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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미쌤 Oct 06. 2021

직업이란 내게 어떤 의미일까

전문상담 임용고시를 보기로 결심하기까지 내게는 수많은 고민이 있었다. 1년의 컴팩트한 준비기간 만에 초수로 합격하였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학교를 다니면서 임용 볼 생각으로 교직이수를 지원하고 그렇게 순조롭게 차차 준비해서 바로 교사라는 직업을 얻었다고 여기기 십상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시선을 굳이 매번 반박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학교에서 상담을 하면서

“왜 저는 꿈이 없을까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잘하는 게 없어요”

“특출난 재능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거에 올인할 수 있을텐데 저는 헛된 노력을 여기저기에 흩뿌리는 것 같아요” 등등

아이들의 고민을 듣게 되니 내 얘기를 조금씩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도 지금 학교에서 이렇게 상담쌤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고등학생 때 단 한 번도 없었어.”

생각해보면 나는 순간순간 주어진 과업들과 과제들에 충실히 지내면서 꿈없이 지내왔고, 대학에 가서도 꿈이 있은 적이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심리학과를 애초에 지망한 것도 아니었고, 교직을 꿈꿔본 적도 없고, 임용을 보기로 결심한 건 작년 1월 1일이었는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업이라는 건 대체 뭘까. 내가 꿈이 없었기에 대학교 2,3학년 때부터 이런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나도 점점 더 빨리 이르게 취업과 진로를 준비하는 다른 청춘들처럼 빨리 뭔가를 정하고 몰두해야할 것 같은데,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겠었다. 그래서인지 그 당시에 대학교에서 진로탐색 집담상담을 참여했었는데, 그 때 다른 또래의 직업에 대한 생각을 들은 것이 내게 꽤나 큰 시야의 확장을 주었던 것 같아 브런치에서 나누고 싶어졌다.


나는 직업은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최고의 영역임에 틀림없다고 믿었다. 평생 잠자고 먹는 것을 제외하고 직장인이 되면 일하는 데 시간을 대부분 보내게 될텐데, 그 시간이 나의 성장에 의미가 없다면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말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업으로 잘 삼아야 하고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다. (요즘도 많이 하는 생각이지만 나는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너무너무 생각이 많고, 첫 단추를 완벽하게 꿰고 싶어한다.)


그런데 누군가는 “저는 여행을 다니는 게 너무 좋아요. 여행을 다닐 때의 자유로운 제가 진정한 나인 것 같아요. 제게 직업은 진정으로 자유로운 여행자가 되는 순간을 위해 비용을 마련하는 수단이예요.” 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저는 잘하는 걸 직업으로 삼고, 좋아하는 건 취미로 삼을 거예요.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지는 아직 확신이 없고, 좋아하는 게 업이 되는 순간 부담이 되고 즐거워지지 않을 거 같아요. 꼭 두개가 같아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는 아직 별 생각이 없어요. 이것저것 하다보면 뭔가 잘 맞는다는 느낌이 오지 않을까요? 저는 경험을 많이 해볼래요.” 라고 말했다.


모두가 이십대의 시기에 진로와 취업에 대해 고민이 많고 그 고민과 생각은 다 엇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모두가 직업을 각기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고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도 각기 달랐다. 나만 걱정과 고민이 많은 게 아니라는 보편성을 느낌과 동시에, 이렇게 다르게 고민하고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과 생각의 전환을 얻었던 것 같다.


항상 내가 원했듯이 첫 단추부터 단정하고 깔끔하게 꿰어졌으려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상담사 내지는 상담교사를 꿈꿨어야 하고, 입학하자마자 교직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성적관리를 했어야 하고, 2학년 때 당연히 고민없이 교직에 지원했어야 하고, 3학년 때 교생을 나가고 4학년 시작과 함께 임용을 맛봤어야 한다. 그러나 나의 진로는 매우 좌충우돌이었다. 나는 꿈이 그다지 없었고 그저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심리학과는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교직도 성적이 될 것 같아서 지원해봤고, 영문학 복전을 시도하고 있었고, 갑자기 중도휴학도 해봤고, 교생은 막학기에 급박하게 나갔고, 로스쿨도 잠깐 고민했었고, 대학원을 갈까도 생각했고, 그러다가 전문상담임용을 쳐볼 거면 지금이 트렌드다 싶어 일년만 제대로 해보자 했고, 그렇게 상담교사가 됐다.


짧다면 짧은 이십대의 대학생활동안 여기서 지금 한번에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여러 알바를 쉬어본 적이 없고, 여러 인간관계들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밤을 지새우며 최고의 아웃풋을 내기 위해 공부했고, 어떠한 갑작스런 사건사고로 심리적으로 극도로 불안하고 무서운 시기를 보냈다.


그래서 그나마 지금,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아닐까.


꿈이 없어도 괜찮아.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나중에 차차 보일 수도 있어.

그리고 사실 평생 꿈과 엄청난 목표나 비전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래도 소소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행복할 수 있어.

공부가 전부는 아니야. 그래도 나중에 돌아봤을 때 너가 후회하지 않을 지금을 보내면 좋겠어.

지금의 최선이라는 건 너만의 최선이면 돼.

누가 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게 아니고, 지금의 너의 상황 속에서 지금의 너로 있을 때 너 나름의 최선이었으면 되는거야.

이건 너만이 알 수 있는 기준이야.

나중에 다시 돌아봐도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후회가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면 그러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그리고 쌤은 너가 지금 이만큼 고민하고 버텨내고 있는 거 자체가 대견해.

잘하고 있어.”


 그 누구도 누구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없기에, 나의 최선은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직업도, 꿈도, 진로도 완벽한 답은 없다. 그리고 사실 영원히 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무언가 기회가 오고, 우리는 무언가 일을 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나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위대하다. 어렸을 때 내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대단한 사람이 나는 사실 되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꿈이 없어도 괜찮아.


직업이 바뀌어도 괜찮아.


고민과 걱정이 많아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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