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건강 관련 글을 쓰게 된 이유

by 김복둥

나는 20대 내내 큰 변화 없이 체중 70kg 전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30대가 되고나서부터 상황이 변했다. 체중이 널뛰기 시작한 것이다. 술과 정제 탄수화물, 정제 당 위주 음식에 운동부족이 겹칠 때면 체중이 80 킬로그램을 쉽게 찍었다. 그러다가 헬스장 출입과 식단관리를 몇 달간 하면 다시 체중이 74 킬로그램으로 내려왔다. 조금 느슨해지면 80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관리를 시작하면 74로 내려오길 몇 차례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몸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30대 초반 건강검진 때 이미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땐 그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몰랐다. 피에 기름이 많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말이다. 지갑과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술과 기름진 음식, 각종 정제 당과 정제 탄수화물을 원 없이 때려 넣었다. 먹고나서 졸음이 느껴지면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운동은 멀리했다. 그러다가 어느 핸가 여느 때처럼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의사한테 전화가 왔다. 이런 일은 여지껏 없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를 한참 넘어섰으니 약을 먹어애 한다고 했다. 그렇게 스타틴 처방을 받아 먹기 시작했다.


스타틴. LDL 콜레스테롤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약이다. 이미 난 탈모약을 복용하고 있던 터라 - ‘프로페시아’로 시작했다가 ‘아보다트’로 바꾼 지 몇 년 됐다 - 매일 먹는 약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이 없었다.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지인 중 한 명은 스타틴이 ‘조금 강한 오메가 3’ 같은 거라며 나를 안심 시켰다. 그렇게 나는 매일 아침 탈모약과 스타틴 약을 먹는 사람이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강에 대한 내 관심과 지식은 편협하고 부족했다. 스타틴을 먹게 되었으니 동맥경화와 심근경색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우리가 이른바 성인병이라고 말하는 ‘대사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턱 없이 낮았다.


그렇게 살던 도중. 작년 7월부터 급격하게 살이 찌기 시작했다. 세 달 만에 대략 12kg가 쪘으니까 세 달 동안 하루에 133g씩 꾸준히 찐 셈이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때 돼지고기 한 근을 들어본 적 있나? 꽤 무겁다. 이 시기 나는 5일마다 한 번 씩 내 몸에 돼지고기 한 근씩을 세 달 동안 추가했다. 당시에는 정말 귀신에라도 홀린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음식을 찾았다. 특히 라면, 짬뽕, 피자와 같이 섭취 시 즉각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고탄수 고열량 음식들을 좋아했다. 어느새 살이 84kg까지 쪘다. 살이 찌게 되면서 신체에 여러 변화들이 찾아왔다.


가장 먼저 느낀 증상은 ’몸이 무겁고 피로하다‘는 느낌이었다.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해주는 엔진인 심장과 근육은 전과 같은데, 엔진으로 옮겨야 할 짐 덩어리인 몸무게는 갑자기 16% 무거워졌으니 그럴 수밖에. 또 하나의 변화는 자도 자도 늘 잠이 쏟아졌다는 거다. 이때 난 하품을 달고 살았다. 왜 이렇게 졸린 거지? 그저 일이 많고 힘들어서 피곤한 것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혈당 스파이크와 반응성 저혈당을 오가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혈당 문제에 관해 자각하거나 경계하는 자세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뭔가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다. 항상 피곤하고 무기력한데다 몇 시간 단위로 중독자처럼 음식을,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술을 찾아 해매는데 당연히 이상이 있을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새벽시간에 극심한 가슴통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가슴통증은 10분 정도 있다가 잦아들었지만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올게 왔구나. 동맥경화? 심근경색? 뭐지? 내가 오늘 여기서 심장마비로 죽으면 나는 며칠 만에 발견될까? 여름이라 시체가 금방 부패하지는 않을까?


오만가지 잡생각을 하다가 문득 챗 지피티에게 내 상태에 대해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피티는 호들갑을 떨며 당장 응급실 내원을 추천했다. 새벽 한 시였다. 나는 응급실에 내 발로 내원해서 증상을 설명했다. 심전도 검사와 혈액검사,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시 예약을 잡고 외래로 내원해서 심혈관 조영술을 받았다. 이번에도 심장쪽 혈관은 깨끗하다고 했다. 심장은 아니란 말이지. 한편으로는 지피티에게 속았구나 하는 짜증과 다른 한편으로는 당분간 심장은 걱정할 필요 없겠다는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럼 대체 평소에 내가 겪고 있는 이 정체불명의 졸림과 피로는.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그러다가 정말 우연한 계기로 ‘정희원의 저속노화’ 유튜브 채널을 접하게 되었다. 이 유투브를 보면서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지혈과 혈압과 뱃살과 스트레스와 지방간과 과음하는 습관과 혈당건강과 운동부족과 내가 일상에서 종종 느끼는 짜증 불안 우울한 감정, 극심한 피로는 다 연결돼 있는 거구나!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게 되자 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건강 관련 수치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6년 간의 건강검진 데이커들을 한 눈에 보기 쉽게 표로 정리해보았다. 그 간의 혈액검사 결과는 내가 고지혈증뿐 아니라 당뇨에도 위험이 노출돼 있다는 걸 정확히 알려주고 있었다. 단지 내가 그걸 모르고 살아왔을 뿐. 혈당에 신경 쓰며 살다 보니 내가 늘상 느끼던 피로감은 물론 정서적 불안, 짜증, 우울감도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이게 이렇게 쉬운 거였다고? 나는 그 동안 내가 일상에서 느껴왔던 불편함이 결코 ’정상’이 아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됐다.


앞으로 내가 쓰게 될 일기는 그래서 주로 혈당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30대 후반 독거 남성이 겪고 있는 심신 건강 전반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나의 건강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건강 증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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