것인지에서 찾아야 한다. 혈당을 급속도로 올리는 단순당과 정제탄수화물을 피하고, 야채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먹는 거꾸로 식사법, 그리고 식후 15분 정도만 걸어도 혈당 스파이크는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그동안 3-4시만 되면 당 떨어져 고생했던 모든 직장인들이여, 내일 점심부터는 혈당 스파이크를 한 번 피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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