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삶의 이유

by 강인한

정신 차려보면 무언가를 항상 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뭘 하고 있었지? 하는 생각조차 들 때가 있는데, 그런 순간이면 나는 나의 허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진다. 그 순간의 나는 정말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원하던 무언가를 얻었을 때도, 예상치 못한 일에 골머리를 앓을 때도 무언가를 분명히 느끼지만 이윽고 기억해내지 못한다. 기억. 그렇다면 그것은 누군가 또렷하게 매 순간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지만 생겨나는 것. 내가 정말로 나라면 온전히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어야만 하는데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정말로 그렇다.


사람들은 자주 웃고. 또 얼굴을 일그러뜨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표정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것과 나의 것은 정말로 같다고 할 수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해 보자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의 기분이 어떠할 지에 대해서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나 조차도 가끔 이해를 못 할 때가 있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이면 나는 어쩐지 공허해진다. 그 사람들이 정말로 무슨 기분을 느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정말로 공감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이 슬프구나 하는 한정된 단어로 지레짐작하며 그 사람의 기분을 유추할 뿐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지 않으며, 사람과 사람이 진실되게 이어진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 스스로에게도. 나는 나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하루 종일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그것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는지 지레짐작할 뿐이다.


오늘 무엇을 느꼈어?

방금 전까지 무슨 기분이었더라?

이번 일을 통해서 무엇을 배웠어?

정말로?

진심으로?

진심으로.


.

.

.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다면. 항상 무언가에 대해서 의식해야지 하면서도 자칫 다른 생각이라도 하고 있을 때면 간단하게 그 순간의 감정을 잃어버린다. 그러면 나는 나를 더 알 수 없어지게 된다. 사람은 오랜 시간을 살아가야만 하고 무언가를 자꾸만 잃어가는 시간 동안 우리는 온전하게 정신을 유지할 수 없고 그러다 보면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되는 일종의 인생의 관문이자 절차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누군가와 같은 사람이다. 언제나 같은 것을 고민하고 또 나눌 수밖에 없는. 스스로의 감정에 확신이 없어 다른 사람의 감정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들.


왜 살아?


하지만 그 존재들이 가치 없는 존재들은 아닐 것이다. 이 질문의 결말은 정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해답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들은 이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지 않는다. 그러니까, 나는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우리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기억을 하지 못함으로 우리가 얻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고.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나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뜻이고,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더 많은 경험을 해 보라고. 단조로운 인생이 아닌 여러 가지를 느끼며 살아가보라고. 이유는 오히려 우리를 살아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으로 만들어버린다. 그 이유를 잃으면 살 가치가 없어지는 것처럼. 사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우리들은 이유가 있어 태어난 것은 아니니까. 나는 ‘왜 사는 걸까 ‘라는 질문은 어딘가 분명 잘못되었으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의 끝을 이렇게 마무리하기로 했다. 꼭 이유가 필요하냐고. 사는데 꼭 이유가 필요해야만 하냐고.

누구나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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