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멀어지는 아
멀어지는 아이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아이에게 맡기는 건 아이를 지나치게 존중하는 겁니다.” 어느 날 국장이 전화로 건넨 이 말이 선유의 뇌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마침 선유도 비슷한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희야의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위축된 희야의 겉모습 아래 깊숙이 들어앉은 상처가 어렴풋이 감지되기 시작한 지금, 과연 그 아픔을 보듬고 키워낼 적합한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선유는 자기 능력에 대한 의심이 커져만 갔다. 그 의심은 발바닥에 박힌 티눈처럼 어디를 가든 그녀를 괴롭혔다. ‘어쩌면 그 가정이 희야에게 더 좋은 선택일지도 몰라. 내가 과연 희야에게 꼭 필요한 엄마일까?’ 선유는 그 의문에 빠져들며 마음이 뒤엉키고 혼란스러웠다. 생활 형편도 그쪽이 더 나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젊었다. 남동생이 생기는 것이 희야에게 더 좋은 일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언니라면 모르겠는데,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이 있는 가정에서 희야가 충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했다. 소영이의 영향이 컸다. 어쩌면 희야와 헤어질 수도 있었다. 깊은 정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선유는 알을 품고 있던 암탉처럼 혹여나 알을 잃을까 두려워 슬픔에 잠겼다. 설명하기 어려운 야릇한 슬픔이었다.
캠프 후 두 주 동안 매일 젊은 아저씨와 아줌마가 얼굴이 뽀얗고 똘망똘망한 아기를 데리고 희야를 보러 찾아왔다. 그 귀여운 아기와 매일 뭔가 먹을 것을 사 오는 두 사람에게 희야는 자석처럼 끌렸다. 매일 그들을 기다렸고 돌아가면 ‘내일 또 올까?’ 궁금했다. 두 주 동안 희야는 호진과 선유를 까맣게 잊었다. 두 주에 한 번 찾아오는 후원자와 매일 먹을 것을 사 오는 후원자는 전혀 달랐다. 희야는 그들 덕분에 아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두 주 후 선유와 호진이 찾아왔을 때, 희야는 마당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들이 눈에 띄자 희야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선유가 다가와 “희야, 그동안 잘 지냈어?”라고 묻자 희야는 작은 목소리로 “네.”라고 대답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선유의 얼굴에 서운함이 묻어났지만, 희야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두 주 동안 새롭게 만나게 된 후원자와 아기에게 마음이 끌려있던 희야는 다시 나타난 두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의 존재가 불편하게 느껴졌고 빨리 돌아가기를 바랐다. 캠프와 그들의 집에서 보냈던 기억도 이상하게 끔찍하게 떠올랐다. ‘다시는 저 후원자한테 가지 않을 거야.’ 희야는 입술을 꽉 깨물며 다짐했다.
아이들이 훌라후프를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던 희야는 어느 순간 무표정한 얼굴로 훌라후프를 허리에 걸쳤다. 두 다리를 단단히 땅에 딛고 마치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훌라후프를 돌리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은 한두 번 넘어진 훌라후프에 발이 걸리거나, 아예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희야의 훌라후프는 허리에 쏙 걸린 채 멈추지 않았다. 혼자 남은 희야는 약간의 자부심과 함께 숨겨진 욕심이 솟아올랐다. ‘봐요,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후원자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다른 아이들보다 나은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와, 우리 희야. 훌라후프 정말 잘 돌리네...백, 백 하나, 백 둘...”
선유는 결국 셈을 그만두고 감탄을 연발했다.
“희야 운동신경 진짜 대단하네. 몰랐어.”
선유는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혼자서 끝까지 훌라후프를 떨어뜨리지 않았던 희야는 그만 돌리기를 멈추었다.
“와, 희야가 일등이야! 대단해!”
선유의 말에 희야는 속으로 뿌듯함이 밀려왔지만, 겉으론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선유가 눈이라도 마주칠까 싶어 곁을 맴돌아도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선유와 호진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불편하고 자꾸 그 젊은 부부와 아기 생각만 났다. 그날은 그들이 오지 않았다. 국장이 선유와 호진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줬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그네를 타러 마당 가장자리로 우르르 달려갔다. 그네타기를 좋아하는 희야는 아이들을 제치고 달려가 가장 먼저 그네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희야의 키에 비해 그네는 꽤 높았다. 그런데도 희야는 힘차게 튀어 올라 그네 옆 커다란 버드나무 가지에 몸이 닿을 듯 말 듯 했다.
“희야야, 조심해! 잘못 하면 뒤로 넘어갈 거야...”
선유는 높이 치솟는 그네와 한 몸이 된 희야를 보며 놀란 듯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희야는 선유의 말이 우스웠다. 그네가 아무리 높이 올라도 뒤로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었다. 뭔가 답답했던 마음이 그네와 함께 날아오르며 공중으로 흩어졌다. 펄럭이는 원피스에 닿는 바람이 시원했다.
“희야, 에너지가 정말 엄청나구나. 그걸 이제야 알았어.”
선유는 마치 홀린 듯 희야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호진에게 말했다.
