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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미 Jun 03. 2023

못 먹는 음식에 도전하다

장어 먹어 본 날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점심 먹을 시간인 12시에 만났다. 메뉴는 '장어'였다.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어를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동네 식당 중에 반찬 많이 나오기로 소문나서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식당이 있다. 반찬 중에 물고기 반찬이 꼭 하나씩 나오는데 손도 대지 않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물고기 반찬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회는 엄청 좋아하는데 물에 빠진 물고기나 구이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식당에 메뉴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예약해 두었다. 메뉴에는 '장어 덮밥'과 '쇠고기 구이'가 있었다. 평소 나의 식성대로라면 쇠고기를 골랐을 거다. 웬일인지 장어를 선택하고 싶었다.      


시간에 맞춰 식당에 도착했다. 미리 주문해서인지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나왔다. 친구 한 명만 빼고 모두 장어를 골랐다. 친구들은 평소 내가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걸 알고, 웬일로 장어를 먹는다고 했냐고 물었다.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웃으며 장어는 비싸서 잘 못 먹으니 많이 먹어 두라고 했다. 

그동안 장어를 먹지 않았던 이유는 장어가 뱀처럼 생겨서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입에 넣을 만한 크기로 잘라 밥 위에 올려져 있는 모습을 보니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식탁 위에 4가지 방법으로 먹는 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하나하나 따라 해 보며 맛보았다. 생각보다 깔끔했다. 또다시 먹겠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1년 뒤에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음식 종류가 아니라서 그렇다. 좋아하지 않는 음식은 아주 가끔 먹어야 또 먹을 수 있다. 다행히 장어가 비리지 않아서 다음 기회에 또 먹을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든 거다.      

남편에게 친구들을 만나 장어를 먹었다고 하니 놀란다. 남편도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장어를 먹지 않는다. 시아버지의 고향이 감포라 자라는 내내 바닷가와 아주 친하게 지냈는데도 남편은 물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 좋아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어릴 때 큰 가시가 목에 걸려 안 먹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바닷가가 있는 곳에서 아주 오래 살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살았다. 대문만 나서면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이다. 고래고기가 유명했다. 사람들은 고래고기가 고급 고기라고 한다. 나는 어릴 때 고래고기를 많이 먹으면서 자랐다. 예전에 회사에 다닐 때 회식에서 고래고기를 먹으러 가면 여직원 중 나만 고래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동료들이 장어도 못 먹으면서 고래고기는 어떻게 먹냐고 자주 놀리곤 했다. 익숙한 음식이니 고래고기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장어는 나에게 익숙한 음식이 아니니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오늘은 내가 장어를 맛본 역사적인 날이니 기록으로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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