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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일, 하루 5만원으로 떠난 세계여행

0화_'나'를 알아가는, 찾아가는 여행_ 5대륙(30개국)

by 정재훈

프롤로그


나는 대학교 4학년이었던, 평범히 공부를 하던 24살의 공대생이었다. 성적에 맞추어 대학에 입학하고, 나이가 들어 군대를 가고. 전역하고는 취업 준비를 하며 별 다른 일 없이 살아가는 그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한 청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사람. 그러던 2022년 8월, 쉼 없이 공부만 하던 내게 살면서 처음 ‘번 아웃’이 오게 된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도서관에 매일 출석하던 때, 어느 순간부터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험을 코 앞에 두고 있었지만, 몇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집중력. 이때 왠지 모를 서러움과 두려움이 내게 다가왔다. 무엇이 두렵고 서러웠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저 불안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나는 시험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계속해서 나갔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라는 이 시기 취준생들이 대부분 느낄만한 그런 생각.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과 생각에, 나는 ‘인생’에 대한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1주일정도 혼자 끙끙 앓다, 어두운 나의 표정에 엄마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니?’라고.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다. 왜 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저 단 한 문장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진정을 하고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꼬인 감정과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지금까지 내 인생의 목표는, ‘사회가 정해준 틀 안에서 취업을 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들처럼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를 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무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마 대부분이 나처럼 그런 평범한 삶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살아왔을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나’를 모르는데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 하염 없이 걷는 것이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그래서 교과서 같은 나의 삶을 잠시 뒤로하고, 나는 1년간 쉬어 가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내리고는 곧바로 휴학 신청을 했다. 그제서야 마음속에 꼬여 있었던 실타래가 조금은 풀린 기분이 들었다. (시험도 이번에는 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1년을 쉬려고 하니, 무얼 해야 할 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생의 갈랫길에서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길을 가려니 또 다시 머리가 복잡했다. 그때 엄마가 내게 ‘세계 여행 가 보는 건 어때?’라고 말했다.

여행 유튜브를 보며 한 번쯤 가 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은 해 보았지만, 내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기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세계 여행’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알 수 없는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차피 내 인생의 변화를 주고 싶었던 찰나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동남아를 제외하면 해외를 나가 본 적이 없어서 세계 여행에 필요한 돈이 얼마나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사천리로 여러 블로그와 유튜브를 찾아보며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하루 5-6만원 정도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휴학을 무한정 할 수는 없었기에 내년 8월까지의 시간을 계산해보니 대략 300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300일간의 여행 경비로 대략 2000만원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때마침 내게는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 투자로 벌어 놓았던 돈이 대략 2500만원이 있었다.


속전속결로 모든 결정을 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가장 저렴한 편도 티켓으로 ‘싱가포르’ 행 비행기를 구매했다. 그렇게 2달 뒤인 2022년 10월 27일, 나는 내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이자 변화인 ‘세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준비 과정


내게는 2달 정도의 시간이 있었고, 준비를 할 시간은 충분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 과정 또한 내게는 너무 소중한 기억이기에 정리해 보려고 한다.



실제 여행 가방들

여행 가방 ( 킬리 40L(50L확장) 배낭 - 11만원 , 콜롬비아 30L 배낭 - 6만원 )

살면서 이렇게 긴 여행을 가 본적이 없었기에, 당연하게도 큰 가방은 없었다.

여러 후기들을 살펴보며, 내게 맞는 크기의 가방을 찾아보았다. 정말 오랫동안 고민

을 하다가 어차피 가방은 금방 지저분해 질 것으로 판단해서 중고로 구매했다.

(1회 착용이었는데 완전히 새 것이었고, 11만원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전자기기는 수화물에 맡길 수 없기에, 기내용 가방을 하나 더 구매했다.

이 가방 또한 중고로 구매했는데, 비닐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가방 내용물


큰 배낭(메인 가방_킬리 40L) - 무게 17Kg

속옷(반팔 포함) 4세트 / 기능성 반바지 (2) / 잠옷 긴,반 바지 각 (1) / 기모 후드,긴바지 각 (1)

/ 기능성 긴 바지_등산복 (1) / 긴 팔 티셔츠 (1) / 운동화 (1) , 크록스 (1)

/ 짧은 야상 (1) / 침낭_네이처하이크 3계절용 (1) / 렌즈 (50일치) / KF94마스크 (20)

/ 비상약 / 손톱깎이 세트 / 빨랫줄 (2) / 스노쿨링 마스크 세트 (1) / 도시락 통(1) / 수저 세트 (1)

/ 비상용 공기계 (1) / 모자 (1) / 히트텍 상 하의 (1) / 팔토시 (1) / 샴푸 100ml / 클렌징 폼 100ml

/ 선 크림 100ml / 치약,칫솔 각 (1) / 튜브 고추장 100ml / 맥가이버 칼 (1) / 라면 (4)

/ 스포츠 타월 大 (1) / 비상용 현금 (300달러)


기내용 가방(보조 가방_콜롬비아 30L) - 무게 10Kg

노트북,충전기,무선 마우스 / 보조배터리 (20000mAh) / 각종 충전 케이블 / 목베개 (1) / 데일밴드 (10)

/ 선글라스 (1) / 스포츠 타월 小 (1) / 각종 서류(여권 사본/황열병 사본 등) / 모자 (1) /가벼운 바람막이 (1)


작은 가방(여권 가방) - 무게 1Kg 내외

여권 / 지갑 / 볼펜 (2) / 데일밴드 (5) / 칫솔,치약 각 (1) / 줄,무선 이어폰 각 (1)


*각종 서류 및 여행 준비


예방접종 (국립중앙의료원,보건소)

B형 간염 : 보통 어릴 때 접종 완료

A형 간염 : 1,2차 접종 필요(같은 회사의 약품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을 들었다)

파상풍(Tdap) : 군대에서 맞아서 10년간 유효

황열 : 볼리비아 방문을 위해 접종 및 증명서 발급

장티푸스 : 보건소에서 접종(가격이 저렴하다)

콜레라 : 약의 부작용이 있다고 하여 처방받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나는 이번 여행을 위해, A형 간염 예방 접종과 황열 예방 접종, 장티푸스를 맞았다.


각 나라 별 비자 및 체류 기간

비자 사진 : 인도,미국 용으로 사이즈 별로 준비


체류 기간 : 여행 예정일이 300일이었기에, 동남아시아 3개월, 인도 1개월, 유럽 3개월, 남미 3개월 을 처음 목표로 잡았었다.


비행기 티켓(편도 티켓)

싱가포르 행 편도 티켓 (수하물 포함 20만원)


숙소

싱가포르 2박만 예약


환전 및 카드

비상용 달러 300$

해외 여행 체크카드 master, visa 각 2장씩

국제 학생증 ISIC 발급


영어 공부

유튜브 및 블로그로 2달간 여행 영어를 준비했으나, 사실상 하지 않았다.


여행지 선정

비용적인 문제로, 가장 싸고 가까운 곳 부터 출발하기로 결정해서 싱가포르를 첫 국가로 결정했다.

그에 이어 육로 이동을 해 보고 싶어서 동남아 여행을 첫 번째로 선정했고, 인도와 유럽, 남미에서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어서 다음 대륙을 결정했다.


계획대로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행을 하며 마음 가는대로 해 보기로 결정했다.



일상의 평범함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 나의 이야기를 차곡 차곡 꺼내어 보려고 한다.

1일차부터 집에 다시 돌아오는 483일차까지.


무엇이, 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정말 여행에서 '나'를 찾고, 알아갔는지.

평범하면서도 특별했던 나의 세계여행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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