“그렇구나. 운동을 잘하겠네.”
호진도 놀란 듯 눈을 껌뻑거렸다.
“캠프에서는 어색해서 잘 뛰지 않았나 봐.”
“얼마나 답답했을까.”
희야는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선유의 감탄하는 표정에 희야는 으쓱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봐요,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뽐내고 싶었다.
그네에서 내려온 후에도 선유는 희야에게 제대로 말을 걸어보지 못했다. “엄마 그냥 갈까?”라는 말에 희야는 기다렸다는 듯이 “네.”라고 대답했다. “다음에 엄마 집에 올 거야?” 선유가 묻자 희야는 저절로 눈물이 핑 돌았다. 희정 이모가 “다음엔 솔이 언니랑 같이 가.”라고 말하고 나서야 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았다. 선유와 호진은 저녁도 먹지 않고 돌아갔다.
젊은 부부는 계속 희야를 찾아왔다. 그런데 가끔 하루 이틀 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 희야는 볼이 통통한 아기를 하루 종일 기다렸다. 자기를 보고 꺄르르 웃는 아기를 바라보면 몽글몽글 속이 따뜻해졌다.
어느 날 그들의 집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아파트 대신 넓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었다. 마당 한쪽에는 갈색 털을 가진 큰 개가 여름 햇볕 아래 입을 벌리고 누워 있었다. 희야는 그 집에서 지낸 시간이 유쾌하지 않았다. 젊은 부부는 아기 옆에만 붙어있느라 희야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희야는 아기에게 딸랑이를 흔들며 웃고 있는 젊은 부부를 무심히 바라보았다. 희야는 그들의 눈에 자신이 점점 투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왜 여기 와 있는 거지. 그때, 선유와 호진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그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희야는 이 젊은 부부와 선유, 호진이 자기를 입양하려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후원자가 둘이라 좋기도 했고 때로는 귀찮기도 했다. 자기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희야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선유는 불안을 떨쳐내기가 어려웠다. 희야가 점점 두 사람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정말 희야가 마음을 닫아버릴까?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왜 이렇게 된 거지?’ 갑자기 끼어든 방해꾼 때문에 희야를 놓칠지도 몰랐다. 훌라후프를 끝도 없이 돌리고 하늘 높이 그네를 타던 희야의 모습이 떠올랐다.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희야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우리가 입양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희야의 마음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건 옳지 않았다. 희야의 마음이 언제쯤 한쪽으로 기울게 될까? ‘우리가 불리해. 이대로라면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왠지 선유는 희망의 끈이 놓아지지 않았다. 희야와 함께 한 시간이 그들 편이 되어주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두 주 후 선유와 호진은 다시 희야를 만나러 갔다. 아이들은 방 안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선유와 호진이 방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후원자님 오셨다!”고 소리쳤다. 특히 네 잎 클로버를 선유에게 준 후, 그녀를 유독 따랐던 영은이가 가장 신이 난 듯 보였다. 영은이는 선유, 호진이 희야를 낳은 생모, 생부인 줄 알았다고 나중에 말했다. 그런데도 다른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보여주는 두 사람을 희야보다 더 반겼다.
희야는 두 주 전, 두 사람을 투명 인간 취급했던 모습과 달라져 있었다. 특히 오랫동안 선유를 바라보았다. 선유는 마치 무언가를 캐내려는 듯한 탐색적인 눈빛을 느꼈다. ‘아줌마는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묻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희야의 생일은 이틀 전이었다. 선유와 호진이 가져온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고 모두 함께 둘러앉아 축하 노래를 불렀다. 희야는 무표정한 얼굴로 촛불을 불었다.
“희야야, 왜 그래? 평소하고 너무 다른데.”
희정 이모와 교대로 아이들을 돌보는 윤지 이모가 말했다. 선유와 호진은 그날 처음으로 윤지 이모를 만났다. 젊고 싹싹한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얼마 전 딸을 출산했다고 했다.
“희야 평소에 잘 지내나요?”
선유가 묻자 윤지 이모는 “그럼요.”하고 대답했다.
“입양하려는 분들과는 어떻게 지내나요?”
선유는 희야에게 들리지 않도록 윤지 이모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희야가 그분들과 아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매일 뭔가 사 오셔서 그런지 기다리는 눈치예요.”
윤지 이모는 혹시 상처가 될까 봐 선유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유는 순간 질투심이 솟구쳤다. 무엇 때문일까? 그 부부가 재미있는 사람들이어서? 아기가 예뻐서? 매일 찾아와서, 맛있는 걸 사 와서? 희야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속이 타는 듯했다. 이 경쟁에서 질 것 같아 불안에 휩싸였다. 그래도 희야에게 그들이 최선이라면 어쩔 수 없다. 불안과 슬픔이 복잡하게 교차했다. 저 작은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하면 웃음기가 싹 사라졌을까. 선유는 희야에게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어른들이 희야를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특히 선유와 호진이 그랬다.
