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MBTI E죠?
-다음 생은 교사가 아닙니다. 1-
수업 종료 후 학생이 느닷없이 큰 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E죠? MBTI E 맞죠?
아닌데. 난 I야.
에이 말도 안 돼요. 샘 수업 정말 재밌어요. 완전 코미디예요. 다시 해 보세요. 샘이 I라니요. 샘은 분명 E에요.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한 마디씩 거든다.
나는 목소리가 하도 커서 마이크를 쓰지 않고도 복도에 수업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1, 2교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하면 우스갯소리를 하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큰 동작으로 화답하는 나를 아이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외향적 성향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에서 온 에너지를 다 써서인지 집에만 오면 뻗는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약속을 잡아 놓고도 당일이 되면 내가 약속을 취소할 용기는 없고 타인에 의해 약속이 취소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타임이다. 주말에 한 번도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집에서 특별히 할 것도 없는데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아들이 어릴 때는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한다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대학로, 명동, 충무로 등에 갔다. 가족들과 연휴 때면 제주도, 속초, 경주, 부산, 영월 등 전국 곳곳을 다녔다.
체험 미술관에서 아들
신나게 뛰어노는 아들
학생들의 눈을 보고 수업하다 보면 학생들의 수많은 마음이 눈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의 설명에 집중하는지, 나의 말에 공감하는지, 지루해하는지, 졸려하는지 고스란히 다 느껴진다. 나의 말에 공감하면서 집중하는 학생들의 눈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아팠던 경우에도 몸을 다 낫게 할 정도로 큰 힘을 준다. 반면 수업을 지루해하거나 힘들어하는 학생들의 눈은 교사로서 자괴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수업 시간에 목청껏 광대처럼 쇼를 하는 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학생들의 눈을 마주하기 위한, 부지런히 사방팔방을 누볐던 나의 부지런함은 아들이 IQ보다 EQ가 더 풍부한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 나의 발버둥이었다.
이런 나의 발버둥이 문득 회의감으로 둔갑할 때가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 고1 담임교사였던 나는 학급 아이들과 입학식을 하느라 아들의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수업을 몇 개씩 교환하고 공개수업이나 학부모 총회를 참석하기 힘들었던 나는 아들이 학급 회장을 할까 봐 아들에게 은연중에 학급 회장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나의 의중을 내비쳤다.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몇 개의 수업을 교환하고 겨우 공개수업에 참석했다. 아들이 학급 회장을 하게 되어 부모가 아무것도 안 하기가 눈치 보였기 때문이다. 공개수업에 내가 가자 아들은 엄청 좋아했다. 친구들에게 엄마라고 자랑했다. 나의 불참에 대해 항상 괜찮다고 했던 아들이어서 아들의 반응에 당황했다.
이전에 엄마가 학교 못 가도 괜찮다고 했는데 속상했구나?
속상한 것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엄마가 오니까 좋지.
아들의 괜찮다는 말을 나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아니 괜찮다고 믿고 싶었나 보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나는 아들의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부분 우리 학교와 아들 학교의 학부모총회와 공개수업 등이 겹치거나 나의 수업 교환이 불가능했다.
13년째 담임교사와 부장 교사를 연속으로 하는 나는 아들이 고3 때 또 고3 담임을 맡게 되었다. 고3 담임 발표가 나고 마음 졸였던 것은 아들 학교 졸업식과 우리 학교 졸업식이 겹칠까 하는 노파심이었다. 아들 초등학교 입학식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 졸업 때만큼은 꼭 참석하고 싶었던 나는 학사일정이 나오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수업 시간 때 나의 육체적, 마음 상태와는 다르게 항상 광대처럼 쇼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는 엄마로서 몇 점짜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