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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쏭쏭 Aug 14. 2023

초보 운전자의 몇 가지 궁금증

* 이 글은 9회 차 운전을 마쳤을 때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오늘로 9회 차 운전을 했다. 뭐 엄청난 운전을 한건 아니고, 길면 30분 짧으면 그냥 차에 앉았다가 내려온 정도의 시간도 횟수에 넣었다. 그 모든 순간, 베테랑 운전자가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 사이 나를 정말 혼란스럽게 했던 몇 가지 생각들. 누가 보면 이런 걸 고민해? 하겠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올 거라고 믿으며, 미래의 나를 위한 기록.


1. 좌회전, 직진 신호는 왜 동시에 있을까? 그리고 왜 우회전은 신호가 없을까?

운전 전에는 아예 신호등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운전을 시작하면서 운전자용 신호등을 보게 되면서 좌회전과 직진에 신호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왜 하필 좌회전과 직진은 동시에 신호가 들어오는 걸까? 혹시나 부딪치면 어쩌려고?? 그러다 신호등을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아, 이게 동시 신호구나.... 우리 동네가 특별한 거였구나.

우회전은 눈치껏 잘 움직여야 한다는데, 왜 신호를 두지 않았을까? 좌회전, 직진 신호는 있는데, 우회전만 신호가 없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내 의문에 엄마는 '우회전가지 신호로 움직이면 차의 흐름에 방해가 너무 크지 않겠냐'라고 했지만, 나로서는 그것보다는 아직 명확한 답이 더 중요하다. 우회전도 명확했으면 좋겠다!


2. 신호를 기다릴 때, 기어를 N으로 두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처음에는 무조건 N으로 바꾸었다. 운전면허를 딸 때 그렇게 하니까! 그런데 인터넷에선 요즘 차량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도 많이 나왔다. 도리어 P에 두고 발을 쉬는 것이 났고, N보다 훨씬 밀릴 가능성이 낮다고도 했다. 그 말도 꽤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 운전 중 신호 대기 중에 계속 D로 두었다가 엄마에게 한 소리를 들었다.

"아니, 유튜브에서!"

내 반발에 엄마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며 자신은 당연히 N으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빠에게 물어보니 오빠도 당연히 N으로 두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은 잘 두지 않는다고 했다. 뭐야, 이 내로남불은)


3. 사이드미러에서 차선을 어떻게 보지?

차선번경항때 사이드 미러로 차선의 상황을 파악하라고 한다. 그런데 어처구니없지만, 도대체 어떤 게 내 차선인지, 어떤 게 옆 차선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그걸 파악하라는 거지? '보고' '해석하는' 두 가지 단계를 거치면, 사이드미러를 보는데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 말인즉 전방 주시를 그만큼 놓친다는 거다. 위험해!!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사이드를 보고 상황파악을 하는 거지? 운전하는 잘하는 사람들은 뭔가 뇌의 구조가 다른 걸까??


4. 브레이크는 사이드 먼저? 파킹 먼저?

시동을 켜고, 사이드를 내리고, 기어를 드라이브로 바꾸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 그러니 주차를 할 때는 당연히 그 반대, 그러니까 기어를 파킹으로 바꾸고, 사이드를 올리고, 시동을 껐다. 그런데 언제나 조심스럽게 말하는 엄마가, 그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혹시나 몰라 인터넷을 찾아보니, 사이드를 올리고 파킹으로 기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안전을 위해서도 엔진의 보호를 위해서도 이게 맞다고.... 아, 헷갈려. 도대체 왜 브레이크를 두 개를 둔 거야? 하나만 두면 이렇게 안 헷갈렸을 텐데!


5. 왜 많은 초보운전자들이 의자를 그토록 앞으로 바짝 당기는 건지 알겠다.

