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만 해서는 안 돼

-각성의 시간 1-

by 휘리
칙궁(飭躬, 바른 몸가짐): 목민관은 몸가짐을 절도 있게 해서 위엄을 갖추어야 한다. 위엄이란 아랫사람이나 백성들을 너그럽게 대하는 동시에 원칙을 지키는 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청심(淸心, 청렴한 마음): 마음가짐은 언제나 청렴결백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되며, 생활은 언제나 검소하게 해야 한다.
-목민심서의 율기(몸을 다시리는 규율) 육조 중-

27년 3개월 동안 많은 관리자를 만났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말들이다. 매번 더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끊임없이 최악의 경험을 했다.

젊은 날에 경험한 관리자는 말도 안 되게 권위적이었다.

교무실에서 학생과 함께 교사를 혼내고, 적절하지 않은 지시를 거침없이 했다.

회식은 근무의 연장이라는 누구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원칙을 세워서 모든 교직원에게 회식을 강요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파서 음식을 전혀 먹을 수 없어도 회식 1차는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워낙 강압적인 분위기였기에 그 누구도 거스를 수가 없었다. 교사의 화합조차 강요로, 억지로 만들었던 관리자.

그런 관리자가 물러나고 새로운 관리자가 왔을 때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가 기대했다. 그러나 후임 관리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편을 나누어 자기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교묘하게 무리에서 낙오시켰다. 어울려 노는 건만 좋아해서 학교 업무를 등한시했다. 술을 매일 마시고, 교사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리로 운전시켰다. 교사들 사이에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자 정말 한 명씩 교장실에 불러서 취조를 했다. 그 당시 모든 교사가 상처를 받았지만, 그 누구도 상처를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지금보다 인권에 대한 인식이 옅었어도 그 당시에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로 했던가? 정말 막 나가는 경우였고, 그럴 정도로 권력이 있었나 보다.

그 당시에도 그런 모든 처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감히 부당함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괜히 나섰다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두렵고, 무서웠다.


그 이후 만난 관리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엄청 교사들에게 베푼다고 생각하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관리자인 자신이 교사의 편에서 모든 것을 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는 우리는 어리둥절하다. 자기 멋대로 하면서 무엇을 베푼다고 하는 것일까? 자기 객관화가 저렇게까지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관리자가 회식 자리에서 없는 교사 험담을 공공연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자기가 지시한 것을 거스르면 마음에 담아두고, 어떤 식으로라도 불이익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자기 마음대로 정한 것을 원칙이라고 말하면서 정도를 지킨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오랜 시간 이런 관리자들만 만나다 보니 적당히 피하면서 처세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10년 전 한 사람을 만났다. 나보다 2살 어린 교사였는데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 민주적이면서 유연한 사고방식, 모두를 아우르는 힘, 내면의 단단함. 또한 회계법, 교육과정, 학교 업무 절차 등 아는 것도 너무 많았다.

이 선생님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적당히 외면하고 타협하면 다치는 사람은 힘없는 동료 선생님들이에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혼자의 힘은 미약하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조금은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맞는 말이다.

그냥 힘겹게 버티는 것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한 살이라도 나이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힘껏 이끌어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힘에 부쳐 지칠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맞서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뒤따라오는 젊은 사람들이 조금 덜 힘들 것이고, 조금 더 힘차게 멀리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

나이만 많다고 선배 교사가 아닌 것이었다. 경험을 많이 해서 자신의 편의만을 위해 처세하면서 선배 교사 대우를 바라는 것은 너무 뻔뻔한 것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이가 주는 책임감을 생각하게 된다. 선배 대우를 바라기보다 힘을 합쳐 앞에서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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