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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합격) 전문상담교사의 자격증 따기

임상심리사 2급 실기 후기

by rimmie

바야흐로..작년 2월 경 전문상담교사의 자격증 따기_임상심리사 2급 필기 후기를 올린 뒤 1년이 넘게 흘러버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어디냐!! 드디어 임상심리사 2급 실기 후기를 가지고 왔다. 필기합격의 유효기간이 2년이라고 해서 청소년상담사 때도 1년 뒤에 면접을 봤었는데, 임상심리사 2급 실기도 필기의 유효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비로소 벼랑 끝에 몰려서 준비하게 되었다. 미리미리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작년에는 전보발령으로 소속기관이 바뀌면서 너무나도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사실 올해도 너무나 바쁘고 정신이 없는 와중이었지만 더이상 미룰 수가 없고 필기 합격이 아까워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게 되었다. 결국 다시 느끼지만 여유가 있을 나중은 오지 않는다. 그냥 웬만하면 미루지 말고 하는 것이 현명할테지만, 미루더라도 데드라인이 있다면 나라는 사람은 결국 해내는 것이 문제라면 큰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까 자꾸 미루지! 그나마 남자친구도 마침 기사시험을 봐야 해서 함께 퇴근 후 공부를 하면서 나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준 덕에 공부라는 것을 하고 시험을 칠 수 있었다. 일병행 공부가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이번에 해보고서야 진정으로 체감했다. 퇴근하고 얼마 남지 않은 그 자투리 저녁 시간을 쪼개어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객관식이거나 하다못해 단답형이었더라면 나의 머리를 믿어보고 뭉개보려는 시도라도 해봤을텐데 임상심리사 2급 실기시험은 백지에 문장이나 문구를 써내려 가야 하는 정직한 서술형 시험이다. 마치 임용고시같은 서술형! 물론 임용고시보다는 기출에 좀 더 기댈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느낌이긴 하다.


처음에는 개념파트를 찬찬히 공부해보려는 욕심을 내고 시작도 전에 책 욕심이 많아 실기 책도 다른 출판사로 2종류를 샀지만, 시험을 쳐본 입장에서 볼 때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책이 다르면 문제에 대한 예상답안의 내용도, 구성이나 문체도 묘하게 다르고, 둘다 보면 괜히 더 헷갈리기만 했다. 국가공인자격증은 기출을 중심으로 1권으로 공부할 것! 공부에 있어서 완벽주의가 있는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출문제를 읽고 빈칸을 마주할 때의 그 공포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어떤 방식과 문체로 어떤 내용을 요구하는 문제가 나오는지도 모르는 채로 답안을 모아놓은 개념설명만 읽고 외워서는 막상 다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원하는 답안을 매칭시켜 작성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마치 초중고 교육과정처럼 공부를 해나가는 상황이라면, 개념설명을 숙지하고 연습문제도 풀어보고 실전문제를 보고 여기에 쓰이는 적절한 개념을 연결시켜서 떠올리고 적용해서 풀어보는 충분한 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의 기출 문제를 돌리고 임박한 날짜에 시험을 아무튼 치뤄내야 하고 절대평가로 PASS/FAIL이 정해지는 세팅이라면, 문제부터 보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문제와 답안을 최대한 매칭시켜서 외우고, 여력이 된다면 응용개념을 깊이 파고 이해하는 것까지가 국가공인자격시험 대비전략의 정석인 것이다.


