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가 밝고 2026년이 되어서야 조금 늦게 뒷북을 치며 2025년도 결산을 해보려고 화면을 켰다. 2025년, 나의 센터 2년차의 삶은 어땠을까. 상반기는 휘몰아쳤던 새로운 업무 1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지만, 하반기에 시작되는 새로운 업무 2 마저도 사실 업무 1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사실상 1년 내내 머리를 싸매고 일을 해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럼에도 1년차보다는 나았던 것 같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적어도 사무실 환경과 사람들이라도 익숙해서, 어느 정도 패턴이 예상 가능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사람 스트레스도 없지 않았고 연말에는 작게 폭발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힘들었던 것만큼은 아니기에 툴툴 말하고 휘휘 불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견딜만한 사회생활의 일부였다고 생각이 든다. 작년에 맡았던 업무들은 너무 몰려있어서 업무 과중인 시즌이 너무 벅차고 대신 조금 여유있는 비시즌도 있었다면, 올해 맡은 업무포지션은 공백이랄 게 없이 계속 업무가 80% 정도 유지되는 타임라인이었던 것 같고 그것은 여전히 현재도 진행 중이다. 특히 1년 내내 숫자와 통계를 분석하고 사업 내용을 검토하며 평가하는 업무를 맡았다 보니, 상담이라는 전공에서 해보지 않을 일을 해본 것 같아서 조금은 신선하고 또 재밌던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내가 써내던 숫자 하나 하나는 큰 의미가 없어보였는데, 그 작은 수치들이 지원청 단위로 모이고 본청으로 모이면 어떤 방향성과 큰 흐름이 되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되고 또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신기했다.
또 어떤 지침을 마련할 때에는 실무자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돕는 방향뿐만 아니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업의 근거가 되는 법령상의 책임을 다 했음을 증명하여 실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도 고려해야 하고, 이 두가지 방향성은 상충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렇다면 큰 조직일수록 부담해야 할 위험이 커지므로 리스크 관리의 관점을 택할 수밖에 없고, 작은 조직의 유연함과 빠른 속도를 놓칠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 작은 조직-예를 들어 스타트업은 비전과 목표가 같은 조직원들이 모여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그렇게 성장해가면서 인력을 확충하고 사이즈가 커지게 되면 예전만큼의 성장폭을 결코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조직문화도 사람도 분산이 커지면서 예전만큼의 응집력과 그로 인한 폭발적인 속도와 몰입을 얻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지사인 셈이다. 그렇게 되면 '관리'를 위해서 시스템과 절차가 필요하고, 그렇게 속도가 느려지고 위험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학교 단위에서 또 교사들의 자발적인 공동체에서 시작된 흐름이나 문화는 일반화되기가 어려운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본청 단위에서 해당 흐름을 포착하여 확산하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거나 기획하여 지원청-학교 단위로 내려보낸다고 한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위험들이 걸러지고 제외되어 필터를 통과한 안전한 것들만으로 구성된 새로운 그 무엇인가는 처음에 가졌던 힘을 잃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서도 가장 좋은 것은 그러한 자발적인 작은 문화들이 많이 많이 피어오를 수 있도록 작은 기관들에게 자율성을 부과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본청처럼 커다란 조직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고 그 한계는 나름대로 분명 필요한 것이기에 본청의 구성원들은 그러한 절차와 시스템을 마땅히 지키는 역할을 맡았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 있으면서도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약간의 여지와 겸손함의 미덕을 갖추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큰 조직의 논리에서는 정답일지라도, 작은 조직이 살아내는 현장에서는 또 다른 정답이 있을 수 있기에. 그래서 한 편으로는 부부 간에도 허락보다 용서를 구하는 것이 쉽다는데, 학교에서도 교육청의 사전 승인을 받으려 애쓰기 보다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 해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도 살짝 해보았다.
마지막으로 교육청에서 만났지만 이제는 학교로 가신 관리자님을 뵙고 대화를 나누면서 교육청의 업무사이클에는 쉼이 없고 끝이랄 게 없어서 그래서 지치고 힘든 것임을 깨달았다. “왜 일이 끝나지 않지?”를 입버릇처럼 달고는 있었지만 지침의 정체가 ‘끝없음’이라는 것을 말로 하고 나니 명확해졌달까. 학교에는 학기, 방학, 학년도라는 것이 있고 그 기한에 맞추어 고밀도와 고농도로 학생과의 교류와 업무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지원청은 그런 학교의 내용을 수합•분석하고 본청은 또 지원청의 내용을 수합•분석하기에 제일 마지막까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의 개학 전에 지원청이 사업 운영 계획을 세워야 하고 또 그 전에 본청이 지침을 내려야 하므로 제일 처음으로 일을 해야 한다. 최종기관에서 제일 마지막과 제일 처음은 거의 바로 붙어있게 되며 그래서 해가 바뀌는 것이 체감이 되지 않고 계속 연속적으로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돌고 도는 수레바퀴 쳇바퀴.. 올해가 센터에서의 마지막 해가 될텐데 마지막까지 굴러가다가 학교로 가게 되면 나는 또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학교에서도 일해보고 교육청에서도 일해보는 것은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보기 전에는 중등 전문상담교사가 재직 기간 중에 Wee센터에 꼭 가야만 하는 것이 끌려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늘 맡은 업무의 종류가 고정적인 상담교사의 특성 상 소속기관과 업무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 때로는 숨 쉴틈이자 시야의 확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Wee센터에서 방학 없이 더 오랜 시간 근무하고 실장 등의 직책을 맡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체계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고경력의 상담선생님들도 센터에 근무하시면서 리더역할을 해주시고, 저경력의 상담선생님들도 직책에 대한 부담 없이 큰 조직에서 배우고 일하면서 시너지를 올리고, Wee센터가 진정한 2차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학교 위클래스에서 혼자 일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분명 있다. 큰 조직에서 동교과 선생님들과 업무분장을 해보고 소통하면서 일을 하는 것, 내가 일해 본 학교현장만이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고 때마다 다른 대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넓은 조직에서는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사실 어느 조직에서 일을 하든 겸손함과 중용의 미덕이 필요한 것 같다. 먼저 어디에서 일을 하든 나의 경험과 경력을 단단히 다지고, 그 위에는 나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겸손 한 스푼을 얹는 것이 좋겠다. 또 완전한 선악은 없고 각자의 입장에서는 각자가 옳을 수 있으며 진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음을 기억하고, 여러 방법과 그 장단점을 제시해주고 선택과 책임의 몫은 상대에게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로도 2025년에는 학교폭력 피해학생 개인상담 프로그램을 집필하여 다가오는 1월 말에 소개하는 연수를 앞두고 있는데 마무리된 후에 소감을 또 적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25년은 내게 일과 가족, 두마리 토끼를 잘 지켜낸 한 해이지 않았나 생각해보면서 간단히 결산을 마무리지어보려고 한다. 2026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역시나 쉽지는 않겠고 일복이 많아 일도 분명 많겠지만, 그래도 시련 속에는 늘 배움과 성장이 있을 것이니 우선은 잘 견디고 할 수 있는 만큼 해낸 뒤 의미는 다 끝난 뒤에 찾아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