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랏말싸미 Aug 12. 2023

#1. 우리는 사유하는 호모 사피엔스

-프롤로그-

  김영하 작가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소설가로서, 소설을 쓰는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말 중 인상적인 말이 있었다. 유재석이 학생들에게 짜증스럽다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이에 김영하 작자는 답변했다. 

  “소설을 쓸 때, 소설을 쓸 때입니다. 일상에서 말할 때는 저도 많이 써요. 그때 무슨 단어를 고르고 그러진 않아요. 하지만 소설을 쓸 때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해요. 짜증이란 감정에는 다양한 감정이 뭉뚱그려져 있잖아요. 예를 들어 ‘엄마가 내 생일을 잊어버렸다.’에 화자의 감정은 ‘서운함’이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화장지가 없다면 ‘당황스러움, 황당함’이잖아요. 너희들은 글을 써야 할 사람들이니까 가능하면 ‘짜증’만으로 표현되지 않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그 감정이 뭔지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자기감정을 그렇게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려 해도 잘 안 보여요. 그런데 우리가 자기감정을 언제 알게 되냐면 소설 같은 것을 볼 때 알게 돼요. 무슨 말이냐면요. 소설을 읽다 ‘아, 그래. 내가 그때 이랬어.’ 살다 겪는 복잡한 감정들이 누군가의 언어로 대신 표현돼 있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는 굉장히 슬로 모션으로 표현되어 있죠. 문장으로 이렇게 써서. 그때 자기감정을 비로소 언어화해서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작가가 될 사람들은 심리 묘사를 잘해야 하고, 감정을 세분화해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맞는 말이다. 작가는 다양한 언어로 사건을, 인물을,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작가 말고도 우리는 지혜로운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철학적인 의미는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의 본질이 지성, 특히 이성적인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는 생각하고사고하고사유[思惟]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편향된 정보로 이분법적, 경직된, 비이성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도 ‘다름’, ‘다양성’을 ‘틀림’, ‘혐오’로 인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논리적 생각을 접하면서 유연한 사고와 이성적인 사고를 해야 할 우리 아이들. 그러나 현실은 타인의 주장을, 제공된 정보를 논리적 근거로 진의를 파악하지 않고, 일부의 내용을 왜곡하여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로 재생산한다. 우리 아이들조차 이런 현실에 물들어가고 있다. 한 예로 한 때 ‘82년생 김지영’ 책의 논란이 뜨거웠다. 온라인상에서 성별로 서로 피 터지게 싸우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평점 테러를 벌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책의 성별 판매 비율이 약 8:2이었다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점점 타인의 얘기를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얘기만 하는, 일방통행만 강요하는 불편한 사회가 되고 있다. 




  타인의 주장을 경청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교육활동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나는 바칼로레아로 생각 나누기를 학교 현장에서 실행하고 있다. 


  바칼로레아란 논술 및 철학을 필수로 하는 프랑스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을 말한다. 이런 프랑스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본교 교육활동에 맞게 변형하여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생각을 나누기’ 토의 및 논술 활동으로 실행하고 있다. 실제 바칼로레아 시험에 나온 논제를 학생들이 직접 선정하여 핸드폰 등의 검색 없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발표한 후 질의, 응답하는 활동이다.


  처음 이 활동을 기획하면서 바칼로레아 논제를 보고, 부정적인 의문을 품었다. 이 논제로 토의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첫 시간 학생들의 활동을 보면서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교육활동의 매력에 푹 빠졌다. 


  논리력을 바탕으로 서로 생각을 얘기하고, 경청하는 17살의 아이들이 정말 멋졌다. 교과서에 나온 지식을 알아가는 아이들의 반짝반짝한 눈도 교사에게 설렘을 주지만, 추상적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고하는 아이들의 고뇌하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사유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바칼로레아로 생각 나누기’로 매거진을 발행합니다. 학생들의 바칼로레아 활동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