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글이 너무 잘 써지는 며칠이 있었다. 정말 단숨에 단편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것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을까?>이다.
소설을 완성했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몇 번을 읽고, 수정하면서 부푼 꿈을 꾸었다. 보통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건 100% 통과다.’, ‘단 한 번의 도전으로 꿈을 이루겠는걸?’
그렇게 자신하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당연히 축하 메일이 올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이후의 계획을 설계했다. 부푼 꿈으로 하루 동안 얼마나 행복했던지....(20년 전에도 이런 설레발을 쳤는데...... 이건 병인가 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오후 4시쯤에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모두 예상하셨겠지만 ‘실패’였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30살에 결혼하고, 임신하면서 글이 너무 쓰고 싶어졌다.
국어교육과를 입학하고 공부하는 동안 교사의 꿈만 꾸고, 한 번도 창작한다는 것은 생각도 안 해 봤다.
그런 내가 30살이 되면서 처음으로 작가의 꿈을 꾸었다.
맞벌이하고, 육아하는 바쁜 와중에 단편 소설을 5편 완성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창작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다. 충만한 자신감만큼 전문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출판사에 모두 원고를 보냈다. 20곳이 넘었다.
그때 출판사의 답변을 기다리면서도 난 벌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출판사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인정받으면서 작가로 잘 나가는 내 모습을 마음껏 상상했다.
원고를 보낸 출판사는 20곳이 넘었지만, 답변을 받은 곳은 5~6군데 정도였다. 짧게 거절 의사를 밝히고, 친절하게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서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귀하의 소설은 구성이 미흡하고, 등장인물이 평면적임. 서술과 묘사도 많이 부족함. 습작 활동 후 다시 도전하기 바람.‘
이렇게 혹평한 곳도 있었다.
기대가 커서 그런가 실망도 엄청 컸다. 답변을 보면서 많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렇게 작가는, 창작은 나에게 동경이고 열망이었다.
‘브런치 작가 되기’를 실패하고, 20년 전 그때처럼 다시 도전하기 어려웠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20년 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다시 도전할 용기가 생겼다.
우선, 브런치 작가 되는 방법을 공부했다. 블로그, 유튜브 등에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올린 정보들이 많았다. 그것을 보면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나만의 소재를 고민하고, 찾았다.
<다음 생은 아니지만, 이번 생은 교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6월 1일 ‘브런치 작가 되기’ 재도전.
그리고 드디어 6월 2일 17:00시 브런치 작가 축하 메일을 받았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말 설렘이 가득한 기쁨이었다.
작가 소개, 연락처, 이메일 등을 기재하고, 첫 번째 브런치 북 <고양이를 돌보시나요?>를 발간했다. 그리고 연이어 알림이 왔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
아직은 지인이 나의 글을 보는 것이 부끄러워서 가족에게도 브런치 활동을 얘기하지 못했다. 그런데 얼굴도 모르는 분들이 나의 글을 읽고, 좋다고 해주니까 행복하고, 그분들이 너무 고마웠다. 알림 소리가 너무 좋아서 설정을 끄지도 않고, 그 소리를 즐겼다.
그리고 그 소리를 계속 듣고 싶었다.
다음 날 바로 <그해 겨울은 따뜻했을까?>를 최종 수정해서 두 번째 브런치 북을 발간했다. 토요일, 일요일 동안 ‘라잇킷’의 행복한 알림이 왔다.
그러나 ‘라잇킷’ 알림 울리는 간격이 길어지면서 더 이상 알림이 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의 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나의 글이 대중들에게 별로인가?’, ‘내 글이 아직도 미흡한가?’
알림 소리 간격이 멀어지는 만큼 자신감이 떨어졌다. 또 다른 글을 발행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났다. 최근 뜨는 브런치 북을 읽었다. ‘라잇킷’을 많이 받은 작가님들의 글도 찾아보았다.
그렇게 눈이 벌게서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을 찾았다.
그러다 보름 작가님의 <혼자 글 쓰는 시간> 브런치 북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선 독자에 맞춰 글을 쓰고 나중에 이름 알리고 나서 쓰고 싶은 걸 써요. 다들 그러는 거예요.”
지인이 보름 작가님에게 해준 조언이다. 보름 작가님은 지인의 말에 잠시 흔들렸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힘든 일이므로, 글을 쓰는 즐거움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다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독자를 염두에 두라는 말을 이렇게 이해한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쓰라는 말이라고.”, “나는 독자를 생각하기에 앞서, 나를 먼저 생각하고 싶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는가? 응, 이라는 대답이 나와야 글을 즐겁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내가 쓰고 싶은 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나는 본질은 고민하지 않고, 벌써 허세에 쪄 들어 있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쓰고,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