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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랏말싸미 Nov 26. 2023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과학은 사물의 현상에 관한 보편적 원리 및 법칙을 알아내고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식 체계나 학문을 말한다. 그럼 진리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참된 이치 또는 참된 도리를 말한다.      


  진시황이 북방 흉노족을 막기 위해 건설했다는 만리장성. 중국의 노동력과 중앙집권적 통치력을 한껏 과시하기 위해 건설된, 길이 6300의 성벽인 만리장성을 설명할 때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있다. ‘달에서도 보이는 유일한 인공 건축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달에서 만리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날씨에 상관없이 나사(NASA)의 한 우주 비행사에 따르면, 누가 언제 이런 말을 만들어냈는지 모르지만 이 말이 미국의 인기 퀴즈쇼에 인용되면서 대중에게 널리 퍼지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에 의하면 달에 훨씬 못 미치는 거리에서도 지구상의 인공 건축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종종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상식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누가 시작했는지, 누가 발견했는지도 모른 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어느새 사실처럼 굳어 버린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진실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이지 않고 우연이나 착각으로 여겨왔던 머피의 법칙이 그토록 잘 들어맞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하나씩 증명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를 인용해 보겠다. 


버터를 바른 면이 위쪽을 향해 있던 토스트가 식탁에서 떨어지는 경우, 어떤 면이 바닥을 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떨어지는 동안 토스트를 회전시키는 스핀에 의해 결정된다. 토스트를 회전시키는 힘을 물리학자들은 토크(torque)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중력이 그 역할을 하게 된다. 로버트 매슈스는 식탁 높이나 사람의 손 높이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릴 경우 토스트가 한 바퀴를 회전할 만큼 지구의 중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간단한 계산으로 증명했다. 대부분 반 바퀴 정도만 돌고 떨어지기 때문에 버터를 바른 면이 반드시 바닥에 닿는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계산해 보면, 공기의 저항이나 얇은 버터층의 무게는 토스트의 회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버터 바른 면이 늘 바닥으로 떨어진다’는 머피의 법칙이 들어맞는 이유는 지구의 중력과 식탁의 마찰계수가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과학으로 증명된 것이 진리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기적을 알고 있다.


  인큐베이터의 기적으로 유명한 사진이다.

  199510,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한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쌍둥이 자매는 예정일보다 12주나 빨리 세상에 태어난다. 산달을 채우지 못하고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쌍둥이 자매는 몸무게가 고작 1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동생은 심장에도 결함이 있었다. 의사들은 모두 동생이 오래 살지 못하리라 예상했다. 인큐베이터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거듭한 끝에 언니는 건강을 회복하지만, 동생은 점점 쇠약해져서 수차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 의사들도 더는 손쓸 방법이 없어 부모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때, 19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던 간호사는 과거 읽은 치료사례를 떠올려 두 아기를 한 인큐베이터에 같이 놓자는 의견을 내었다. 의사와 부모에게 동의를 구했다. 의사들은 의료규정에 어긋난다며 반대했지만, 아기와 연결된 기계가 경고음을 내자 동생의 인큐베이터 안에 언니를 함께 넣었다. 그때 건강한 언니가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동생의 어깨에 거짓말처럼 자신의 작은 손을 얹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동생의 심장 박동도, 체온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오고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바칼로레아 수업의 논제는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이다. 아이들의 논의 방향이 짐작되어 피하고 싶은 논제였으나 많은 아이가 원해서 논제로 선정하였다. 아이들의 논의를 들으면서 나의 짐작이 섣부르고, 경직된 사고였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A: 저희는 두 명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한 명은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로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들었습니다. 근거 없이 마녀로 몰려 많은 여성이 죽음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년전쟁의 영웅 잔다르크도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했습니다. 잔다르크는 프랑스의 영웅이었지만, 프랑스 왕가에 의해 배신당하고 화형에 처해진 것입니다.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까지 진실로, 진리로 받아들인다면 제2의 마녀사냥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다른 한 명은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 수많은 기적을 보고,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 한가운데 종이가 쏟아지거나 사고로 차량에 사람이 끼었을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가망이 없는 경우도 부모의 사랑, 가족의 사랑, 연인의 사랑 등으로 소생하는 경우를 우리는 보았습니다. 기적은 또는 기적과 같은 상황은 항상 언제나 어떤 법칙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이 진리라면 이런 기적과 같은 상황은 그럼 진리가 아니게 됩니다. 이 세상에는 물질적 가치로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숭고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들이 과학으로 증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런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B: 저희는 두 명의 의견이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으로 일치했습니다.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을 진리로 받아들인다면 많은 가짜 뉴스가 판을 칠 것입니다. 가짜 뉴스는 유명인에게 거짓된 정보로 피해를 줍니다. 가짜 뉴스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도 많습니다. 사물의 현상에 관한 보편적 원리 및 법칙을 알아내고 해명하는 것이 과학입니다. 수많은 정보가 보편적 원리에 맞는지, 보편적 법칙에 합당한 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가짜 뉴스 외 지동설도 저희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가 됩니다. 과학으로 증명된 사실을 그 당시 사람들이 믿지 않고 종교인들이 주장하는 말을 믿었기 때문에 지동설이 아닌 천동설을 진리로 믿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근거로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C: 저희는 두 명 모두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저희는 논제 중 진리라는 말에 주목했습니다. 진리라는 것은 누구나 옳다고 믿는 사실, 변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인다면 지금과 같은 문명의 발전을 우리는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수많은 발명품은 의문과 의심을 품었기에 탄생한 것입니다. 문명의 발전, 학문의 발전 등도 많은 학자가 의문과 의심을 품고 연구를 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의 과학으로는 진리였던 이론이나 사실이 문명의 발전, 과학의 발전으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모든 생물체가 창조주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다윈의 진화론에 의해 모든 생물체는 공통 조상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과학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아이들은 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했다. 이번 수업에서는 발표 이후 발표 내용에 대해 서로 질문,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명이 논의해서 발표한 내용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질문을 하고, 질문받은 팀이 질문에 대해 답변도 잘했다. 질의응답하는 형식을 처음 시도해 보았다. 생각하지 못한 관점으로, 근거를 제시하면서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예리하게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서 다양한 관점으로 논제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었지만, 아이들의 논의가 다소 날카로워지면서 감정적으로 흐르는 단점도 있었다. 준비 없이 시도한 형식이어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질의응답하는 형식은 조금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번 논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우리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니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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