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너무 빠르고 난 너무 느리고

육아 2단계: 두려움의 사피엔스

by 김소연 빛나는 숲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몇 해 전 영어유치원이 유행하더니, 이제는 4세고시와 7세고시가 세상을 놀라게 한다. 고교학점제, 수행평가와 학생부 평가, 바뀌는 입시제도까지 부모와 아이 모두 숨 가쁘게 쫓긴다.


느린 엄마는 그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뒤쫓기를 포기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한다.


한 인간이 자라는 속도와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이렇게까지 큰 차이를 보였던 시대가 또 있었을까.

부모는 자식을 어떤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 없이, 어떤 “대학”, 어떤 “직업”을 가진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내몰리고 있다. 예의를 가르칠 시간이 없다.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도 없다. 함께 앉아 천천히 밥 먹고 대화할 시간도 없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하고, 용서하고, 배려하고, 도와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조차 전하지 못한 채.

이제, 우리는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아니라, 핸드폰에 지배당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변수나 영향을 주는 조건이 아니다. 마치 미지수를 넣은 수학 공식처럼, 답 자체를 바꿔버리는 힘이다. 따라서 그들이 만들어 갈 미래는 “조금 달라진” 시대가 아닐 것이다.


아이들에게 인간성을 가르칠 시간이 없다는 현실은, 교육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망과 공동체성을 위협한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미국에 온 이리나 자루츠카(23세)는 샬럿 지하철에서 이유 없는 칼부림에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더 참혹했던 것은 그 순간을 둘러싼 무관심이었다. CCTV 속 그녀는 피습 후에도 한동안 몸을 움츠리고 움직였다. 하지만 승객들은 누구 하나 다가서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하지도, 괜찮냐고 묻지도 않았다. 어떤 남성은 귀찮다는 듯 앞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결국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과다출혈로 숨을 거두었다.


사건도 끔찍했지만, 더 소름 돋는 것은 그 비극을 지켜본 사람들의 침묵이었다.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적어도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누군가는 달려가 범인을 붙잡고, 누군가는 상처를 틀어막고, 또 누군가는 경찰에 신고할 것이다. 마치 예행연습을 해둔 것처럼, 일사천리로 생명 존중이 실천될 것이다.

하지만 오늘의 교육과 양육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성은 무엇이며, 아이들에게 남겨줄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하늘은 맑을 때도 흐릴 때도 있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봄이면 새싹이 돋고, 여름이면 나무가 무성해지고, 가을이면 물들고, 겨울이면 눈을 품는다.

자연의 변화는 예측 가능하고, 그래서 안심이 된다.

그러나 인간이 만드는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아이들이 자라 결국 어른이 되리라는 믿음마저 흔들린다.

지금 세대의 미래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추천 도서>

시한부:백은별

24년 1월 출간, 출간 1년 만에 45쇄를 돌파한 청소년 베스트셀러


청소년 문학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 어른들의 닳고 닳은 목적이 아이들의 목표로 치환되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곪아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요즘 아이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아름다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