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특별판을 보는 단상

by 임준규

왕가위는 '동사서독(1994)' 개봉 이후
10주년 리덕스를 재개봉한 적이 있다.
이번 '화양연화 특별판(2026)'은 그의 두 번째 감독판인데 사실 왕가위의 팬들 조차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로 명분이 없는 재개봉이다.

추가된 장면은 원작의 개봉 이후 1년 뒤 칸느에서
공개된 적이 있고 유튜브에서도 오래전 업로드가 되어있다.
무엇보다 미공개 영상은 원작의 주제와는 거리가 먼
'번외 에피소드'라는 점이다.

극 중 양조위와 장만옥은 불륜 커플이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둘은 꽤 건전하게 만남을 이었다.
예컨대 간통죄가 존재한 시절에도 전혀 처벌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점은 '화양연화'의 이야기에 면죄부가 주어지고
많은 이들이 죄책감(?)없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던 주된 명분이었다.

둘은 같은 숙소의 좁은 복도를, 골목을 지날 때의
닿을 듯 말뜻 한 찰나의 순간을 긴장감을 공유했다.
친해진 다음에는 함께 만나 밥을 먹고 무협소설 작문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문예창작'의 수다를 떠는 정도가 다였다.(이게뭐야..)

마침내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야 할 순간에 당도했을 때 남자는 여자에게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았다.
'내가 꼭 다시 찾겠다'거나 '사랑한다는 말' 따위도 남기지 않았다.
여자와 헤어지고 몇 년 뒤 남자는 앙코르와트를 찾았다. 거기에는 비밀을 말하면 영원히 봉인이 되는 '구멍'이 있었다.
남자는 여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비로소 털어놓았다.
그 마음은, 두 사람의 비밀은 영원히 구멍 속에 봉인이 된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양조위가 어떠한 말을 했는지는 영화속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를 본 각자의 심연은 휘저어지고
잊었던 사연은 이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떠오른 사연이 사유에 닿는 순간 양조위의 빈 대사는
나의 고백으로 채워지고 여운은 심연을 채우고 적시며 해당 시간으로 도달케 한다.

그런데 '화양연화 특별판'에 추가된 장면은 갑자기 양조위와 장만옥이 40년 뒤 홍콩에서 재회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트사장과 손님으로 재회한 두 사람은 본편의 직업과 캐릭터성도 파괴 되어있다.
40년이라는 시간은 윤회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대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건 중경삼림의 또 다른 버전이나 타락천사의 속편으로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렇듯 '화양연화 특별판' 속 에피소드는 앞서 언급했던
화양연화의 주제와 여운을 모조리 지워버린다.
어떤 건 그냥 거기에 처음대로 놔두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