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통사들에게 광고비를 떠넘기고, 스마트폰 보조금 한 푼 주지 않았었죠. 우리나라 소비자에 대한 AS는 거만한 태도를 유지했고, 아이폰 신제품 출시국에서는 늘상 후순위였습니다.
그러던 애플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LG스마트폰 철수로 인한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내놓은 중고폰 보상금 정책입니다. 애플의 중고 보상 정책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실시하는데, 타사 스마트폰 대상 중고 보상 정책 도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특히 추가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15만원 역시 애플이 전액 부담키로 했다죠.
또한 지난해 애플은 자사의 첫 5G 아이폰인 '아이폰12' 출시 당시, 한국에서의 출시 일정을 앞당긴 바 있습니다. 올해는 애플스토어 2호점을 냈고 3호점 오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요.
애플이 자사 제품을 써주는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도의'를 이제서야 깨달은 것일까요? 개과천선이라도 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애플은 철저한 시장 논리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상술을 펼치고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 매출 중 한국 비중 2.3%...한국 시장 역할 커졌다
애플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앱스토어에서 거둔 매출이 16조원을 넘겼습니다. 애플이 글로벌 앱스토어를 통해 발생한 전체 매출은 한화로 713조 8000억원 수준이고, 이 중 한국 앱스토어에서는 16조 5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IT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그치는데,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2%가 훌쩍 넘는 비중을 기록한 것입니다.
애플은 3일 자사 앱스토어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역시 처음으로 한국의 앱스토어 매출을 따로 소개했습니다.
애플이 개별 앱스토어 매출 규모를 계산한 국가는 중국(3000억달러·약 334조원), 미국(1750억달러·약 194조8000억원), 유럽(740억달러·약 82조4000억원), 일본(346억달러·약 38조5000억원), 한국(149억달러·약 16조5000억원) 호주·뉴질랜드(77억달러·약 8조5000억원) 순입니다.
한국 내 매출 비중은 2.3% 수준이지만 글로벌 앱 생태계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진 것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할 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애플이 한국 시장에 조금은 친절해진 이유입니다.
앱스토어 '인앱결제 갑질' 논란은 지속
다만 애플 앱스토어에 대한 갑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애플은 구글과 마찬가지로 인앱결제 수수료 논란의 중심에 서있습니다.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에 입점한 앱이 이용자에게 디지털 상품·서비스를 유료 판매할 때 애플이 만든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수수료 30%를 부과하고 있는데,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한 갑질 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애플이 앱스토어 매출을 공개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논란에 대한 반론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애플 측은 "게임이나 디지털 재화에 대한 결제시 30%의 플랫폼 수수료는 받지만, 배달음식이나 책 주문 등 실물 경제 결제에서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면서, "앱스토어 생태계에서 발생한 매출의 90% 정도가 '앱스토어 외부 결제'로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물론 애플의 말 처럼 앱스토어 매출, 즉 거래금액이 전부 애플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앱스토어 플랫폼 생태계의 확대는 곧 아이폰 등 애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락인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적어도 인앱결제에 관한, 애플의 주장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만은 없습니다.
현재 애플은 이와 관련해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가 제기한 '세기의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