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대 갔다. 9
내 생일에 맞춰 휴가를 신청했다는 아들의 말이 그동안 살면서 받은 그 어떤 생일 선물보다 감동적이고 값졌다. 아들은 이 시기에 휴가를 받기 위해서 토, 일 포함해 4박 5일이라는 짧은 휴가를 선택했다. 대대 작전, 초동이 맞물려 일병인 아들이 5월 휴가를 받기 위해서는 짧은 휴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9시 30분에 연천역에서 아들을 만나기로 했다. 연천역에 가까워지자 군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천역 정류장에 군인 무리가 보였다. 그 안에 아들이 있었다.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면서 아들을 불렀다.
매일 아들과 통화하고 면회도 했지만, 군대 밖에서 본 아들은 훨씬 자유로워 보였다. 그래서 그런가 그동안 아들에게 들은 얘기가 아닌 아들의 속마음이 담긴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짧은 휴가를 나온 아들은 토요일인 오늘만 빼고 하루 두 개 이상의 일정이 있었다. 원래 일주일을 계획했던 첫 휴가가 4박 5일로 줄어들면서 아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들로 일정을 압축했다.
오늘은 엄마네, 언니네, 오빠네 모두 모여 가족 모임을 하는 날이다.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 큰 뷔페 룸을 예약했다. 그런데 토요일이라 그런지, 예식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룸이 아니었으면 가족끼리 얘기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가족들은 아들의 군대 생활을 물어보면서 라떼 얘기를 저마다 하기 바빴다. 스테이크와 초밥 줄은 길었지만, 그 긴 줄은 견디면서 잉크루트수프, 스테이크, 초밥 등을 아들에게 연신 갔다 주었다. 아들은 부대 음식이 더 맛있다는 가슴 아픈 얘기를 했지만, 메인 음식 보다 디저트를 더 잘 먹었지만, 뭐래도 잘 먹어서 마음이 놓였다.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까지 야무지게 잘 먹고, 우리는 모두 엄마네로 갔다.
엄마네에는 냥이가 우리를 반겼다. 냥이는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경계했지만, 아들이 손을 내밀자 핥아 주었다. 냥이의 서비스에 아들은 소리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행복해했다. 물론 냥이의 서비스는 한 번으로 끝났지만. 4개월 만에 냥이를 본 아들은 냥이 사진을 찍으면서 냥이를 마음에 담았다. 냥이는 그런 아들을 경계하면서도 방으로 몸을 숨기지 않고 아들 근처에 머물렀다. 아들은 그런 냥이를 보면서 자기를 기억하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자기가 군대에 있는 동안 냥이가 자기를 잊을 거라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 냥이는 아들을 잊지 않은 것 같았다.
온 가족이 모처럼 모두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아들의 첫 휴가의 첫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다음날은 아들이 보고 싶어 하던 영화를 보았다. 군대에 있는 동안 문화생활을 하고 싶어 했던 아들은 이번 휴가 때 영화를 보고,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가 하필 복귀 날이어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친구와 미술관 전시에 다녀와서 복귀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흥행 성공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미있었다. 밝고 유쾌한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날씨의 아이보다 스즈메의 문단속이 더 좋았다. 아들도 스즈메의 문단속을 재미있게 봤다며 복귀하면 영화의 포스터를 그리겠다고 했다. 아들은 영화 관람 후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아들의 약속 시간을 기다리면서 영화 얘기를 했다. 영화 얘기를 하면서 아들은 짧은 휴가를 아쉬워했다. 보고 싶은 영화도 더 있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은데 반도 못하고 복귀하는 것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다음 휴가는 좀 더 길게 나올 수 있지?”
“이번에 복귀하면 올해는 휴가 안 나오려고. 최대한 휴가를 안 쓰고 모아서 말년에 쓰고 싶어.”
“왜?”
“휴가 나와 일상생활에 몸이 적응하면 복귀해서 군대 생활하기 힘들잖아. 최대한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딘 다음 제대 앞두고 몰아서 휴가 쓰려고. 물론 이게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몰아서 휴가 가는 선임들도 있어서 나도 그러려고.”
4박 5일이라는 짧은 휴가를 끝으로 올해 휴가를 안 나오겠다는 아들의 말. 나는 당분간 아들의 빈방에서 아들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으면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부모이니 아들의 결심을 응원해야지. 더이상 아들 앞에서 징징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들의 걸심을, 노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부모가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