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 어머니를 그리며" -72-

'실온보관 참기름, 냉장보관 들기름'

by 추재현

2026년 7월 8일 목요일

아버지께서 틈틈이 5일 걸려 가둔 '땅콩'/2일 '호두'

년도ㆍ날짜 ㆍ등급ㆍ개수 표시하여 <저온냉동고> 보관


바비큐 양념재기.

어저께가 마리네이드(물기 있는)

오늘이 럽(물기 없는) '바비큐 전용 허브 향신료 소금'


점심:가열하지 않은 고추기름 깐풍기 덕분에 만들어 써보니 느끼함이 덜하다.

카레 할 때 수제 강황가루 2 티스푼 첨가 향을 더 풍부하게


물을 충분히 넣어 부드러운 계란말이

뒤집개 2개로 그냥 몰아 형태만 잡으니

켜켜이 쌓은 층은 없다.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동생ㆍ아버지일 돕다 보니 손님 음식장만 하나도 못했다.


나는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당일 손님맞이를

여유 있게 할 수 있는데 내가 맡아서 정리하려던 일 이외에 자꾸 시킨다.


내일도 끝나지 않았다.

동생은 바비큐 하느라 바쁘고

아버지는 울진 회사 와야 한다고

집안 한바탕 뒤집은 뒷정리와

집안팎 쓸고 닦고를 시켜 놓으셨다.


저녁:늦은 참을 밀어붙여 해결했다. 숙성중인 바비큐 올리브유에 스테이크 각종소스(풀천지수제바베큐소스,카레케찹,폴란드스테이크소스)따로 찍어먹기 번거로워 적정비율로 다 합쳤다.

"재현 아빠 그만 좀 해!"

말려줄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는 왜 이렇게 일을 늘려

힘들게 하시는지. 손님 올 때 보기 좋게 하는 건 중요한데

미리 하시든가. 급한 것만 해놓고 음식장만 하려는

내 계획은 시작도 못했다.


다용도실 정리를 갑자기 시작하셔서 동생과 내가 불만이 많았는데 내색을 할 수가 없었다.

다른 때는 어머니께서 중재를 해주셨었다.


아버지께서 하시고 싶은 일과

어머니ㆍ동생ㆍ나 해야 할 일이 겹쳐 곤란할 때

'제일 중요한 일'에 맞추어야 한다.


'당일 저녁손님 식사대접'이다.

아버지는 부엌에서 음식장만 하려면

얼마나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빨리빨리 하라 재촉하고 못하면 화를 내신다.

1월 9일 아침이라도 동물 돌보고 시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가장 느린 풀천지농사에 부엌집안일을 돌아가게끔 하느라 어머니께서 생전에 너무 고생하셨다.

식구들 다 잘 때 저녁 늦게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

알아서 보이는 일을 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제야 그 책임감에서 해방되어

완전한 안식을 취하셨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 역할을 내가 하고 있다.

아버지는 내게 그 책임을 자꾸 강요하신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안다.


내가 저녁 먹고 쌓인 설거지 하고 있을 때 자꾸 오셔서 어머니께서 필요에 의해 사신 부엌용품이나

내가 사둔 용품 계속 사대기만 하고 관리는 잘하는지

다그치시며 세월 때 묻은 건 깨끗이 닦아 놓으라 하고

나중에 또 물어볼 거라 소리치셨다.


(택배 쓸 수 있다고 박스는 왜 자꾸 갖고 오시는지 쌓여서 부담이다.

옛날 책장 한자 세로 가로 섞인 지금은 읽지 않는

이빨 빠진 책..

이곳저곳 부피만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은 언젠가

쓸 수도 있다고 버리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 집안이 난장판이라고 정리 좀 하라 다그치신다.

아버지 후환이 두려워 버리지 못하고 그냥 두워야 하는

물건들에 쌓여 갑갑하다.


깨끗이 치워버리는 상상을 하지만 갑자기 찾을 수

있고 보이지 않으면 왜 물어보지도 않고 버렸냐고

큰 꾸중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실행하기는 힘들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음 편히 만남을 가져봐야

인간관계에 자신감이 붙을 텐데 거의 풀천지에

있고 외출하면 볼일만 보고 빨리 집에 들어와야 한다.)


그래서 나의 표출하지 못하고 쌓인 불만을

풀기 위해 브런치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번 어머니 장례식 때 아버지와 동생 통한 손님과

부조금은 많이 들어왔지만 나는 하나도 없었다.


"형이 그러면 그렇지"

"너는 아직까지 친구 하나도 없냐"


온갖 궂은일을 다 맡아서 하는 풀천지성자라고 치켜

세워주지만 그 속에 담긴 슬픔은 누가 알까?


가족들은 모른다.

그걸 풀어주고 들어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견딜 수 있을 만큼 시련을 준다 한다.

그동안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만드냐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


당장은 아버지 친구분들 저녁식사 초대에

예정대로 음식대접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몰입하다 보면 어떡하든 될 거라 믿기로 했다.


세월을 겪어보니 아버지께서 하신 판단이 다 옳은 것만은 아니다 가족들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남모르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다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겠지만 말이다..)


새사람 (나ㆍ동생 부인)될 사람을 맞이하려면

풀천지농사법을 유지하되 합리적인 가치관 재적립이

필요하다.


공인인 아버지와 동생 비해 나는 부족한 게 많아

무시당하고 혼나기가 일상이다.


난 이제 마흔하고 두 살이다.

(해마다 대한민국 나이를 알면서 찾아본다. 한 살이라도

더 덜먹었으면 해서..)

지금처럼 계속 시간을 보내면 곤란하다.

아버지ㆍ동생과 같이 보내면서 나의 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미래가 보장받지 못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뒤늦게 그 고민을 계속하다 보니 길이 보인다.

그렇다면 그런 나를 믿어주자.

지난날의 나와 새날의 내가 만나

하나하나 원하는 꿈을 이루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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