의자를 바짝 당겨 앉고,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운전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운전을 못하는 내가 봐도 그건 좀 멋지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운전을 하니 알겠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일단 나는 키가 작아서 의자에 앉으면 브레이크에 발이 잘 닿지 않는다. 게다가 운전을 하다 보면 긴장을 해서 다리를 점점 구부린다. 그래서 어느 순간 보면, 액셀을 밟을 때 발 뒤꿈치가 허공에 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건 너무 위험하지 않나? 결국 브레이크와 엑셀에 안정적으로 발을 올리려다 보니 자꾸만 의자가 앞으로 당겨진다. 발 끝으로만 살짝 밟으라지만, 그건 뭔가 덜 밟는 기분이다. 엄청 위험한 기분.

결국 멋짐보단 안전히 더 먼저니까! 결국 내릴 때는 몸을 빼지 못해 다시 의자를 뒤로 옮기는 기가 막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아, 나는 왜 다리가 짧은 것인가.


6. 차폭감은 무슨 말인가?

차폭감이 무슨 말인가. 단감의 이웃사촌인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차폭감이 늘지 감이 오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 인지하게 되니, 눈앞에 보이지 않는 보닛의 존재는 자꾸만 잊고 커브를 튼다. 놀란 엄마가 외친다. 부딪친다! 멈춰!

엄마는 골목길을 바라보면서, 머릿속으로 미리 차를 슝, 보내보라고 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그걸 깨닫는 날이 온다고.. 아니, 어머니, 그건 제가 하늘을 난다는 상상을 계속하다 보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 아닌가요?

도대체 나보다 큰 차의 길이를, 너비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골목길의 폭은 또 어떻게 알고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거지? 게다가 골목길엔 도대체 왜 이렇게 불법주정차가 많은 것인가? 왜 경찰은 이를 단속하지 않는 거지? 2차선 골목길 한쪽을 가득 채운 차량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도대체 어떻게 내 차로 그 사이를 빠져나가라는 것인가? 도대체 감을 잠을 수가 없다. 보통 보면 왼쪽은 보여서 감을 잘 잡는다고 하는데, 나는 사실 왼쪽도 전혀 거리감을 느낄 수 없다. 매번 '이게 닿는다고?'와 '이게 안 닿는다고?'를 반복하고 있다.

무한한 연습만이 답을 준다는데.. 흠.... 진짜 슬프다.


7. 핸들을 꺾었다가 풀릴 때 액셀을 밟아야 하나?

골목길을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는 순간과 같이, 90도 가까이 꺾인 도로로 진입할 때, 핸들을 꺾어 도로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했다. 그런데 방향은 어떻게 잡는 거지? 차는 방향을 잡았는데 핸들이 다 풀리지 않았으면 억지로 풀어야 하나? 아니면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리고 핸들이 풀릴 때 액셀을 밟아도 되는 건가? 잘못하면 그 순간 바퀴가 향하고 있는 순간 튀어나가는 거 아냐? 옆 차선에 가서 박으면 어떻게 하지??


8. 차를 똑바로 가게 하는 게 왜 힘들지?

말이 안 되지만, 그게 힘들다. 특히 속도를 내서 달리면 더욱 그렇다. 중앙선으로 바짝 붙거나 위험할 정도로 바깥으로 붙어 있다. 그래서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다 보면 차가 시속 20킬로로 달리고 있다. 하.... 속도를 내다보면 차가 왔다 갔다 해서, 흡사 음주운전 같아 보인다. 

멀리 보면 해결이 된다는데, 나는 최선을 다해 멀리 보고 있다고! 솔직히 코앞만 보고 있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인지하고 멀리 볼 때도 많다고! 아니, 적어도 멀리 볼 때만은 그럼 차가 중간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멀리 봐도 엉망징창이다. 도대체 내 앞에 달려가는 저 차들은 어떻게 해서 중심을 저렇게 잘 유지하고 있는 거지?



수많은 질문들. 혼란스러움. 그 끝의 마지막 생각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운전을 잘할 수 있는 거지?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운전을 잘하는 걸까? 도대체 어떻게 골목길을 요리조리 다니고, 대화를 하고, 음악 심지어 네비를 들으며 운전을 하고, 신호체계를 파악하고, 속도를 내는 걸까? 어떻게 다른 사람을 태우고 운전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약이라는데... 정말 나도 그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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