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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Feb 10. 2022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93)

시아버지가 눈에 가시?

9월 (2006년)


같은 간호원들이 계속 오면 환자를 소홀히 하기가 쉬운데 환자를 돌보는 가족 역시 매일 반복되는 일 인지라 나태해 지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실수를 할 수가 있다. 시아버지가 휠체어에 앉지 않는 이후로는 간호원들이 이틀마다 한 번씩 오는데 간호원이 오지 않는 날은 내가 시아버지를 씻기고 면도를 해야 한다. 시아버지는 비듬 자이기도 해서 한번 씻기고 나면 침대에 비듬이 쫙 깔리곤 한다. 대패질을 하고 난 후 톱밥이 떨어져 있듯이 말이다. 간호원 회사 사장 남편도 간호사인데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정말 성의 없게 시아버지를 씻기고 가서 잔소리를 한번 했더니 여사장이 화가 났다. 잘못한 게 분명해서 그랬는데 그 이후로  내게 불평을 하면서 우리 시아버지가 눈에 가시라고 한다. 그동안 여러 간호원들의 실수를 눈감고 넘어갔고 지나치다 생각될 때만 지적을 하곤 했다. 사람은  현실적이어야 하니까 백 퍼센트 맘에 맞는 간호원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리 쉽게 간호원 회사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남편 게르하르트를 돌보는 아니타 네링이란 여자는 삼 년 안에 벌써 간호원 회사를 다섯 번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게 다 때가 있는 건데 이제는 간호원들을 오지 말라고 해야겠다생각했다. 그래서 편지를 써서 우리 아버지가 당신 눈에 가시가 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는 없다며 다음 달부터 더는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시아버지를 돌보러 온 간호원들과 얘기를 했더니 자기 사장 요즘 제정신이 아니라며 당신처럼 성의 있게 시아버지를 돌보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며 자기 같아도 해고할 것이라며 흥분하는 것이었다. 간호원 회사에 직원들이 나를 이해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이쁘고 똑똑하고 착한 멜라니도 자기 사장이 이번 주에 두 명의 간호원을 잘랐고 그런 식으로 사업을 어떻게 하냐며 펄쩍 뛰었다. 당신들이 뭐가 부족해서 그런 소리를 듣냐며 간호원 회사가 얼마나 많은데 나 같으면 당장 자르겠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환자를 성심성의껏 대하는 당신이 더는 우리 집에 오지 않는 게 유감이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고 했고 월말이 지나고부터는 간호원들이 더는 오지 않았다. 그동안 오 년 육 개월 수없는 간호원들이 우리 집을 드나들었다. 낯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우리 집에 드나드는 것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으며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기 마련이다. 이제 더는 간호원들이 오지 않고 나 혼자 시아버지를 돌보기로 한다는 것은 내게 일이 더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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