한낮의 열기가 마당을 한증탕처럼 만들었다. 선생님들이 나무 그늘 밑에 미니 에어바운스를 설치했다. 아이들은 옷을 입은 채 물속에 뛰어들어 첨벙거렸다. 각자 물총을 들고 서로를 향해 쏘아댔다. 깔깔, 하하, 웃음소리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갔다. 사방으로 뻗치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뜨거운 열기를 쫓아냈다. 선유는 아이들 틈에 섞여 놀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며, 미소를 머금은 채 아이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소매 없는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희야가 그날따라 유독 귀여워 보였다. 검게 그을린 팔뚝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희야는 에어바운스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이 쏘는 물을 맞기만 할 뿐, 발이 자석에 붙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희야야, 너도 물총 쏴!”
선유가 소리쳤다. 희야는 몸을 돌려 흐린 눈으로 선유를 멍하니 쳐다봤다. 그 후에도 가끔 두 사람이 있는 쪽을 보며 그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래도 우리가 지켜보는 게 싫지 않나 봐.’ 선유는 지난번과는 달리 눈길을 주는 희야가 고마웠다. 그러나 여전히 풀이 죽어있는 모습이 자기 탓 같아 마음이 쓰였다.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계속 놀았다. 실컷 물놀이하고 낮잠이라도 잘까 했더니 이제는 닭싸움을 벌였다. 선유는 요즘 아이들이 닭싸움하며 논다는 게 신기했다.
“아줌마가 심판 봐줄까?”
“네~에!”
아이들의 외침이 귀를 찢을 듯했다. 펭귄 방과 오리 방이 있는 건물 1층 가운데 넓은 거실이 있었다. 그 공간이 순식간에 운동장으로 변했다.
“자,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준비~ 시작!”
놀이의 즐거움이 선유 안에 숨겨져 있던 흥분을 끌어냈다.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 달리, 선유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은 선유의 지시에 따라 적을 향해 돌진했다. 마치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서로에게 덤벼들었다.
희야도 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달려들었다. 희야가 왼쪽 다리를 두 손으로 잡고 맹렬하게 돌진해 툭 치자, 그 아이는 곧장 넘어졌다. 여자아이들을 모두 이긴 희야에게 남자아이들이 “나랑 해, 나랑!”하며 싸움을 걸어왔다. 희야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도전에 응했다. 희야 또래인 진우, 준수, 심지어 두 살 많은 상진이와 민우도 희야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더 큰 남자아이들은 희야에게 싸움을 걸지 않고, 거실 벽에 등을 대고 앉아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우와! 희야, 대단하다!”
선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렇게 투지가 넘치는 아이였다니. 선유는 이제야 비로소 희야가 얼마나 끼가 넘치는 아인지 알게 되었다. 수줍음과 저돌적인 모습을 번갈아 보이는 희야는 상상 속 동물인 키메라를 떠올리게 했다.
한 시간 이상 거실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지쳐 방으로 돌아갔다. 얼굴이 자두처럼 빨개진 희야는 기분이 좋아져서 슬쩍 선유에게 다가가 “오늘은 늦게 가세요.”라고 말했다. 마치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이. 저녁을 먹고 두 사람이 떠날 때는 역시 쌩하고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오늘은 희야가 좀 밝아진 것 같지?”
돌아가는 길에 선유가 호진에게 물었다.
“그래 보이네.”
“심란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한결 가벼워. 희야 상태에 따라 내 마음도 오락가락해. 그나저나 희야가 그쪽으로 기운 것 같았는데 오늘 보니까 또 헷갈려. 그쪽도 빨리 결정을 못 하나 봐. 이대로 가다가는 희야가 힘들어질 거야. 우리가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해.”
호진은 아무 말도 없이 선유의 손을 꽉 잡았다. 선유가 호진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미안한 마음을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호진에게는 희야에 대한 호감이 아주 천천히 자라나고 있었다. 입양을 결정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가 언제쯤일지 호진도 알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온 선유는 오랜만에 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유는 그동안 희야를 만난 모든 과정을 은수와 공유해왔다.
“오늘은 희야가 좀 마음이 편해 보이더라.”
“다행이네. 근데 너는 아직 결정을 못 하는 이유가 뭐야? 그 부부가 먼저 입양하겠다고 하면 어떡하려고?”
선유는 은수의 질문에 입술을 꾹 다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희야가 우리를 부담스러워하니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 마음을 확 열어주면 금방 결정을 내릴 것 같은데. 작년에 몇 달 동안 희야를 만나다가 결국 포기한 부부 있잖아. 아마 그 사람들도 희야의 태도를 보고 망설이다가 자신감을 잃었나 봐. 처음 희야를 만났을 때는 자신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지니가 알라딘의 램프로 들어간 것 같아.“
“희야 입양 못 해도 괜찮겠어? 너 벌써 정이 많이 든 것 같아.”
은수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아니...희야를 입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슬퍼. 희야를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돌거든.”
“어휴...힘들겠지만, 차분히 기다려봐. 희야한테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은수의 말이 선유의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희야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사실 그녀 자신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희야의 엄마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희야를 기다린다는 건, 결국 자신을 기다린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