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대 갔다 2-
“유격 끝나서 이제는 작전만 나가면 되는 거지? 당분간은 다른 훈련은 없지?”
“네. 그런데 소대장님이 뿜뿜 나가자고 해서 준비하게 되었어요.”
“응? 뿜뿜? 그건 또 뭐야? 지금 하는 것도 많은데... 거절하지.”
“어떻게 그래요.”
“정중히 거절해도 안 되는 거야?”
“소대원 몇 명하고 간부님들하고 같이 운동하는 것이어서 나름 재미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상 받으면 포상 휴가도 있어요.”
“그렇지만 네가 너무 힘들잖아.”
“괜찮아요.”
“맨날 괜찮다고만 하고....”
연등 때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힐링이라는 아들이 뿜뿜 준비하느라 도서관 연등을 전혀 못 하고 체력 단련만 하고 있단다. 가뜩이나 체력을 많이 쓰는 부대인데, 아들은 개인 정비 시간에 이발도 하고, 물품 관리도 하느라 쉬지도 못하는데, 또 체력 단련을 한다니... 면회 가서 보면 작은 얼굴이 더 핼쑥해지고, 몸이 가늘어져서 항상 잘 먹으라는 잔소리만 한다. 이제는 더 가늘어진 아들을 보게 생겼다. 대체 이름도 요상한 뿜뿜이 뭔지 모르겠다.
■육군 본부 공모전 목록
1) 창업경진대회 - 실제 병사들의 창업을 도모하는 대회로, 본선 이후의 무대에서 후속 투자를 받아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청년 DREAM 국군드림 – 드림 뿜뿜 / 헬스 뿜뿜으로 나뉘는데, 드림 뿜뿜은 군가 만들기, 태권도 영상, 음주 예방 UCC 등 7개의 주제로 공모전을 진행하며, 헬스 뿜뿜은 기초체력, 전투 체력, 보디빌딩을 주제로 대회를 연다.(육군 주관 행사이기 때문에 육군 본부 휴가 + 부대 내 휴가를 받을 수 있다)
3) 영상 공모전 - 크고 작게 많은 영상 공모전들이 열린다. 최근에는 안전 문화, 육군 쇼츠 등의 영상 공모전 등이 올라왔다
4) 미술대전, 문학 공모전 - 영상뿐만 아니라, 미술 및 시, 산문을 통해서도 휴가를 받을 수 있다
5) 해커톤 대회
https://blog.naver.com/idhdb1004/223194080999 인용
아, 아들네는 헬스 뿜뿜 기초체력을 나가나 보다. 일과 후 아들과 통화할 때마다 아들은 수시로 체력 단련하러 가야 한다고 서둘러 통화를 종료했다. 그놈의 뿜뿜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뿜뿜 대회 전날 일과 종료 후 아들과 통화하는데 웬일로 아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군것질을 거의 하지 않은 아들이 빵을 먹고 있단다.
“웬일로 군것질이야?”
“오늘 저녁 못 먹었거든요.”
“응? 왜?”
“내일 뿜뿜이어서 출정식 비슷한 거 했어요.”
“응? 그런데 왜 식사를 못 해?”
“대대장님 만나는 시간이 하필 식사 시간하고 겹쳤어요.”
“... 내일 뿜뿜이어서 식사를 더 잘해야 하는데 그렇게 부실하게 먹어서 어떡해?”
“배 고프면 라면 먹으려고 라면도 샀어요.”
밤새 매복하고 복귀하면 부대 식사 시간과 맞지 않아 항상 라면을 먹고 잠을 자느라 라면은 질린다며, 제대하면 라면은 쳐다보지도 않을 것 같다는 아들이었는데... 빵으로 해결 안 되는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나 보다. 아들에게는 불만 가득한 속마음을 숨기고, 내일 다치지 말고 조심히 하라는 당부의 말만 전했다. 빨리 하루가 지나 오늘보다 아들이 조금만 더 쉴 수 있기를 소망했다.
카톡 카톡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는데 아들이 사진을 보냈다. 10여 명이 넘는 군인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과 ‘기초체력 대회 일반분야 장려상’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속에 아들도 환하게 웃으면서 부대 마크를 자랑스럽게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 통화 가능하다고 해서 냉큼 전화했다.
“다 대대급으로 나왔는데 저희는 소대로 나와서 상 받았어요. 엄청 기분 좋아요. 엄마, 신기하게 여기서 달리기 하니까 너무 쉬운 거 있죠? 부대에서 체력 단련할 때 그것 때문에 애 먹었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평지여서 그런지 하나도 힘들지 않게 특급받았어요.”
아들의 들뜨고, 기쁘고, 행복한 심리가 고스란히 묻어난 목소리였다. 쉬지도 못하고 노력하더니 상을 받았다. 아들은 육군본부에서 주최하는 대회인지도 모르고 있다 오늘 알았다고 한다.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대에서 알아주는 특급 체력 용사만 선발해서 나온다는 사실도 오늘 알았단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자랑하는 아들을 보니 나도 덩달아 들떴다. 그동안의 온갖 불만이 다 사라지고 그저 아들에 대한 대견함과 그동안 함께 고생한 동기들과 간부님들에게 감사함만이 가득했다.
“오늘 저희 저녁에 삼겹살 회식하고 복귀해요. 여기 이천에서 말고, 전곡에서 식사하고 복귀할 것 같아요. 올 때는 차가 안 막혀 시간이 얼마 안 걸렸는데, 갈 때는 많이 막힐 것 같아요. 배가 많이 고프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삼겹살 파티인데요. 그 정도는 참아야죠. 참! 통화는 지금만 하고, 이후에는 문자로 연락해요. 함께 차 타고 가는데 통화하기 좀 불편할 것 같아요.”
포상으로 휴가를 며칠 받는지는 아직 모른다고 한다. 그동안 아들이 고생한 생각을 하면 일주일도 부족하다는 생각인데, 이건 부모인 나의 욕심이겠지? 통화 이후 문자로 연락하는데 문자에서도 아들의 행복함이 그대로 전해졌다. 돌아오는 길은 교통 체증으로 4시간이 넘게 걸렸단다. 8시가 넘어서 전곡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고 한다. 늦은 저녁 식사인 만큼 고기를 엄청 많이 먹었단다. 늦은 저녁 식사와 더 늦은 복귀로 내일 아들의 일정이 힘들겠지만, 오늘만큼은 내일 아들의 힘듦을 걱정하지 않았다. 군대에서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아니 다른 사람의 몫까지 더 하는 아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에게는 아직도 아기 같은 아들인데, 어느덧 이렇게 군 생활을 잘하는 듬직한 상병이 되었다. 언제까지 아들을 아기처럼 품 안에 품고 싶지만, 이런 철없는 부모의 마음을 떨쳐 버려야겠지.
부모의 품을 떠나 자기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넓은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 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