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거 가져

-무엇을 교육할까? 1-

by 휘리

수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복도가 시끄럽다. 방송이 나왔다.

“수업하는 선생님들은 지금 바로 대회의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수업하는 선생님들은 지금 바로 대회의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나도 상황 파악이 안 되어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그때 앞문이 노크 소리와 함께 열렸다.

“선생님, 교실은 제가 있을 테니 지금 바로 대회의실로 가세요.”

학생부 선생님이었다. 나는 급하게 대회의실로 갔다.


대회의실에는 이미 많은 선생님이 와 있었다.

“지금 바로 선생님들 두 명씩 지정된 반에 들어가서 소지품 검사를 하시기 바랍니다. 1학년 한 반에서 학생 전원의 물품이 도난당했습니다. 돈, 전자기기, 화장품 등 도난 물품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빨리 들어가서 철저히 검사해 주세요.”

믿기지 않았지만 30명이 넘는 학생의 물품이 도난당했단다. 사건이 워낙 심각한지라 수업을 중단하고, 교사 전원이 한 반씩 들어가서 소지품 검사를 하기로 했단다. 나도 지정된 반을 다른 선생님과 함께 들어갔다. 내가 들어간 반 아이들도 이미 학생부 선생님에게 상황 얘기를 들은 상태였다. 20년 전 일이지만 소지품 검사는 그 당시에도 흔한 일이 아니어서 아이들도 많이 당황하고 있었다.

“얘들아, 주머니에 있는 것 모두 책상 위로 꺼내놓고, 가방도 책상 위에 올려놓으렴. 사물함을 열고, 앞이나 뒤로 나와 있으렴.”

나와 다른 선생님은 서로 반대편에서 차례로 소지품 검사를 했다. 아이들 책상 위와 가방, 사물함을 검사하고 학생 한 명씩 주머니 검사도 했다. 우리가 들어간 반에서는 수상한 점이 없었다.


교실을 나와 대회의실로 향하는데 또다시 방송이 나왔다.

“○○○ 선생님은 지금 바로 제1 교무실로 와주세요.”

내 이름이 불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교무실에 갔더니 반 아이인 A가 고개를 숙이고, 울고 있었다.

“선생님 반 아이지요? 이 아이 주머니에서 화장품, MP3, 서클렌즈 등 도난품이 나왔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A는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얘는 그럴 애가 아니에요.”

“도난당한 학생이 자기 것이라고 확인했어요.”

아무 말이 안 나왔다.

“그런데 아이가 실토를 하지 않고 있어요. 선생님이 얘기해 보세요.”

나는 A를 데리고 소회의실로 갔다. 아이는 내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정말 네가 그런 거야? 이렇게 울고만 있다고 해결되지 않아.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말해야지. 그리고 정말 네가 그랬다면...... 사실대로 얘기해야 수습이 되지.”

“....... 선생님...... 죄송해요......”

A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B가 주는 것을 받았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미술실에 가느라 5층에 올라간 A와 B는 쉬는 시간이어서 5층 여자 화장실을 갔다. 가는 길에 문이 열린 비어있는 교실을 보았다. 화장실에서 B가 A에게 은밀히 말했다.

“○○야, 우리 시작종이 울리면 바로 미술실 가지 말고 1학년 교실에 들어가자.”

그렇게 두 아이는 1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A는 첫 번째 아이 물건을 훔치려는 찰나 갑자기 배가 아파서 도로 원위치에 놓고 화장실에 갔다. 볼일을 다 본 A는 1학년 교실에 B가 없자 바로 미술실에 갔다. 그런데 미술실에도 B는 없었다. 수업 시간에 늦게 들어와서 미술 선생님에게 A가 혼나고 있을 때 B가 들어왔다. 둘은 미술 선생님에게 혼나고, 자리에 들어가서 나란히 앉았다. 그때 B가 조용히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내 A에게 건넸다.

“이거 너 가져.”

B가 건넨 물건을 A가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 수업 시간 때 방송이 나오고, 선생님들이 소지품 검사를 했다. 미처 숨길 시간이 없었던 A의 주머니에서 도난당한 물건이 나왔다.


돈이며 전자기기 등 수십 개의 훔친 물건을 B는 다른 장소에 모두 숨기고, 미술실에 들어갔다. A의 실토에 B는 훔친 물건을 모두 가져왔다. 한 명의 아이가 이 많은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도난품의 양은 엄청났다.


A와 B는 퇴학 처분을 받았다. 단, 일주일 안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면 퇴학을 면하는 조건부 처분이었다. B는 성적이 5등 안에 들고, 부모가 적극적으로 전학을 알아보아서인지 3일 만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전학을 가면서 B의 엄마가 말했다.

“선생님, A에게는 저희가 전학 가는 학교 얘기하지 말아 주세요. 학교 부적응으로 겨우 전학 가게 되었는데 A가 문의하면 아무래도 의심받을 것 같아서요.”


4일이 되어가도 A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조바심이 나서 A의 아버지에게 전화했다.

“아버지, A 혼자 학교 알아보면 전학 가기 힘들어요. 힘드시겠지만 아버지가 A와 동행해 주셔야 전학 갈 수 있어요.”

공사 현장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가정을 책임지는 A의 아버지는 힘없이 알았다고 했다. A의 아버지가 동행하기 힘든 상황을 알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A가 퇴학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A의 아버지에게 틈만 나면 전화해서 전학 갈 학교를 물어보고 재촉했다. 통화하기보다 통화 못할 때가 많았지만 내가 A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A의 아버지에게 전화하는 것밖에 없었다. A의 어머니는 청각장애인이었다. A 혼자 일주일 동안 전학 갈 학교를 찾아다녔지만, A는 결국 전학을 못 가고 퇴학당했다.


20년 전의 일이지만 나는 아직도 이 사건을 잊을 수가 없다. A와 B의 이름, 전학 가는 B의 얼굴과 퇴학당한 A의 얼굴 모두 다 기억난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해야 하나? 둘 다 큰 잘못을 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다. 어떤 말로도 핑계를 댈 수 없는 큰일을 저질렀다. 그런데 잘못의 경중을 따지자면 B가 A보다 훨씬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 훔치자고 유혹하고, 그것을 실행하고, 그 많은 아이의 물건을 훔치고, 다른 장소에 숨겼다. 그런데 B는 전학을 갔고, A는 퇴학을 당했다. 만약 B가 건넨 물건을 A가 받지만 않았어도......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활자화된 지식을 많이 알아 정답을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혜’를 강조한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면 우리 아이들 앞에는 수많은 유혹과 선택의 순간이 펼쳐진다. 선택을 하는 순간,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 어른이 되는 것은 자유를 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의무도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현명한 선택, 후회를 덜 하는 선택은 지식을 배우듯이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고, 교과서에 나와 있지도 않다. 독서를 많이 하고, 많은 정보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기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아야 한다.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공동체가 나가야 할 옳은 방향이나 해결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이 편향된 생각이나 편견이 아닌지도 검토해야 한다. 물론 시행착오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은 시간이 갈수록 자신에게 지혜로 쌓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지혜로운 20대를 맞이하기 진심으로 바란다.

지혜란 사물의 이치나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그것을 현명하게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 정신적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