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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뤼미쌤 Jan 07. 2023

이십대의 돈 이야기

2022년에 가장 크게 변화한 생각은 돈과 관련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현실에 살고는 있었지만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바닥은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오르고 있는 계단의 높이는 얼마만큼인지, 다음 계단 위로 올라가려면 얼마나 다리를 들어올려야 하는건지 따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직면하거나 누군가와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다. 현실에서 나는 ‘돈’에 대해 각잡고 제대로 생각해본 적도 말해본 적도 없었다. 2021년에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년생의 나는 다만 번 돈 안에서 쓰고 조금이라도 남겨서 저축을 해야하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먹고 싶은 욕구 말고는 크게 물욕이나 사치가 없다보니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았고 다행히 저축을 어떤 방식으로든 월급에서 미리 빼두고(1년차에는 교직원 공제회 원천징수, 그 다음해에는 적금 등)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방식을 처음부터 이행하다보니 조금은? 돈도 모은 그 정도의 상태였다. 저축은 하겠지만, 주식같은 투자는 모아니면도의 게임같아서 발을 들여볼 생각도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2021년의 내가 생각한 것은 교직원공제회에 최대한 납입하고 정기 적금 들기 정도?



그러다가 현재의 연인을 만나 돈 이야기를 제대로 처음으로 많이 해보게 되었고 투자를 해야하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주식과 ETF, 연금저축계좌, 세액공제와 소득공제 등에 대해 처음 들어보고 조금씩 공부를 해보고 내 돈을 들여 작은 금액이라도 매수해보고 매도해보는 경험을 해봤다. 유튜브에서 임고생 브이로그나 자기계발, 책, 연애 등의 주제뿐만 아니라 재테크의 주제도 구독하기 시작했고 그런 영상을 보는 게 불편하지 않고 재밌어졌다.



나는 1년에 걸쳐서 하긴 했지만 되돌아보았을 때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내가 지금 얼마를 가졌는지를 파악하는 것과 얼마를 벌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의외로 나의 연봉이 얼마인지, 월별 실수령액과 명절상여금, 성과급이 얼마인지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나조차도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급여를 받으면서도 1년이 지났을 때 정확히 내 월급과 연봉을 바로 내 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었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 즈음 나의 월별 지급명세서를 모아서 평균적으로 꼭 받는 정기적 월별 실수령액을 파악했고, 계속 변경하던 교직원공제회 납입 금액도 최소로 조정했다. 월별로 받는 금액이 일정해야 그 다음으로 지출 및 저축(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기에.



그리고나서 해야 할 일은 고정지출을 파악하고, 줄일 수 있는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다.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는 꽤나 많을 것이다. 교통비, 주거비, 통신비, OTT•스트리밍•정기결제 서비스, 클라우드 결제 등등. 내가 쓰지 않는 서비스들은 깔끔하게 구독을 해제하자. 나는 네이버멤버십(티빙)과 멜론 등을 해제했다. 그리고 통신비도 약정이 만료되어 알뜰폰으로 바꿨다. 개인폰과 업무폰 모두 알뜰폰 요금제로 바꾸니 꽤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밀리의 서재도 구독했다가 취소했다가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종이책이 더 좋아서 구독을 끝냈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는 김에 유튜브 뮤직까지 같이 이용하며 인앱결제말고 인터넷결제방식으로 금액을 조금이라도 더 줄였다.




그리고 저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저축은 중단기 저축(곧 써야 할 금액: 결혼자금, 대학원 진학시 필요한 금액, 주택 자금 등)과 장기저축(노후대비 개인연금)으로 나누어볼 수 있겠다. 교사는 공무원 연금을 받으니까 굳이 장기저축을 또 해야겠냐하겠지만, 연금의 안정성이 의문스러운 현 시점에서는 각자가 살 길을 마련해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중단기를 위해서는 1년 약정이나 1년 적립 방식의 상품을 가입하고, 장기를 위해서는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하여 장기투자(etf, 인덱스 펀드 매수)를 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연금저축계좌는 세액공제 혜택이 있으니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세액공제받은 금액을 다시 연금계좌에 납입하면 이것만으로도 눈덩이효과를 볼 수 있다. 비율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 둘다 하긴 해야한다. 나는 통틀어서 올해는 최소 천만원은 모아보고 싶다. 작고 소중한 월급이라 이조차도 가능할지 확신은 못하겠지만, 목표를 세워 저축을 하는 것과 쓰고 남은 돈을 모으는 것은 큰 차이를 낳는 것 같다.



내가 모으고 있는 순자산 현황을 확인해가며 모으는 재미와 뿌듯함을 느끼기 위해 뱅크샐러드 어플을 이용하면 좋은 것 같다. 계좌가 많더라도 연결을 내가 선택할 수 있어서 나의 순자산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계좌 잔액도 보기 편해서 남은 돈을 확인해가며 소비나 지출을 관리하기도 좋다.



계좌나 카드도 사용목적을 명확히 구분하면 좋다. 신용카드를 쓸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직은 쓰지 않기로 했다. 후불교통카드만 사용하고 있다. 급여통장 하나, 생활비 통장 하나(체크카드 및 후불교통카드), 투자 및 저축용 증권계좌, 그리고 주택청약 정도면 최소로 분리해본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저축은 무조건 먼저 빠져나가서 묶이게 해야 한다. 벌고 쓰고 모으는 게 아니라, 벌고 모으고나서 남은 것을 써야 한다. 그래야 돈이 모인다. 올해부터는 다 자동이체로 설정하여 내가 입금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빠져나가게 시스템으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저축 목표가 있다면 그렇게 해야 돈이 모일 것 같다. 돈을 쓰는 재미도 있지만 그만큼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생은 늘 예상하기 어려워서 갑자기 돈이 필요할 수 있기에 늘 비상금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경조사비를 매달 따로 모아놓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내 연봉에서 비상금을 어느 정도 확보해둘 필요는 있다. 나는 월급에서 비상금까지 모으기는 너무 빠듯해서 상여금 중에 빼두어야 할 것 같다. 상여금이나 성과급이나 연말정산으로 받은 금액은 왠지 꽁돈같이 느껴져서 뭔가 나를 위한 소비나 지출로 써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사실은 월급으로 나누어 받았어야 할 것을 단지 한 번에 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정도가 2022년 한 해동안 내가 읽고 생각하고 배우고 나눈 돈 이야기인 듯 싶다. 어디서나 찾아보면 다 나오는 사회초년생 돈관리 내용인데 내가 직접 실행에 옮긴 것들을 나의 말로 정리해보았다. 나는 부자도 아니고, 사실 고정비도 많아서 모을 수 있는 돈이 많은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돈 이야기는 꼭 해야 하고 많이 해야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불편하고 무겁고 기분 나쁜 주제이기도 하지만, 한 번 시작해서 공부하고 나누다보면 재미있고 유익하고 희망 찬 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빨리 시작할 수록 좋은 것 같다. 20대에게는 ‘시간’이라는 마법의 무기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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