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틀림의 유효기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by 글을써현


*영화나 책 리뷰는 보거나 읽은 후 작품이 제시한 시각나 발견에 대해 기록합니다.


영화는 비슷하게 반복되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구성 속에서, 두 가지 시선을 교차시킨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말하는 이야기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고 말하는 시각이다.

며칠 전 썼던 글 ‘매번 다시 쓰이는 장면’에서처럼, 과거를 다시 바라보는 ‘나’는 그때를 갱신하고 재해석한다.


그 과정에서 시간성이 드러나고, 동시에 변화의 궤적이 나타난다.


첫 번째 이야기는 살아내는 현재 시각처럼 느껴졌고, 두 번째 이야기는 회고에 가까웠다.


날것의 자신을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낸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한다. 비난이나 오해로 돌아올 수 있음을 알면서도, 화자는 일상의 틈에서 이야기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의지를 주장한다.


아래는 한 문장으로 영화를 설명하라는 요청에 대한 감독 '함춘수'의 답변이다.


예,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는 것 같고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종류의 것들을 발견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지금 그런 말들이 제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들이 있지만
그런 것들을 소리 내서 표현하면은 말이 되겠죠.

근데 그런 것들은 그냥 그런 말입니다. 보시면은 영화라는 것들도 또 저라는 사람도 또 제가 경험한 모든 것들도 여러분들의 삶도 그런 말들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말의 힘, (웃기고들 있네) 아니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런 말들을 찾느라고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저는요 그런 중요한 말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지.


요즘 나도 많이 했던 고민이라 더 크게 기억에 남았다.

각자 경험 위에 만들어진 언어의 불완전함, 그리고 정의될 수 없음에 대한 고민들.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을까.


그가 발견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선택의 옳고 그름을 넘어선다.

지금의 판단 또한 언젠가 과거가 되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유효기간을 보여주는 장치처럼 작동한다. 시간에 따라 계속 달라지는 나의 시선, 수정되는 이야기들을 그저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결국 우리는 늘 틀릴 수 있는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그 순간에는 확신했던 선택이 시간이 지나면 후회로 바뀌기도 하고, 반대로 잘못된 것 같았던 길이 나중에 보면 최선이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 결정이 '맞았느냐 틀렸느냐'가 아니라, 그때의 나는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이렇게 말했더라면, 이렇게 행동했더라면' 하는 후회처럼, 어떤 선택도 영원히 유효할 수 없고 어떤 실수도 영원히 실수로만 남지 않는다.

인생의 매 순간마다 하나의 정답을 정해두고 달려가는 한국 사회에서, 이분법을 해체하려는 용기와 진실함을 향한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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