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타로야, 타로야, 나의 운명을 보여줘.

by 휘리

교직 생활하면서 만난 교사들 중 쿵짝이 잘 맞아 친한 친구가 된 선생님들이 있다. 우리 모임의 이름은 부끄럽게도 미녀 삼총사이다. 누구에게 떠벌릴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만족하기 위해 자기애 넘치는 낯 뜨거운 이름을 지었다. 우리는 매달 정기적으로 돈을 모은다. 1년에 한 번은 꼭 여행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5년이 넘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여행을 못 가고 있다. 여행 일정을 잡아 놓으면 귀신같이 각자 집안이나 학교에 일이 생겨 못 가고 있는 것이 5년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학교에 근무하지만 1년에 4번 이상은 꼭 만난다.



2023년 6월 17일 토요일에 우리는 삼청동에서 만났다. 핫 플레이스가 많은 삼청동에서 맘껏 즐기기로 했다. 우선 스테이크가 맛있기로 소문난 곳을 찾아 맛난 식사를 했다. 우리는 모두 먹성이 좋아 양적으로 살짝 아쉬웠지만, 디저트로 남은 배를 채우기로 했다.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이 줄 서 있는 카페들도 있었지만, 우리는 줄 서기 싫어서 한적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각자 집안 소식, 학교 소식 등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우리의 수다는 퇴직 이후까지 이르렀고, 느닷없이 타로점을 보러 가자고 의견 통일을 이루었다. 우리는 타로점을 봤던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기대감이 충만했다. 후기 평을 확인한 후 드디어 한 곳을 선택했다.


타로 가게를 찾아가는 길에 4컷 사진관이 있어 사진도 찍었다. 처음 4컷 사진을 찍는 거라 엄청 헤매기도 했지만, 우리는 무사히 사진을 찍어 서로 한 장씩 가졌다. 젊은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 젊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하니 20살이 된 것처럼 기분이 풋풋하니 좋았다.





타로 가게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갔다. 타로를 봐주는 사람이 세 명 있었다. 한 명은 이미 다른 손님을 보고 있었고, 우리는 두 명 중 왠지 끌리는 한 사람 앞에 앉았다. 모두 먼저 보는 것을 꺼려해 내가 먼저 봤다. 타로는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운만 본다고 해서 나는 일, 건강, 금전 세 가지를 선택했다.


먼저 일부터 시작했다. 타로 보는 사람이 이끄는 대로 카드를 뽑았다. 타로 보는 사람이 내가 뽑은 카드를 유심히 보더니 글 쓰는 것이 좋다고 교사하면서 글을 쓰라고 했다. 브런치 얘기는 친한 선생님들에게도 하지 않았는데 글 쓰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해서 나는 속으로 엄청 놀랐다. 다른 선생님들은 뜬금없는 소리에 의아해했지만, 나는 이미 타로에 대한 믿음이 최대치로 올라갔다. 그렇게 글 쓰는 얘기를 한창 하더니 나에게 자녀를 물어봤다. 1년 후에나 제대하는 아들이어서 타로점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자녀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본의 아니게 자녀 운을 보게 되었다. 아들은 부모가 가만히 있어도 스스로 잘하는 아이란다. 재능도 많고, 자기 분야에서도 명성을 떨치는 아이란다. 반드시 유학을 보내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글 쓰는 것과 아들에 대해 너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줘서 난 타로점을 맹신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핫 플레이스에서 젊음을 느껴보자고 삼청동을 왔는데, 이 어쩔 수 없는 늙음을 어찌할꼬?


일과 금전은 평범해서 지금까지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일 타로점이 워낙 강력하게 좋은 말이 많아서 그것만 기억에 남는다. 다른 선생님들도 타로 보는 사람에게 맞장구치면서 타로점을 재미있게 잘 보았다. 우리가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각자 말 못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타로점을 보면서 그것을 본의 아니게 공유하게 되었다. 물론 나의 브런치 활동은 아직 얘기하지 못했다. 아직은 친한 사람들이 내 글을 보는 것이 쑥스럽다. 좀 더 필력이 생긴다면 지금보다 자신감이 생기겠지. 그러면 가족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타로점에 대한 후기 수다를 떨고, 기분 좋게 오늘 모임을 마무리했다.




나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전화했다. 아들과 통화하면서 타로점 얘기를 했다. 아들은 제대하면 바르셀로나에 가서 안토니오 가우디 건축물을 보고 싶어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까사바트요, 까사밀라, 구엘 공원 등을 직접 보는 희망으로 품고, 1년 남은 군 생활을 버티고 있다. 아들하고 통화하면서 나도 버킷리스트가 추가되었다.


“아들, 너 제대하면 우리 바르셀로나 같이 가자.”

“엄마는 비행기 잘 못 타잖아. 제주도 가는 것도 힘들어하면서. 바르셀로나까지 10시간도 넘게 걸릴 텐데 괜찮겠어?”

“그럼. 수면제 먹고라도 갈 거야. 네가 너무너무 가고 싶어 하는 곳이잖아. 네 친구들은 모두 다녀왔다면서. 혼자 갈 수 없으니 같이 가자.”

“그럼 난 너무 좋지. 요즘 들어 제일 기쁜 소식이네.”


아들의 제대를 지금도 눈 빠지게 기다리는데 더 간절하게 아들의 제대를 기다릴 이유가 추가되었다. 1시간 비행기 타는 것도 무서워하는 내가 아들과 함께하는 바르셀로나 여행은 전혀 두렵지 않다.


가즈아~ 바르셀로나!! 가즈아~~ 가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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