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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엔 샴페인 Oct 20. 2023

안되는거 물고 늘어지기 있기 없기

 수포자와 영포자들은 하필 가장 중요한 시기에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해내고야 만 이들이다. 중딩과 고딩들의 고민만이 결코 아니다. 

 다 커도 고민은 똑같다. 안 되는건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그것 역시 커다란 용기임과 동시에 또다른 기회포착의 지름길이다. 사실 얼마나 자괴감이 드는 일인가. 쏟아부여야 할 열정은 고사하고 막중한 책임을 회피해 버리는 도망자 같은 기분이랄까 아마 그럴 것이다. 남들 다 하는거 왜 나만 못 하는 건지, 아니 안 하는 건지...안하니까 못하고 못하니까 안하게 되는 그런 수레바퀴 구조에 깔려죽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쓰다 결국 수포와 영포를 통하여 모든 속박의 굴레에서 드디어 탈출하고야 만다. 똑똑한 처사이다. 

  한 반에 몇 십명, 한 학교에 몇 백명, 한 도시에 몇 백만이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살기 위해 그것이 가장 요구되는 순간, 가장 크게 인생을 좌지우지 할 것 같은 모든 것을 내칠 수 있는 그 결단성을 높이 평가한다. 아직 덜 살았기에 선택한 풋내나는 비겁함으로 치부하기엔 우린 그후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놓아 버리고 도망쳐 버렸던가. 도망친 게 아니라 무시해 버린거고 쳐다보지 않은거다. 

 관심을 주지 않으면 사람이던, 물건이던, 일이던, 사랑이던, 죄다 말라비틀어져 버려 자신을 떠나버린다. 할 만큼 해보았으니 미련없이 빠이빠이를 외치지 않은 담에야, 꼭 찍어 먹어봐야 짠지 안 짠지를 가늠할 만큼 느리지도 않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빨리빨리를 외쳐대는 세상에서 자기자신 만큼 자신을 빠르게 스캔해 내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앞으로 그냥 주어지는 떡이 절대 없으리란 확신을 매일매일 뼈아프게 경험하고 사는 우리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간파해내는게 보다 수월한 먹거리를 꾸준히 제공할 것이다.

 그러니 속단해도 좋다. 가차없이 속단해 버려라. 아직 남아있는 선택과 기회속에 찾아먹을게 무궁무진하게 포진되있으니 주저없이 그리해도 좋다. 아무리 해도 안되는거 남들도 다 하는 거라고, 일단은 속한 환경에서 튀지않고,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과 성실은 하늘에서 그냥 감 떨어질 일은 결코 없으리란 앞날을 보다 견고하게 다진다. 안타깝게도 말이다. 

 지금은 많이 바뀐 사회분위기 탓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라떼엔 반에서 공부를 정말 못하는 애들을 직업반이라고 따로 분리시켜 제과제빵 학원이나 요리를 배우려 다녔었다. 하위 1프로의 그들은 차별과 멸시의 시선을 받아가며 이른 하교길에 대학을 꿈꾸며 학교에서 야자하며 밤을 새는 우리들을 항상 부러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얼마나 현명하게 미래를 점지하고 달려든 학창시절이었는가. 그들은 적어도 수학과 영어에 매달리느라 아무것도 보지못한 우리들이, 몇 십년이 흘러 여전히 취업전선에서 물먹고 헤매고 고꾸라지고를 반복하는 피땀가득한 시절에 치여살고 있다는걸 데자뷔한 걸테다. 

 차라리 빨리 새로운 씨앗을 부지런히 골라 심는 편이 훨씬 빠르게 허기짐을 달래줄일이다. 

 살아보니 하늘에서 감은 죽어도 안 떨어지고 끝까지 매달려 있는 질긴 놈이더라. 게다 떨어지기 전에 벌써 지나가는 까마귀와 까치가 한 입 시원하게 베어물고 날라버린것도 수 차례 목격할 줄 안다.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고려하지 말고, 위치라고 할 것도 없이 아직 명함도 제대로 시원하게 파서 뿌리지 못할 설익은 청춘들은, 어서 빨리 또 다른 선택 속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거 아니면 저거다. 복잡할 거 하나 없다. 언제나 무엇을 골라 잡아도 남은 하나의 아쉬움은 끝까지 간다. 사는 동안 하나씩 하면 된다. 무엇하나 공평할 것 없이 주어진 세상에서 딱 하나 유일하게 똑같이 주어진 게 하필 24시간, 이 시간이란 놈이다.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고 보려해도 보이지 않는 까다로운 녀석을 길들이기 위해서라도 안되는 건 빨리 접고, 되는 걸 잡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걸 어서 빨리 찾아보자. 헤매보자. 

 수포자의 머리로는 당최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유명한 상대성 이론을 드디어 현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시간은 모든 물체에서 일정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는 물체에서만 언제나 느리게 흘러간다는 것. 빛의 속도는 언제나 일정하며, 운동하는 속도가 이 빛의 속도에 같아지는 순간, 우리는 느림을 경험한다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빛의 속도에 가까워 질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는 물리학계 거장의 손길을 어서 빨리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에 딱 들어맞는 이론 아닌가. 얼마나 뼈골 빠지게 이 삶을 살아내란 말인가의 물리학적 버전같다. 자연과학이 인류를 먹여살리는 수고를 게으르게 하지 않은 기특한 역사 속에, 안돌아가는 이과적 머리는 과감히 내팽게 칠 줄 알고, 자신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벌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러니 자신을 속단해서 사정없이 용감해지길. 그리고 무엇을 하던 꿀리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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