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3단계: ......(말줄임)
젊음은 화려했다.
가고 싶은 곳을 여행했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으며,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자유와 방탕 속에서 만끽한 젊음은 망아지처럼 제 멋에 빠져 날뛰었다.
목소리가 컸고, 웃음소리도 컸다.
세상은 재밌었고, 하루하루가 유쾌했다.
계절이 바뀌면 예쁜 옷을 사고, 새로움을 입고 거리를 걸었다.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아이가 자라났다.
사춘기의 아이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장난을 좋아하고, 예쁜 옷을 사고 싶어했으며, 책과 영화 속에서 감정의 결을 키워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문득 헷갈렸다. 내가 아이인지, 아이가 나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닮았기 때문에 자주 부딪쳤다.
생각의 방향이 어긋나면 말이 오르내리고, 결국 싸움으로 번지곤 했다.
서로의 목청을 높이며 다투던 날들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상처를 더 많이 받는 건 엄마였다.
아이의 새파란 에너지를 이길 수 없었다.
나는 아이에게 내지른 말 한마디로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발걸음이 느려졌다.
예쁜 옷도 귀찮아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두려워졌다.
엄마에게 종교는 오직 아이를 위한 기도였다.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
당신이 이끄시는 대로 변하겠습니다.”
화낼 기운이 없어진 나는 싸움 대신 양보를 택했다.
아이를 이해하기로 했다.
내 욕심에 눈감고, 아이의 욕심을 바라보았다.
아이의 일그러진 표정이 나를 닮아있었다.
나는 일부러 입꼬리를 올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를 대했다.
아이의 표정에서 경계 대신 신뢰가 비쳤다.
어느 날, 거울 속에서 흰머리 한 가닥을 발견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 겨울이 오는 자리에서 너의 봄이 피어났구나.'
젊음을 키우려면 늙음이 필요했다. 그것이 신의 은총이었다.
이제 나의 늙음이 더 이상 슬프지 않았다.
너의 눈부신 젊음이 자랑스러웠다.
내 말수가 줄어든 공간은 아이의 말들로 채워졌고,
희미해진 기억은 아이의 선명한 기억에 의지했다.
내 체력이 약해질 때면 아이가 단단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제 질문은 내가 한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야?”
“이게 뭐야?”
“와, 신기하네. 엄마는 처음 해봐.”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이것 좀 도와줘.”
어느새 아이의 머리가 내 머리 위로 올라섰다.
나는 조금 늙은, 그러나 귀여운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 지었다.
너의 젊음을 위하여, 나의 늙음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