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풍요 속, 관심이라는 희소한 자원
"정보의 홍수는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의 결핍을 낳는다."
허버트 사이먼이 1971년에 던진 이 화두는 인터넷조차 없던 시절의 예언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매일 그 예언의 무게를 온몸으로 실감하며 살아간다.
디지털 유목민으로 고백하건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쌓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쌓으려 했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에버노트에서 시작된 여정은 웹 클리퍼의 마법 같은 편리함에 매료되어 닥치는 대로 자료를 긁어모으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가격 정책과 점점 느려지는 속도는 나를 지치게 했고, 결국 이별을 고했다.
노션은 새로운 희망처럼 보였다. 무한한 자유도, 아름다운 인터페이스. 하지만 프레임워크 없이 자유만 주어지자 내 공간은 금세 엉망이 되었다. 아이폰 메모, 베어, 크래프트... 하나하나 시도해보았지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흩어진 생각, 휘발되는 재료. 그것들은 집중마저 앗아간다.
정보는 넘쳐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작 필요한 순간에 그 정보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레퍼런스는 여러 앱에 흩어져 있었고, 생각의 축은 흔들렸으며, 재료는 휘발되었다. '정보의 풍요는 주의력의 빈곤을 만든다'는 사이먼의 말이 뼈저리게 와닿는 순간들이었다.
그리고 최근, 또 다른 앱이 내 눈길을 끌었다. 스레드.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이건 또 다른 빈곤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문의 글은 브런치를 통해 취합하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던지는 질문이 있다.
허버트 사이먼은 이렇게 물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관심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할 것인가?"
나는 이제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정말 내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걸까?"
새로운 앱, 새로운 기능, 새로운 레퍼런스. 그것들이 정말 나의 제한된 관심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그저 '풍요의 환상' 속에서 또 다른 빈곤을 만들어낼 뿐인지.
10년이 넘는 디지털 여정이 내게 준 교훈이 있다면, 더 많은 도구가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건 무엇을 담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에 관심을 줄 것인가였다.
정보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나은 저장 공간이 아니라, 더 명확한 선택의 기준인지도 모른다.
*이 글은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SNS에 끄적였던 메모앱에 대한 단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