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2

-다음 생은 교사가 아닙니다. 5-

by 휘리

아빠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3일 동안 장례를 치르면서도 나는 아빠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3일 동안 제대로 식사하지 못했다. 그래도 하나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는지 문상하는 동료 교사들마다 식사 여부를 물어보면서 걱정했다. 며칠 식사를 안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왜들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짜증스럽고, 분노하는 마음이 깊은 곳에서 일렁거렸다. 나의 짜증과 분노는 타인에 대한 것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질책이었음을 머지않아 깨달았다.


3일 동안 상을 치르고 집에 오자 바로 아빠의 죽음이 느껴졌다. 집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 아빠만 안 계셨다. 집안 곳곳에 있는 아빠의 흔적을 본 순간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아빠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너무 하고 싶어졌다. 그때야 비로소 알았다. 내가 뒤늦게 아빠를 너무나 그리워해도 다시는 뵐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생에서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다시는 뵐 수 없다는 것을.... 이런 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아빠와의 마지막 이별을 그렇게 맞이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뒤늦은 깨달음도 부질없는 것이었다.

아빠에 대한 자책감은,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짙어졌다.




띵동~~ 띵동~~


초인종이 울려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 밖에는 아빠가 서 계셨다. 입관했을 때 의관 그대로 입고 있으신 아빠는 마지막 한 달 동안 그렇게 힘들어하셨던 모습이 아니었다. 평온하면서도 온화하게 웃으시는 얼굴로 집안을 내려 보고 계셨다.

“아빠 얼른 들어오세요. 왜 안 들어오시고 바라만 보세요.”

내가 아무리 아빠에게 말하고, 아빠를 붙잡아 집안으로 같이 들어가고 싶어 해도 아빠와의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아빠는 나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으시고, 웃으시면서 바라만 보고 계셨다.

“아빠 빨리 들어오세요. 아빠.”

나의 목소리는 공허하기만 했다. 아빠는 웃는 얼굴 그대로 하늘로 사라지셨다. 아빠가 사라지시면서 나의 공간도 바뀌었다.




이 꿈은 나의 후회와 자책감이 만들어 낸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후회와 자책감으로 하루하루 너무 괴로웠던 내 마음이 만들어 낸 이기적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꿈에 본 아빠의 평온한 얼굴을 믿고 싶었다. 마지막에 너무나 앙상했던 아빠의 육체가 아닌 아프시기 전의 모습인 꿈속의 아빠를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나는 꿈 얘기를 가족들에게 했다. 가족들은 안도했다.

“아빠가 평온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나 보다. 마지막에 그렇게 힘들어하셨는데 그래도 너무 다행이다.”

나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아빠와의 이별이 힘들었나 보다. 저마다 아빠에게 자책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꿈을 믿고 싶어 했다.


10년 동안 투병하는 아빠를 보면서도 우리는 아빠의 죽음을 생각하지 못했다. 아빠와의 영원한 이별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항상 곁에 있는 부모였기에 너무나 당연히 곁에 있을 거라고 안이(安易)했을까? 모두 무방비 상태로 아빠의 죽음을 맞이했기에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아빠가 넋 놓고 있는 우리를 보시고,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에 잠시 들리신 걸까?


지금도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이 되면 여전히 2013년 그때가 생각난다. 지금도 그때의 불경(不敬)한 나의 죄스러운 마음 때문에 아빠 얘기를 하기 쉽지 않다. 목구멍을 뜨거운 덩어리가 딱 하니 막고 있어서 말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어리석은 나는 이렇게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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