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다
사랑은 늘 조용히 시작된다.
큰 소리로 문을 두드리지도, 미리 예고를 하지도 않는다.
어느 날 문득,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 속에서
한 사람의 말투가 오래 남고,
한 번 더 생각나는 얼굴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처음의 사랑은 확신보다 질문에 가깝다.
이 마음이 뭘까, 왜 자꾸 그 사람이 떠오를까.
괜히 휴대폰을 확인하고,
아무 의미 없는 대화 하나에도 하루의 온도가 달라진다.
설렘은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채
가슴 어딘가에서 작게 숨을 쉰다.
사람의 마음은 이때 가장 솔직해진다.
괜찮은 척하면서도 기대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척하면서
사실은 작은 관심 하나를 기다린다.
사랑의 시작은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소중해서 조심스러운 상태다.
그래서 시작의 사랑은 늘 불안과 함께 온다.
상처받을까 봐, 혼자만의 마음일까 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자꾸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이성보다 감정이 한 발 앞서 걷고,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알아본다.
아직 서로의 세계를 다 알지 못해도,
아직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아도
사랑은 이미 시작된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그대로 궁금해지는 순간부터.
사랑의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다만 이전의 나로는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아주 작은 변화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