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4.(목) ~ 2022.08.09.(화) 5박 6일간 천안 상록리조트로 청소년상담사 3급 자격연수를 다녀왔다. 전문상담교사가 됐는데 굳이 왜 자격증을 또 따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는데, 청소년 상담사 3급 자격증은 2년 동안이나 나를 따라온 자격증이라서 ‘굳이 왜’ 땄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필기, 면접, 자격연수까지의 모든 과정이 참 하기 싫고 부담됐지만 결국에는 내게 도움이 되었던 과정이라는 것만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청소년 상담사 3급 필기 시험을 본 건 2020년 10월이었다. 그 때 나는 전문상담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임고생이었다. 임용범위와 전부는 아니어도 범위가 많이 겹친다고 임용고시 예행연습 삼아 시험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3급 합숙연수가 진짜 엄청 도움된다는 임용고시 학원과 스터디 사람들의 말들을 듣고 별 생각없이 접수했던 시험이었다. 그러나 지금쯤 임고생들이 많이 느끼겠지만 10월의 임고생은 정말로 너무나 할 게 많고 임용고시 하나만 생각하기도 너무나 마음이 쪼그라들고 계속해서 부족한 것만 보여서 초조하기 마련이기에, 그 때의 나도 시험을 보러 가기가 너무나 싫었다. 문제집을 샀는데 정말로 풀어보지도 못했다. 전날 밤에 40페이지 정도 봤나..? 그래서 당일 아침까지도 너무 가기가 싫었는데 (나는 완벽하게 준비 안 된 채로 시험장에 가는 것 자체가 너무 싫었다) 엄마가 데려다줄테니까 그냥 문제읽고 되는대로 풀기만 하고 오라고 떨어져도 된다고 그렇게 그렇게 말을 해서 시험장에 내리게 되었다. 시험 장소가 여의도 근처였던 것 같은데, 끝나고 친한 친구랑 임용 원서 사진도 찍기로 했다. 게다가 그날 다니던 학원의 중요한 모의고사도 있었던 날이라 청상사 시험을 보고 친구와 만나 사진을 찍고 바로 스터디카페를 가서 모의고사를 풀고 업로드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가기 싫었던 것 치고는 시험치는 시간은 은근히 재밌었다. 임용고시 범위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학부 때 공부한 내용들(특히 통계)도 나와서 모르는 게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모르는 것만(청소년법이나 기관같은거) 좀 찍고 나머지는 제대로 풀고 나와서 오히려 끝나고는 후련했던 것 같다. 가채점을 했을 때도 통과였기에 그래도 청상사 필기랑 모의고사 중에 하나는 건졌다는 위안이 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내가 봤어야 하는 면접은 그 해(2020년) 연말이었는데, 임용고시 필기합을 하고 임용 2차 면접을 매일매일 울면서 준비하던 시기라서 면접도 정말 가고 싶지 않았고 도저히 그 스트레스를 모두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필기합 후에 1년 면접 유예가 가능하다고 해서 청소년상담사 본부에 전화를 해가면서 확인하고 유예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3월인가에는 유예를 위해서 서류도 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청상사 3급 실기 원서접수를 하고 2021.12.16.(목)에 반일연가를 내고 대망의 면접을 보러 갔다. 2021년에 임용을 준비하던 대학교 동기가 있었는데, 필기에 붙어 그 친구와 같이 면접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도 참 대단한 것 같다. 