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감에 대하여
20대에는 혼자 밥을 먹거나 어딜 다니는 것이 힘들었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해서 그랬던 것도 있고, 혼자 다니면 멀쩡하게 생긴 젊은 여자가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그랬던 것도 있다. 30대에는 직장 내 괴롭힘을 겪으면서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사회생활하면서는 그러면 안 되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었다.
팀 사람들과 밥을 먹으면 팀장이 하도 나를 째려봐서 밥을 편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보고 빨리 팀을 나가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차라리 혼자 먹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혼자 다니는 게 편하다고, 혼자 못 다니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사실 외로웠다.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반대로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혼자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나와 의견이 맞거나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친했던 사람들도 나를 피하기만 했다. 누군가는 나에게 왜 자꾸 혼자 다니는 거냐며, 자기를 부르지 그랬냐고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부를 때마다 피하던 게 본인 아니었던가.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말이나 행동을 잘 모른다. 특히 자신이 뭐라고 말했었는지,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금방 잊어버린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한 말이나 행동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나중에야 우울증 때문인 것을 알았지만, 나를 걱정해 주는 것 같아 보여도 멀어지는 그들의 행동에 많이 지쳤다.
그 속에서 소외감을 많이 느꼈다. 소외감이라는 감정은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느껴온 익숙한 것이었다. 부모님은 언니에게 항상 동생 데리고 다니라는 말을 많이 하셨고, 언니는 아마도 그런 말을 듣는 게 싫었던 것 같다. 언니는 보란 듯이 나만 빼고, 다른 아이들과 놀곤 했다. 그래서 나는 언니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 없었다.
엄마와 셋이 소풍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호수에서 배를 타고 엄마가 노를 젓고 있었는데, 언니보고 노를 한번 저어보라고 했다.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언니가 노를 잘못 저어서 물에 빠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나는 안된다고 엄마가 노를 저으라고 떼를 썼다. 엄마는 나보고 너 혼자 배에서 내리라고 했다. 결국 혼자 배에서 내린 나는 엄마와 언니가 배를 타고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걸 멀리서 지켜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꼈다. 초등학생 때였는데도 나는 좋은 어른들이 나를 데려가서 키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몰랐지만 그때 그 감정이 소외감이었다.
소외감은 늘 내 주변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누구든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누구든 혼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의 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나는 내가 사회부적응자가 된 줄 알았다. 항상 적극적이고, 사람을 좋아하던 나는 더 이상 사람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이 무서워서 피하기만 했다.
그것 또한 나의 욕심이었다. 나는 늘 내가 완벽한 사람이 되길 꿈꿔왔기 때문에 사람을 피하고 있는 현실의 내 모습에 많이 실망했다. 그러면서도 남들에게는 늘 괜찮은 사람이어야 했으므로, 내 감정은 숨기고 즐거운 모습, 재미있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다.
그렇게 사람들과 만나고 오면 늘 공허했다. 다 같이 재미있게 놀았던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 또한 회피하기만 했다. 소외감, 공허함, 외로움, 우울감. 나는 올라오는 감정들을 가라앉히려고,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다른 일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 감정들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 그래서 내가 한 말들이 진심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내게 거짓말만 해왔지만,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인 줄 알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나는 내가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 싫었다. 사실 내가 왜 혼자여야 하는지 제대로 된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서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래야 했다. 지금은 혼자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좋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남의 눈치도 많이 보고, 사람들의 시선을 온몸으로 신경 썼는지 모르겠다.
결국 소외감이란 내가 만들어낸 부끄러움일 뿐이었다. 내 안의 나와 현실의 내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었다면 혼자였어도 그렇게 불편한 마음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늘 혼자였던 나, 따돌림을 겪는 내 모습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과거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화만 냈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냐고. 왜 그렇게 못난 행동을 했냐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에게 이야기한다. 나는 나를 위해서 버티려고 노력을 많이 해왔다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비웃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던 거라고. 나는 그렇게 혼자 버티며 일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창문에 비친 허무한 표정의 내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많이 버텼어. 고생 많았어. 고마워 견뎌줘서.
그때의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지금이라도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 너무 고생했다고. 버티느라 수고했다고. 사람들이 나에게 뭐라고 욕을 하든 비웃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그때 숨기기만 했던 감정들이 지금 내 마음속에 가득 차서 넘칠 때가 있지만, 이제는 적당히 조절할 수 있는 스킬도 갖추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아깝지 않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서 아쉽긴 하지만,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이렇게 마음 편하고 좋았던 적이 없었다. 내가 온전히 내 편이 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는 나를 들여다보는 이 시간을 좀 더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