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엄마와 냥이는 만났다

-엄마의 막내딸, 냥이(냥이 이갸기 1)-

by 휘리

66개월 냥이는 81세 엄마의 손 많이 가는 막내딸이다.

겁이 많고, 낯을 많이 가리는 냥이를 엄마께서는 아기 다루듯이 보살피신다. 추위가 느껴지는 계절이 오면 냥이가 추울까 봐 잘 때 이불을 덮어주기 바쁘시다. 거실에서 밖을 내다보기 좋아하는 냥이를 위해 밖이 잘 보이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지만 냥이는 좀 더 가까이 밖을 보고 싶은지 방충망 가까이 다가가서 내다본다.

그러다 냥이가 까치에게 공격을 받았다. 그 이후 엄마께서는 까치 소리가 밖에서 나면 얼른 소리쳐서 까치를 쫓으신다. 그리고 냥이를 안심시키고 부르시지만, 겁이 많은 우리 냥이는 까치 사건 이후 감히 방충망 가까이는 다가가지 못한다.

밖을 내다보는 냥이^^

냥이는 길고양이었다.

아들이 중학생 시절 학교 구령대 체육관 창고에서 어미가 낳은 다섯 마리 새끼 중 한 마리였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몇몇 선생님과 아이들이 틈틈이 먹이를 챙겨주었단다. 아들도 하굣길에 먹이를 챙겨 고양이들을 돌보았나 보다. 집에서 고양이 얘기를 많이 했다.

어미가 새끼를 낳은 시기가 10월 말.

야외 창고는 추위에도, 안전상으로도 고양이들에게 위험한 곳이었다. 그것을 염려했던 학교 선생님이 새끼들이 안전하게 클 수 있는 곳을 수소문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들이 선생님을 찾아가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고 했단다. 아들 얘기를 들은 선생님이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나 보다.

그날 밤, 아들은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학교 창고에 있는 고양이들 얘기를 아들이 했을 때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운 적 없는 나는 당황했다. 그러나 아들의 간절한 그 눈망울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음의 준비도 없이 고양이를 데려올 수는 없지 않은가? 아들에게 신중하게 다시 생각하고 결정하자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엄마네, 언니네 모든 가족이 모여 상의했다.

맞벌이인 나는 솔직히 두려웠다. 아들을 포함한 아이들은 고양이에 대해 사전 조사를 했는지 정보를 술술 얘기하면서 키우고 싶은 소망을 강력히 드러냈다. 그렇지만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는 언니도, 오빠도 섣부르게 의견을 얘기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이때, 엄마께서 고양이를 키우자고 하셨다.


엄마께서는 아빠께서 다람쥐를 키우셨을 때에도 냄새나고, 시끄럽다고 질색하셨다. 엄마께서 너무 싫어하시니 아빠께서는 한 달도 안 되어 몹시 아쉬워하시며 다람쥐를 야산에 방생하셨다. 그 이후에도 아빠께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하셨지만, 엄마의 반대로 실패하셨다.

그런 엄마께서 지금 고양이를 키우자고 하신 것이다.


집에 온 첫날 냥이는 새로운 환경에 겁이 났는지 소파 사이로 들어갔다.

고양이가 집안 구석에 잘 숨는다고 하여 사전에 구석을 다 막아 놓았으나 소파에 구멍이 난 것을 아무도 몰랐다. 그 사이로 들어간 새끼 냥이를 가족들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을 때도 엄마께서 나서셨다. 구멍 난 소파를 과감하게 뜯으셔 냥이를 조심스럽게 꺼내셨다.

괜찮아. 아가. 놀라지 마.

새끼 냥이는 연신 울어댔지만, 엄마 손에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너무나 작은 아이인 냥이와 대면했다. 냥이가 놀랄까 봐 우리는 거실에 있고, 엄마 혼자 냥이를 데리고 안방에 들어가셨다. 한참을 그렇게 엄마와 냥이는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엄마께서는 냥이를 두 손에 조심스럽게 안고, 거실로 나오셨다. 새끼 냥이는 아직은 긴장한 얼굴이었지만 엄마 손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태어난 지 한 달 된 냥이는 너무 작았다. 우리는 냥이를 한없이 쳐다보면서 행복했다.

엄마 덕분에 그렇게 새끼 냥이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새로운 환경이 낯선 아기 냥이

자기 그림자를 보는 새끼 냥이


안방 침대에서 엄마께서는 냥이와 함께 주무신다. 새벽 5시만 되면 냥이가 엄마를 깨운단다.

“냥이가 새벽마다 문 열어달라고 그렇게 울어대. 그런데 신기한 게 얘의 울음소리가 꼭 ‘엄마, 엄마’하는 거 같아.”

엄마께서는 일찍 냥이가 잠을 깨워 피곤하시다는 푸념을 하시면서 자랑을 곁들이신다.

엄마께서 앉았다 일어나시면 꼭 자기 온몸의 털을 쓰다듬어 달라고 엉덩이를 들이밀고, 엄마께서 화분에 물을 주시면 자기가 좋아하는 화초를 뜯어먹겠다고 엄마 눈을 맞춰 허락을 받는다고 한다.

냥이 몸을 쓰다듬어 주시는 엄마

우리가 알 수 없는 고양이 말을 엄마께서는 대번 알아들으신다. 엄마와 고양이는 이렇게 소통한다. 고양이 울음을 다 알아들으시는 엄마께서는 냥이가 집에 온 이후 당일 여행만 다니신다. 냥이가 낮에는 잘 지내다가 밤만 되면 유독 엄마를 더 찾기 때문이다. 그러니 엄마께서는 외출하셔도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집에 오신다.

어두워지면 냥이의

엄마, 엄마

찾는 소리가 들리시나 보다.

어둠을 싫어하는 냥이의 외침을 아시는 엄마께서는 그 어둠을 쫓기 위해 오늘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실 것이다.

9년 전 아빠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후 많이 외로워하셨던 엄마께서는 지금 냥이를 돌보시면서 건강하게 지내신다.


“사람하고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고양이나 개는 사람 말을 대충 알아들어. 길에서 사는 고양이도 마찬가지야. 사람 말을 알아듣고 이해하면 할수록 사는 게 편하거든.”

-김중미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