교생나가고 학교 다니면서 청상사 필기 붙어서 면접까지보고 임용면접까지 보다니,,, 면접책도 샀는데 심지어 재작년에 산 책도 있어서 면접책이 네권인가 그랬다..! (면접보고나서 네권 모두 당근으로 팔았다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펼쳐보기는 커녕 면접장에 가는 길에서나 훑었는데 재작년에 임고준비할 때는 면접책 봐도 뭐라고 말해야 되는지 전혀 모르겠었던 막막함이었다면 작년에는 오? 이건 다 정답은 없는 질문인데 일했던 걸 떠올리면 다 답변은 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근자감은 있었던 게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면접대기실에서 기다리면서도 하나도 안 떨리고 면접장 가서도 긴장이 거의 안 됐던 것 같다. 작년 연말의 나는 학교 일에서 모든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무력감과 여기서 뭐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가득한 상태였는데, 청상사 3급 면접에서 그래도 훌훌 대답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오,, 그래도 1년간의 맨땅 구르기가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구나, 경험으로 내게 남긴 했구나, 뭔진 몰라도 성장은 했구나 싶어서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2022년) 초에 청소년 상담사 3급 자격연수 일정이 발표가 되었다. 같이 면접을 봤던 친구와 함께 합격해서 연수도 함께 고민했다. 자격연수를 안 하면 자격증이 안 나올뿐이고, 자격연수는 무한정 미룰 수 있다고 들었고 3급 합숙연수가 정말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2년 전부터도 들었던 터라 합숙이 없으면 미루려고 했었다. 코로나 2년간 합숙이 없었고 다 비대면으로 집단상담도 줌으로 했었기에 올해도 딱히 기대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정을 보니, 1년 중 딱 한 번, 그것도 방학 기간에 합숙연수가 있었다. 짧은 고등학교의 방학 (체감상 3주) 동안 일주일을 투자한다는 건 참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벌써 2년간 나를 따라다니는 자격증 취득 과정을 하나라도 좀 마무리짓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다. 그 때는 아직 장소도 미정이고 합숙여부와 날짜만 나와있었는데 자격연수 가야지 결심하고 나니 자격연수 비용으로 33만원 가량에 합숙 비용으로 30만원 가량을 투자해서라도 합숙을 고집하는 것에는 의외로 큰 고민은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한 학기가 흘러갔고, 방학을 할 때쯤부터 자격연수 전 사전과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45시간으로 인정되는 사전과제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청소년 내담자가 되어 온라인 게시판에 고민글을 900~1200자 내외로 3개를 올리고, 다른 고민글을 4개 골라 답글을 올리고, 피드백을 주는 과제1. 내가 거주하는 지역의 청소년 기관 10개 목록을 작성하고 3개를 상세 조사하고 사례를 분석하는 과제2. 그리고 예닐곱 과목의 이러닝을 모두 100% 수강하는 것까지. 방학이 3주인데, 일주일은 사전과제하는데 쓰고 일주일은 자격연수 가는데 쓰고, 남은 건 지금 일주일뿐이네?! 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올해도 정말 미쳤다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코로나 시대 속 맞이한 전면등교 상황에서 온갖 돌발상황과 위기 사안이 발생하고 학부모 상담, 학생 상담량 자체가 대폭 늘어서 그냥 물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합숙 자격연수를 가는 것이라서 사실 큰 기대도 되지 않았고 가기 전에는 가기도 싫었다. 짐도 사실 전날 대충 이것저것 넣어서 싼 게 전부였다.
