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 오류에 대한 공포는 진행 중입니다.

-다음 생은 교사가 아닙니다. 3-

by 휘리

3층 제1 교무실에 인터폰이 울린다. 해당 시간에 시험 보는 과목 대기 교사들은 모두 미어캣이 되어 인터폰을 받는 선생님만 쳐다본다.


3학년 화・작이요.


심장이 제멋대로 요동치고 난리다. 나는 해당 교실로 뛰어간다. 학생의 질문은 별거 아니다. 논술형을 이렇게 쓰면 되는지, 이 단어 뜻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시험지에 나와 있는 조건에 맞춰 쓰라고, 질문한 낱말 뜻은 얘기해 줄 수 없으니 잘 추론해서 풀라고 조용히 얘기하고 돌아온다. 그렇게 50분을 안절부절못하면서 마음 졸이다 시험 종료령이 울리면 비로소 안도한다. 비록 시험 끝난 후에 민원이 들어올 수는 있어도 그래도 한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선생님, 다음 시험은 좀 더 어렵게 내주세요.


내신 성적이 상대평가이다 보니 0.1~0.2점 차이로 1, 2등급이 갈리는 경우 상위권 학생들은 좀 더 변별력 있는 시험을 원한다. 다음 시험에 교사는 좀 더 변별력 있는 시험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난이도를 높일 경우 아무래도 출제 오류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


학부모 감독관이 있으신데 시험 문제 정정 방송을 하면 창피하지 않습니까? 학부모 감독관도 민원을 제기합니다. 시험 문제는 교사의 자존심입니다. 선생님들 바쁜 것은 알겠지만, 제발 출제한 후에도 여러 번 검토를 해서 오류가 나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지필평가를 앞두고 두 번 열리는 연수에서 관리자들은 협박을 가장한 협조를 구한다.

우리 학교는 시험 출제 오류를 줄인다는 면목으로 시험 오류 시 공동 출제한 교사 모두 2년 동안 모든 표창 추천에서 제외한다. 교사 인사 평가에서도 감점을 한다. 이런 처벌이 없어도 출제 오류를 발생한 교사들은 죄인이 되는데 두 번, 세 번 교사를 짓밟는다.


27년 3개월 경력이지만 도저히 내가 담당하는 과목의 시험 시간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전날부터 마음 졸이면서 긴장해서 시험이 끝나야만 비로소 긴장이 풀린다.


시험 오류가 발생했을 때 뒷수습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 교사들은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도 대역 죄인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대단히 뭐라고 한다. 순식간에 무능한 교사로 만들어 버린다. 교사 스스로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 시험 오류가 발생한 경우 그 트라우마가 한동안 지속된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 출제한 교사 외에 같은 국어과 교사들끼리 다른 학년 시험지를 서로 검토해 준다. 가뜩이나 시험지가 많은 국어 시험은 출제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도 다른 과목보다 몇 배 걸리지만 서로 품앗이할 수밖에 없다. 출제한 시험 문제를 십여 차례 검토하면 아무리 꼼꼼하게 검토한다고 해도 내가 이해한 생각의 틀에 맞춰 검토한다. 그래서 더 이상 오류를 찾아내기 쉽지 않다. 다들 같은 마음이기 때문에 서로 검토를 해준다.


그래도 원안 제출 마감 이후에 우리는 수도 없이 문제를 수정한다. 소소하게 오타일 때도 있고, 문제 선지를 크게 수정할 때도 있다. 원안 결재 마감 후 수정해서 원안 결재를 다시 받은 적도 있다. 고사계 선생님이 우리를 폭탄이라고 말하면서 대놓고 핀잔을 줄 때도 있다. 포장 이후에 수정 사항이 발생해서 재인쇄를 하고, 다시 포장을 한 적도 있다. 영혼을 갈아 넣은 듯한 시험은 한 번 볼 때마다 10년은 늙는 것 같다. 형용할 수 없는 긴장감과 피폐해지는 몸과 마음 덕분인지 국어과는 몇 년 동안 시험 오류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시험에도 나는 전날부터 잠을 못 잘 정도로 엄청 떨 것이다. 시험 중 질문이 나오면 토끼 눈을 하고 질문한 아이에게 달려갈 것이다. 그리고 시험 문제에 이상 없으면 안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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