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칼이 될 때

-무엇을 교육할까? 5-

by 휘리

#1.


뚱녀 착석 금지


시험 중 감독 확인 도장을 찍다 책상 위에 써진 글씨가 한눈에 들어왔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큼지막하게 쓴 글씨.


저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저런 글씨를 썼을까? 저 말이 갖는 차별적이고, 인격 모독적인 의미를 알고 저렇게 쓴 것일까? 버젓하게 쓴 저 글씨를 다른 사람이 보라고 저렇게 크게 썼을까?


종료령이 울리기 7~8분 동안 나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차별적인 언어를 버젓하게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저 아이에게 인식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 시험이 끝나면 아이들은 하교한다. 아니 저 자리의 주인은 이미 하교했을지 모른다. 내가 수업을 들어가는 반이 아니기 때문에 저 자리 주인이 누구인지 모른다.




다음날 조회 시간에 그 반으로 갔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얘기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양해를 구하고, 해당 학생을 불렀다. 아이는 낯선 선생님이 자기를 불러서인지 긴장한 티가 났다.


“너 책상 위에 낙서한 글씨 생각나?”

“..... 네...”

“뭐라고 썼어?”

“... 착석 금지요.”

아이는 자기가 써 놓은 말의 의미를 아는가 보다. 앞의 말을 의도적으로 빼고 말했다.

“전체 다 말해봐.”

“뚱녀 착석 금지요.”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 지금 보니까 알고 있는 것 같네.”

“........”

“저런 차별적이고, 인격 모독적인 말을 쓰면 절대 안 돼. 모르고 썼어도 혼나야 할 판에 알면서 의도적으로 썼다니 더 괘씸하네. 어떻게 저런 말을 버젓이 책상 위에 보란 듯이 써 놓을 수 있니? 네 자리에 앉아서 저 글씨를 볼 사람이 얼마나 불쾌할지 생각해야지. 선생님이 어제 저걸 보고 굉장히 기분 나빴어.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이 지식만이 아니야. 성숙한 인격을 형성하는 것도 배워야지. 그런 것을 배우려고 학교 다니는 거야. 알았어?”

“... 네.”

아이의 진심이 무언 지는 모르겠지만 반성하는 기미를 보인다.

“지금 당장 책상 위 지워. 선생님이 이 시간 이후 검사할 거야.”


다음 시간에 그 반을 갔더니 책상 위에 글씨는 사라졌다. 그 아이가 어떤 학생인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난 모른다. 말이 칼이 되는 상황 앞에서는 그 학생이 어떤 학생이든 질책하고, 혼내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학교가 있는 이유이고, 교사가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2


시험 종료령이 울리고, 답안지를 확인한 후 답안지에 이상이 없어 학생들을 교실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리고 나는 한 번 더 답안지를 확인하기 위해 교탁에 머물렀다. 그런데 한 명의 학생이 내게 다가왔다.


“선생님, 우리 반 학생 중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고, 가방에 넣은 상태로 시험을 본 학생이 있어요. 어제도 그러고 오늘도 그랬어요.”

핸드폰을 소지한 채 시험을 본 학생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뒷문으로 하교하려는 그 학생을 불렀다.

“혹시 너 핸드폰 제출하지 않았어?”

“.....”

“전자기기는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고 했지? 방송도 나오고, 선생님이 시험 전에 말했는데”

“아침에 전원 꺼서 가방에 넣었어요.”

“지금 가방에 있어?”

“네.”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임의로 판단하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학생을 데리고 교무부로 갔다.(*본교는 시험이나 성적에 관해서 민원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감독 중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 무조건 고사 본부에 보고하고, 고사 본부에서 원칙에 근거하여 일관되게 처리함) 상황을 설명하고, 나는 다음 시험 감독을 하기 위해 교무실을 나왔다. 자리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했다.


다음 시험 감독하면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핸드폰을 소지한 학생과 그 학생을 나에게 얘기한 학생은 같은 반이고, 내가 수업하는 반 학생들이었다.


핸드폰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은 그것으로 다른 행위를 하기 위해 소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주 결석이나 조퇴하는 학생이다. 내가 담당하는 과목 시험도 한 번호로 답을 마킹했고, 내가 감독한 시험도 한 번호로 답을 마킹했다. 그 학생이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다고 내게 얘기한 학생도 핸드폰을 소지한 학생이 그것으로 다른 행위를 하기 때문에 내게 제보한 것은 아니리라. 감독 교사인 내게 얘기하는 순간 이 사항은 성적관리위원회에 보고될 것이고, 핸드폰을 소지한 학생은 징계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물론 핸드폰을 제출하라고 담임 선생님부터 고사 본부 방송, 감독 선생님들이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제출하지 않은 학생이 분명 잘못했다.

그러나 조회 시간 때 담임 선생님에게 얘기했으면 그 학생의 핸드폰을 수거해서 이렇게 징계까지 받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핸드폰은 기본이고, 스마트 워치, 무선 이어폰, 태블릿 등 학생들이 소지하는 전자기기가 나날이 많아지고 있다. 시험 기간에는 전자기기를 최소한만 가져오고, 소지한 전자기기는 조회 시간에 반드시 제출하라고 담임 선생님이 신신당부해도 학생들은 시험 기간에도 많은 전자기기를 소지한다. 시험 기간에 담임 선생님이 조회 시간에 일일이 전자기기를 수거하기 쉽지 않다. 수거하다 손상될 위험도 많다. 또한 매번 전자기기 소지로 발생하는 부정행위가 기하급수로 증가하고 있다. 본교는 수능 시험에 근거하여 학교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시험을 수능에 근거하여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 환경적 제약이 너무 많다.


전자기기를 사용해서 부정행위를 하는 행위를 방지하면서 단지 학생이 전자기기를 소지한 것만으로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계도를 위한 교육적 처벌은 필요하다. 신체적, 언어적 폭력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필요한 원칙을 위해 행해지는 처벌은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무엇을 교육해야 할까? 여전히 고민이다.



표지 출처 : 말이 칼이 될 때 책 표지(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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