그렇게 간 5박 6일 간의 자격연수. 정말 이런 기분은 또 오랜만이었다. 아침 8시 반부터 밤 8시 반까지 밥먹는 한시간씩을 제외하고는 계속 연수였다. 정말 리조트에 갇혀서 사육당하는 기분? 모든 상황이 상담 공부하고 경험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 기분?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의외로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몰입의 시간이 힐링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과목은 순서대로 청소년 집단상담, 청소년상담현장론, 청소년발달문제(가정밖청소년, 학교밖청소년), 청소년 개인상담, 청소년매체상담(전화상담, 게시판 및 채팅 상담)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다 실무에 정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강의들이었다. 특히 나는 첫날부터 단기정신역동치료의 전문가인 집단리더를 만나서 조원들이 아주 넘치는 유대감과 응집력이 생겼고, 나이와 직업군, 출신지역 모든 것에 상관없이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5박 6일 내내 일정 후에도 뒷풀이와 소소한 파티를 했다. 이토록 짧은 기간 내에 진한 소속감과 깊이있는 친밀감을 느끼게 되다니,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상담현장론이 내게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던 과목이었다. 그동안 청소년 상담 현장에 있으면서 나의 역할에 대해 혼란이 가중되던 차였다. 내가 분명 상담자가 되려고 상담교사가 되었는데 실제로 하는 일 속에 상담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래도 80은 상담일 줄 알았는데 청소년 상담은 50이 될까말까 하는 기분이었다. 그 외로 스크리닝검사를 통한 발굴, 비자발적 내담자에게 긍정적 상담경험을 제공하여 상담의지 끌어올리기, 지역사회자원과의 네트워크 알아가고 확보하기, 지역사회기관과 청소년내담자 연계/의뢰하기(와 그에 따른 수많은 서류), 그리고 학부모상담까지. 그런데 상담현장론의 교수님이 명확하게 청소년 상담사의 역할에는 연계/의뢰가 있고,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역할이며, 단순히 상담만 하고 싶다면 병원세팅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니 아, 내가 느끼는 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싶은 안도감이 일었다. 그리고 개인상담 교수님도 성인 상담보다 청소년상담이 훨씬 더 어렵고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내가 작년부터 계속 힘들어하면서 상담이 나랑 안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느꼈던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대상이 청소년이기 때문인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교사를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기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상담자가 되려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지만, ‘상담’의 효과성을 성인인 대학생으로서 느껴본 후 상담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상담임용판에 뛰어든 것이었는데, 거기에도 “청소년”상담자라는 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상담 대상이 “청소년”이라는 것은 정말 특수하고 특별한 차이라는 것을 이번 자격 연수를 통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고 깨닫게 되었다. 아, 내가 그걸 생각해본 적도 없이 이 혈기왕성하고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의 삶의 현장에 던져지니, 그래서 더 힘들었던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직업을 당장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청소년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나아가서 성인도 상담할 수 있는 전문성은 갖추고 싶다는 생각은 더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동료의 중요성도 정말 크게 느꼈다. 같은 조에도 비슷한 또래의 상담교사가 3명 정도 더 있었고 청소년상담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조금 더 있었기에, 척하면 척 경험을 공유하면 이해하고 공감해주고 같이 욕해주고 조언해주는 그 말들과 눈빛과 마음들이 나를 채워주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같은 상담 전공자이자 상담교사 동료가 있는 것이 소진을 예방하는 아주 중요한 자원이며, 자문을 해주는 수퍼바이저 없이 혼자 맨땅에 헤딩으로 상담을 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또 초심 상담자를 불안하게 하는 일인가 하는 것을 느꼈다. ‘상담 공부를 하고 수퍼비전도 받긴 받아야 되는데…’ 계속 되뇌면서도 에너지가 한톨도 남지 않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 속에서 이만큼이나 버티고 해내고 끌어온 내가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이렇게 갇혀서 공부하는 시간에 큰 의미를 느끼고 몰입의 시간에서 역설적으로 정신적 휴식을 취하는 나를 보면서 지금부터는 상담일을 계속 할 생각이 있는 이상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소진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과 세팅을 내가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많은 감정과 깨달음을 남긴 합숙연수였고, 청소년상담사 3급 자격연수를 왜 합숙으로 가라고 하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박 6일간의 시간을 끝으로 길고도 험했던 국가자격증 청소년상담사(3급) 취득의 여정을 마무리지으려 한다. 자격증은 10월 초쯤 나온다고 하니, 발급된 자격증을 보면 2년간의 시간이 담겨져 기분이 또 새삼스럽게 이상할 것 같기도 하다. 별 각오나 생각없이 시작했던 것에 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마음을 들였던 청소년상담사 3급 자격증 취득과정을 통해 내가 이전보다 더 성장했기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상담자로서 성장하고 깊어지기를 바래본다.
p.s. 다음에 또다른 자격증 취득을 하게 된다면 계속해서 후기를 남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