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유산

by 김소연 빛나는 숲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반드시 전하고 싶었던 것은 책이었다. 그것은 입시를 위한 얄팍한 독서가 아니었다. 책 속에서 우리는 기어코 위로와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인생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아이가 책과 가까워지기까지는 약간의 훈련이 필요했다. 치밀한 계획이라기보다, 그저 생활 속에서 우연히 굳어진 몇 가지 방법이었다.




첫 번째, 서점과 친해지는 일이었다. 일단 서점에 자주 가는 것이 중요했다. 가면 무엇이든 네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을 사주었다. 책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머리핀을 고른 날도 있었고, 예쁜 볼펜을 집어 든 날도 있었다. 네 동생은 늘 장난감을 고집했다. 우리에게 서점은 어느새 백화점보다 즐거운 쇼핑 공간이 되었다.


두 번째, 산책의 목적지를 서점으로 삼는 일이었다. 너와 하루에 한 번 산책을 하려 애썼다. 하지만 목적지가 없으면 발걸음이 무뎌졌다. 그럴 때 서점이 제격이었다. 한여름의 서점은 유난히 서늘해서 좋았다. 긴 산책 끝에 들어선 서점은 아이스크림보다 달콤하고 시원했다. 기다란 탁자에 앉아 책장을 펼치면, 그 순간만큼은 더위도 피로도 사라졌다.


세 번째, 책을 ‘선물’로 건네는 일이었다. 서점에서 재미있게 읽다 만 책이 아쉬워 발길을 떼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나는 평소보다 후한 마음으로 말했다.

“그 책 재밌어? 엄마가 선물로 사줄게.”

나는 <책=선물>이라는 공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책표지는 포장지처럼 설레는 것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기쁨을 주는 진짜 선물이 되리라 믿었다.

그리고 어느 날, 네가 내 생일 선물로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책을 예쁘게 포장해 건네주었을 때, 나는 그 공식이 너의 마음속에 뿌리내렸음을 알았다.

책을 집으로 가져오면 너는 기꺼이 다시 펼쳤다. 서점에서 이미 시작한 이야기의 뒷부분은 결코 놓칠 수 없었으니까.


네 번째, 기다림이었다. 네가 먼저 서점을 찾는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는 일부러 집 주변만 배회하며 목적 없는 산책을 했다. 집에 읽을 만한 책이 없는 것도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했다. TV와 게임은 정해진 시간만 허락했고 학원도 하루에 하나, 두 시간 안에서 마무리되도록 했다. 집은 신성한 장소여야 했다. 상상력이 자라고, 몸과 마음이 숨 고르기를 하는 곳이니까. 아이에게 심심함은 곧 책을 찾는 씨앗이 되었다.

"엄마, 서점 언제 가?"



이렇게 해서 너는 책을 스스로 찾는 힘을 조금씩 길러 갔다. 나는 다만 네 손에 책이 익숙해지고, 그 책이 곁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뿐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엄마들이 있다. 어떤 엄마는 그림을 잘 그리고, 어떤 엄마는 즐겁게 대화를 잘 나누며, 또 어떤 엄마는 정보에 밝아 학원을 척척 찾아낸다. 자기 일을 묵묵히 하며 본보기가 되는 엄마도 있고, 늘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에게 평온을 물려주는 엄마도 있다. 누구도 서로 비교할 수 없고, 누구도 더 낫지 않다. 다만 다를 뿐이다.


내가 가진 재능은 책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책을 물려주려 한다. 서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천 권의 책들 속에서 마침내 너만의 위로와 즐거움을 찾아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