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엄마의 껌딱지, 냥이

-엄마의 막내딸, 냥이(냥이 이야기 5)-

by 휘리

냥이는 엄마 껌딱지이다. 엄마가 소파에 앉으셔서 TV를 보시면 자기 엉덩이를 엄마 허벅지에 대고 그 옆에서 편하게 낮잠을 잔다. 그러다 다른 사람이 엄마 옆에 앉으면 캣 타워에 올라가 멀찍이서 엄마를 쳐다보거나 캣타워 아래에서 조금만 틈으로 엄마를 내다본다. 엄마는 가요 교실 가시는 날에 냥이에게 꼭 말씀하신다.

“냥이야, 엄마 잠시 가요 교실 다녀올게. 금방 다녀올 거니까 낮잠 자고 있어.”

“야옹”

그럼 냥이는 현관까지 엄마를 마중하면서 대답한다.


그러다가도 엄마의 외출이 길어지는 날에는 마중은커녕 대답도 하지 않는다.

“오늘은 저녁에 올 거야. 기다리지 말고 밥 잘 먹고, 낮잠 자고 있어. 알았지?”

“.......”

그래서 엄마는 긴 외출을 하실 때면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는 꼭 집에 들어가시려고 한다. 우리 집에 오시든지, 언니네 집에 가시든지 엄마의 외출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끝나신다.




그러다 2월에 가족끼리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 엄마는 가족 모두 같이 가는 여행이어서 좋아하시면서도 냥이를 걱정하셨다. 냥이가 몇 날 며칠을 엄마 없는 집에서 지내는 것이 우리도 걱정이었지만, 형부가 회사 일정으로 여행을 못 가게 되어 냥이를 돌보기로 해서 우리는 마음을 놓았다.


“냥이가 남자를 무서워하는데.... 괜찮을까?”

그렇다. 냥이는 특히 남자 어른을 많이 경계했다. 그렇지만 집에 냥이 혼자 있는 것보다는 돌볼 가족이 있는 것이 훨씬 나은 상황이니 엄마도 마음을 놓으셨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오빠 덕분에 후쿠오타 여행은 너무 좋았다. 여유롭게 멋진 곳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만큼 우리는 냥이를 잊고 있었는데, 엄마는 꼬박꼬박 언니를 재촉해 형부에게 냥이 안부를 물어보셨다. 냥이가 잘 있다는 말을 들으신 후에야 비로소 엄마는 안심하셨다.


비행기 타는 것을 무서워하는 나는 일본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막상 와 보니 일본어를 배워 자유 여행을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큼 좋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갔던 외국 여행도 좋았지만, 어린아이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돌봐야 해서 힘든 기억도 있다. 이번처럼 행복하기만 한 여행은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세 손가락에 들 만큼 좋았다. 엄마도 아빠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우리 삼 남매와 함께하는 여행을 행복해하셨다.


행복했던 일본 여행을 끝내고, 어둠이 내리기 전에 엄마 집에 도착했다. 우리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현관문을 열자 냥이가 문 앞에 있었다. 우리가 거실로 들어오자 냥이는 뭐라고 하는 듯이 엄청 야옹거리면서 엄마 다리에 자기 몸을 연신 비볐다. 정말 애처로울 정도로 엄마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냥이를 엄마가 품에 꼭 안으시면서 토닥이셨다.


“미안해. 냥이야. 많이 기다렸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제는 안심해도 돼. 이제는 어디 안 갈 거야.”


엄마는 연신 냥이에게 미안해하시면서 냥이를 안심시키셨다. 한동안 냥이는 엄마 곁에서 야옹거리면서 마음에 담아 놓은 얘기를 하는 듯했다.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냥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의 일본 여행으로 인한 냥이의 후유증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가뜩이나 엄마 껌딱지인 냥이였는데, 한순간도 엄마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엄마가 가요 교실 가시는 날에 냥이는 특히 예민해져서 엄마 곁에서 계속 야옹거리면서 보챘다. 한동안 그러던 냥이는 이제 엄마가 자기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을 알았는지 안정을 되찾았다. 그 이후로 엄마는 자고 오시는 여행을 가시지 않으셨다.


우리가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형부에게 들은 말은 눈물겨운 냥이의 순애보였다. 엄마가 없으신 첫날밤에 냥이가 그렇게 울었단다. 현관을 왔다 갔다 하고 안절부절못하면서 울었단다. 형부가 퇴근하고 보니 사료도 거의 먹지 않았고..... 형부가 걱정되어 냥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주었는데도 먹지 않고, 저녁 늦게까지 힘없이 있다 늦게서야 안방에 들어가서 잤단다. 둘째 날에는 울지도 않고, 기운 없이 잠만 잤다고 한다. 사료는 거의 먹지 않고, 간식만 먹었단다. 셋째 날 형부가 퇴근하고 보니 거실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더란다. 이름을 부르니 쳐다만 보고 미동도 하지 않고 소파에 앉아 어두운 밖만 바라보았단다.


이렇게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냥이었으니 엄마를 보고 그렇게 하소연했나 보다.


냥이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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