내가 응시한 임상심리사 2급 실기시험은 25년 7월 19일(토)이었고, 접수가 6월 23일(월)이었다. 솔직하게 실기 공부는 접수와 함께 처음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도 평일에 출장도 많았고, 약속도 많고, 프로그램 개발 과제도 있고 집도 보러 가느라 모든 공을 동시에 돌리면서 숨쉴 틈 없이 진짜 너무 힘들었다. 휴.. 평일에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은 퇴근하고 남자친구와 청년센터에서 만나서 2시간 반 정도를 공부했고, 주말 이틀에는 그래도 5시간 정도씩은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기간은 한달 정도였지만 공부를 앉아서 제대로 조금이라도 했던 날을 하나씩 세보니까 약 14일 정도 되는 것 같다. 그야말로 벼락치기..였지만, 나는 벼랑끝에 몰려있었고 절박함에 더하여 문장을 만들어내는데 어려움이 크지 않고 암기하는 것을 잘하는 편이기에 이만큼 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임용고시를 치른 전문상담교사라면 어림잡아.. 한 달 정도 공부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응시하는 회차에 따른 난이도 운도 있다. 내가 치른 시험은 기출비중이 아주 높았기 때문에 극악의 난이도에 걸렸다면 유감을 표한다.. 필기합격 2년 이내 이기만 하면 다시 치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재도전하기를! 나의 경우 작년에 사둔 책으로 공부를 해서 24년 기출은 없었고 23년 기출부터 20~19년 기출까지 봤던 것 같다. 거꾸로 가다보니까 20년 기출쯤부터는 중복되는 문제의 분량이 늘어나 조금 더 수월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실기시험 장소는 운이 좋게도 우리 집 앞 도보 5분 거리의 중학교였다. 팁을 주자면, 실기시험 접수하기 전에 큐넷 공지사항에 장소 목록이 미리 올라오니까 그걸 봐두고 1순위 2순위 정해놓고 접수할 때는 헤매면서 여기저기 조회하지 말고 바로 골라둔 지역으로 조회, 선택해서 접수하는 것을 추천한다. 몇천명씩 접속해서 대학교 수강신청 화면처럼 대기하고 장소는 선착순으로 차버리기 때문에! 실기시험 시간은 1시 반까지 입실이었는데 12시 반까지 갔다가 12시 40분부터 입장시켜줘서 학교 정문에 우루루 서서 기다렸다. 특이하게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까망 덧신을 나눠주고 운동화 위에 신으라고 했다. 하양 크록스를 신고 갔는데 덧신이 작아서 씌우고 나니 조금 웃겼다. 시험 시간은 3시간이고 1시간까지는 퇴실이 불가한 것으로 안내받았다. 화장실도 못간다고 하니 괜히 더 긴장이 되었다. 화장실을 가려면 시험지랑 답안지를 다 제출하고 퇴실해야 하는데, 1시간 이내에는 퇴실이 불가해서 본부에서 대기했다가 나가야 한다고 들은 것 같다. 결국 화장실 못가니까 커피 자제하고 화장실은 미리미리 다녀오자. 시험문제는 총 20개이고, 커다란 종이에 양면으로 위에 스테이플러를 찍어 5장 정도였던 것 같다. 답안지를 따로 주지 않고 커다란 시험지 종이의 문제 아래에 바로 답안을 검은색 볼펜으로 작성해야 하고, 종이 하단에 한 줄을 그어 분리된 연습/메모 공간이 제공된다. 쓰다보니까 너무 의식의 흐름으로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렇게 자세한 정보가 궁금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공부한 내용에서 시험이 출제되었는가를 묻는다면, 내가 본 회차의 실기시험은 기출문제 비중이 꽤나 높았다. 20문제 가운데 정확히 암기나 대비는 못했을지언정 내가 본 적이 있는 기출문제가 15개 정도였고, 나중에 나와서 다 못봤던 19년 이전 기출까지 뒤져봤을 때 내가 못 본 기출이 3개, 그리고 아예 신유형이 2개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20문제 가운데 18문제가 기출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이다! 100점 만점에 60점만 넘으면 통과이고, 즉 40점까지 깎여도 되고, 다시 말해 대충 5점씩인 문제 8개까지는 틀려도 되는 것이니까 이렇게 보니 좀 더 가능성있게 느껴지지 않는가! 시험 보면서도 내가 아는 것을 다 맞고 모르는 것을 다 틀린다고 할 때 60점 넘을 수 있을까?를 내심 생각해보면서 풀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아는 것도 좀 더 틀릴 테니까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겨서 합격하지 않을까 예상해보고 있다. 다만 합격이 9월 12일에 발표가 난다고 해서 그냥 시험이 끝났음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 글도 합격 발표 후에 공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떨어지게 되면 올해는 하반기 결혼준비로 다시 시험을 칠 여력도 없어서 내년에 다시 필기부터 봐야 하는데 그러면 과연 다시 하게 될지 미지수다. 얼렁뚱땅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치열하고 바빴던 나의 25년 여름 한 칸을 채운 임상심리사 2급 실기 결과가 이왕이면 긍정적이길 바래보는 중이다.


국가공인자격증을 따고 있는 상담교사 선배 언니랑도 늘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미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이 있고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국가공인자격증이나 민간학회자격증을 따야 할 그 어떠한 이유도 없다. “아무도 시키지도, 강제하지 않는데 우리는 왜 계속 자격증을 따고 공부하는 걸까?”, “이게 마지막이야. 이제 안 해.”하면서도 계속 무엇인가를 하는 우리들이 웃기기도 하고, 머리로는 안 해도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필드에서 일을 하면서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싶기도 하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학교상담 리더”라는 것을 선발한다는 공문을 봤었는데, 아직 스스로 리더가 되기에 여러 모로 충분하다고 느끼지 않아 지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선발 기준을 보면서 반대로 앞으로 기나길 교직 경력 동안 이 정도 자격을 갖추어야 리더로 여겨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작년부터 시행된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 사업(이하 전마투)”때에 최초로(?) 정부에서 상담업계의 자격을 1급과 2급으로 나누어 인정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복지로에 공개되어 있는 전마투 서비스 [1급 유형]에는 (국가전문자격)정신건강전문요원 1급, 청소년 상담사 1급, 전문상담교사 1급, (민간자격)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 1급, 전문상담사 1급이 포함되고, 서비스 [2급 유형]에는 (국가전문자격)정신건강전문요원 2급, 청소년상담사 2급, 전문상담교사 2급, (국가기술자격)임상심리사 1급, (민간자격)상담심리사 2급, 전문상담사 2급이 포함된다. 교육부 학교상담 리더의 선발기준은 시도별로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근무경력, 학위, 자격,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 전마투에 따르면 나는 이제 전문상담교사 1급이니까 [1급 유형]에 해당되는데 학교밖의 상담 현장에 던져졌을 때에도 내가 과연 [1급 유형]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막연히 자신이 없고 두렵기도 하면서도, 학교 안의 상담 현장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전문가라는 자기확신과 믿음을 좀 더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것들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리라는 생각도 든다. 자격증을 따느라, 외부 활동을 하느라, 학위취득을 하느라, 눈 앞에 있는 나의 내담자의 이야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기에.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되지!하고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으면서 임상심리사 2급 실기 후기를 마무리짓고자 한다.


*합격인증! (2025. 9. 12.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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