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들 덕분에 성장하는 엄마

아들이 군대 갔다. 8

by 휘리

아들과 통화할 수 있는 시간에 나의 일상이 맞추어졌다. 후다닥후다닥 퇴근 후 청소하고, 식사하고 아들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띠리링 띠리링

“아들”




아들은 자대 배치받은 최전방 수색대대에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전사전문화 후 심의를 통과해서 DMZ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아들의 핸드폰 사용 시간이 평일에 2~3시간밖에 안 되는데, 주책맞은 나는 아들의 일상이 궁금해 통화를 끊지 못하고 항상 질척였다.


아들은 이발병과 물품 관리병을 지원해서 항상 바쁘다. 개인 정비 시간에 이발하느라 물품 관리하느라 쉬지 못하고 이리저리 다니는 아들이 안쓰럽다. 개인 정비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아들은 나하고 통화할 때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디자인과를 실기전형이 아닌 교과성적우수자전형으로 입학한 아들은 군대에서의 1년 6개월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매일 일기를 쓰고, 디자인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수색하고, 매복하는 날은 육체적으로 힘들 텐데도 일기를 쓰고, 그림 그리는 것을 쉬지 않는다. 자신을 혹사하는 것 같아 아들에게 걱정 어린 말을 하지만 이런 아들의 생활을 통화로 전해 들으면서 나는 스스로 채찍질했다.




부모가 군대 간 아들만도 못하게 생활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은가? 아들이 군대 간 이후 세 달 가까이 정신 못 차리고 허둥대면서 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아들의 일상을 들으면서 올해 내가 세운 목표를 다시 되짚어봤다.


2월에 야심 차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고, 하루 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손 놓고 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다.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 소재를 찾았다. 27년 넘게 몸 담고 있는 교직 생활을 소재로 ‘이번 생은 교사이지만, 다음 생은 교사가 아닙니다.’를 제목으로 정했다. 그동안 만난 아이들을 되짚어 보니 아픈 기억으로 남은 학생들이 더 많았다. 교사로서 느낀 보람도 많지만, 교사여서 느끼는 무력감, 자책감이 가슴에 더 많이 새겨졌다. 글쓰기에 몰두하니 아들이 군대 간 이후 펑 뚫린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6월 1일 브런치 작가에 다시 도전했다. 첫 번째 신청 때보다 더 정성을 들여서인지 아니면 아들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고 싶어서인지 간절함이 배가 되었다.


6월 2일 오후로 접어들었는데도 브런치에서 연락이 안 왔다. 2시, 3시, 4시 거의 실시간으로 브런치와 메일을 확인해 보는데도 연락이 없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불안해지고 걱정되었다. 이번 탈락은 첫 번째와 다르게 타격이 심할 것 같았다.


6월 2일 오후 5시에 드디어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아들의 일상을 접한 나는 아들 덕분에 한 뼘 성장하고, 꿈을 이루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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