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여행 중 가볼만한 곳/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여름, 도시의 더위가 버겁게 느껴지는 어느 날. 지하철 냄새조차 숨막히게 느껴지고, 일상이 자꾸만 뻣뻣해질 때면 나는 문득 속초를 떠올린다.
뜨거운 아스팔트를 벗어나 설악산의 바위틈을 타고 흐르는 바람, 그리고 수평선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을 만나는 그 순간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속초는 산과 바다, 호수와 마을이 공존하는 도시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꼭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배운다.
속초 여행 명소 설악산 모습/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단지 걷기만 해도, 바라보기만 해도, 그곳의 시간은 조용히 당신을 감싸 안는다.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설악산이다. 그중에서도 울산바위는 속초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 늘 감탄을 안긴다.
병풍처럼 둘러선 기암괴석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그 아래로 흐르는 육담폭포는 물소리 하나만으로 마음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더 웅장한 풍경을 원한다면 토왕성폭포로 향하자.
수직 절벽을 따라 떨어지는 물줄기는 자연이란 이름의 거대한 조각처럼, 보는 이의 숨을 멈추게 만든다.
산이 주는 감동을 충분히 느꼈다면, 이제는 조용히 숨을 고를 시간이다.
도심 가까이에 있지만 언제나 한적한 영랑호는 걷는 이에게 참 고마운 공간이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도 좋고, 호숫가를 따라 천천히 걸어도 좋다.
속초 여행지 명소 영금정/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갈대가 흔들리는 소리, 물 위에 맺힌 빛, 바람의 감촉이 그대로 쉼이 된다. 바다와 마주하고 싶다면 영금정으로 향하자.
짧은 구름다리를 건너 정자에 올라서면, 동해가 가슴까지 안겨온다.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는 실제로 거문고 소리처럼 낮고 깊게 울리고, 이른 아침엔 동해에서 떠오르는 햇살이 영금정을 붉게 물들인다.
근처의 등대전망대에 오르면 바다와 산,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그림 같은 장면이 펼쳐진다. 카메라를 들지 않아도,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남는다.
속초의 매력은 단지 자연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바이마을에 들어서면, 여행은 어느새 사람의 이야기로 전환된다. 이곳은 실향민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을이다.
속초 여행 명소 아바이마을/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오징어순대, 가자미식해, 아바이순대처럼 흔히 보기 어려운 음식들 속엔 북녘 땅을 그리는 마음이 담겨 있고, 골목골목에는 시간이 그려낸 풍경이 조용히 흐른다.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졌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깊은 정서를 마주하게 된다. 속초는 목적지라기보단, 그냥 ‘그곳에 있는’ 느낌에 가까운 도시다.
계획 없이 와도 되고, 하루쯤은 그냥 벤치에 앉아 바다만 바라봐도 허전하지 않다. 등산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그저 걷기만 하든, 속초는 당신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머무는 그대로, 쉼이 된다.
8월. 뜨거운 도시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단 한 번쯤은 속초로 떠나보자.
속이 뻥 뚫리는 바람, 피부에 닿는 물기, 정자에 울리는 파도 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잠시 멈추게 해주는 그 풍경이, 올여름을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